박남수(朴南秀) (1918. 4. 3~1994. 9. 17)
시인. 1918년 5월 3일 평양에서 출생. 평양 숭인 상업을 거쳐 일본 동경 중앙 대학 법학과 졸업. 유학 시절 제1회 『문장』지의 추천을 받은 김종한, 이용악 등과 사귀게 되면서, 그들의 권유로 『문장』지에 투고, 1939년부터 1940년까지 정지용에게 추천받음. 1940년에 이들 시를 모아 일본에서 시집 『초롱불』간행. 그 후 일본이 제2차 대전에 참전하던 12월 앞당겨진 졸업을 하고 동경을 떠나 고국에 돌아오지만 이미 일본의 문화말살정책으로 『문장』, 『인문평론』 등이 폐간되어 문단과 교섭없이 지내게 됨.
1945년 해방과 함께 전남포에서 조선 식산은행에 입사, 이듬해 한국식산은행 평양지점장까지 되나, 어수선한 사회 현실에 안주하지 못하고 1948년 사임. 공산주의와 자본주의라는 이데올로기의 대립에 의한 남북 분단, 1950년 동족의 비극인 6·25가 발발 등 역사의 질곡 속에서 박남수는 1951년 1·4 후퇴 때 국군을 따라 처자만 데리고 겨우 월남함. 그는 전쟁의 체험에서 생명력의 근원과 이데올로기로부터 자유로운 절대 순수, 그리고 역사나 현실을 초월하고자 하는 자유 정신의 영원성에로 시적 관심을 확대시킴. 그 뒤 피난지 부산에서 『주간문학예술』을 주재하면서 1952년 『문예』 5,6 합병호에 전쟁의 참혹상을 고발한 시 『원죄의 거리』 와 『신사조』 창간호에 평론 「문학인의 반성과 각오」를 발표하면서 문학활동을 다시 시작하게 됨. 은행장을 지낸 경력이 있으나, 사회적으로 안정된 그러한 지위보다는 문학에 더 가치를 둔 시인은 1954 년에는 『문학예술』지 편집위원으로, 1957년에는 박목월, 조지훈, 장만영, 유치환 등과 더불어 한국 시인 협회를 창립하고 「갈매기 素描」, 「다섯 편의 소네트」 등으로 제5회 아세아 문학상을 받는 등, 활발한 문학 활동을 전개함. 1958년에는 그의 두 번째 시집 『갈매기 素描』를, 1964년에는 『신의 쓰레기』, 1970년에는 『새의 暗葬』을 발간하는 등 지속적인 문학 활동에도 불구하고 월남한 그에게는 정신적, 경제적 안정이 찾아오지 않음. 조지훈의 도움으로 시작한 시간 강사 자리도 전임이 되지 못한 채 10여년을 가족과 떨어져 살다가, 1975년 미국 플로리다로 이민을 가게 됨. 그가 이민을 가게 된 동기는 확실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시인과 친분 관계를 지닌 김광림에 의하면 생활과 가족과의 재결합이 적지 않은 영향을 끼쳤으리라 추측됨.
이민후, 1981년 다시 10여년의 공백을 깨고, 다섯 번째 시집 『사슴의 冠』을 간행. 1982년 그의 선시집이 지식산업사에서 발간되나, 또다시 문학 공백기를 거치다가, 1990년부터 국내 문예지에 시를 발표하기 시작함. 그 뒤에도 활발한 창작 활동을 하는데, 1991년 선시집 『어딘지 모르는 숲의 기억』 이 먼저 간행되고 이어 1992년에는 고독한 삶의 유일한 동반자였던 아내의 갑작스런 죽음을 애도한 추도문 형식의 『그리고 그 以後』가 발간됨. 이 책으로 공초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하였던 그는 1994년 76세의 일기로 세상을 마감.
<시세계> - 7개의 시집을 중심으로
(1)제 1집 '초롱불'
일본에서 간행된 박남수의 최초의 시집 『초롱불』은 제목에서 이미 나타나 있듯 빛과 불의 이미지가 하나의 모티프를 이룬다. 그런데 그 빛과 불은 어둠과의 대립적 병치로 제시되고 있는데 이는 감정을 절제하고 보다 선명한 이미지로 제시하고자 하는 박남수의 초기시적 특성과도 무관하지 않다.
박남수의 초기 시작품의 두번째 특징은 '고독'과 '불안'의 정서이다. '빛'과 '어둠'의 대립적 병치로 획득된 현실 상황에 대한 인식은, 일제치하의 현실에서 비롯된 애환과 더불어 그에게 시대적인 상실감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된다. 서정적 화자가 인식하고 있는 사회의 외적 현상들은 모두 시인의 내면에 고독과 불안의 그늘을 드리운다. 그의 초기 작품에 등장하는 시간은 대부분이 어둠의 시간이며, 인물은 주로 병든 노약자나 거지, 창부 등의 소외계층이다. 또한 거기에는 정적이고 평화로운 전원을 파괴하는 부정적인 힘이 암시되고있다. 이들은 모두 박남수의 초기시 작품들 속에서 부정적 이미지로 중첩되어, 고독과 불안의 의미를 강화시킨다.
(2)제 2집 '갈매기 소묘(1958)'
제1시집 『초롱불』에서 주된 심상으로 나타났던 빛의 이미지는 제2시집 『갈매기 소묘』이후에 오면서 갈매기의 객관적 제시로 전환되며 이 무렵부터 그의 소재는 '새'로 옮겨간다. 초기 시처럼 이미지를 중시하는 태도를 보여주기도 하지만 전쟁의 체험 속에서 실향민이 된 그는 삶의 암담함을 다소 감정적으로 표출하기도 한다. 박남수 시인은 당시의 피난민 의식, 시인 자신의 고달픈 일상적 삶을 구체화된 '갈매기'의 모습으로 보여주고 있는데 이때의 작품에서 시인은 현실과 이상, 현상과 본질 등의 이원적 대립, 즉 현실, 현상에 대한 불신에서 출발하고 있다.
(3)제 3집 '신의 쓰레기(1964)'
전쟁의 체험 내용을 드러내면서도 간결한 시어와 사물의 직관적 제시, 선명한 색채감 등을 보여주던 앞선 시기의 작품들과 달리 제3시집에서는 '새'를 통해 순수를 지향하고 현실을 초극하려는 시인의 의지가 담겨 있다. 무한하고 자유스러운 하늘 공간을 날아가는 '새'를 통해 고통스럽고 불안했던 실향민 의식의 삶을 지나 그 어느 것에도 매여 있지 않고 그 고된 삶을 헤쳐 순수를 향해 날아가고 싶은 시인의 의식을 보여준 시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갈매기'는 제3시집 이후에는 '새'라는 보통 명사로 바뀌어 쓰이기 시작하며 여기서 '새'는 현실과 이상, 현상과 본질 등의 대립적 의미 사이에 존재하면서도 보다 심원한 의미로 전환된다. 즉 시인 박남수는 직관적인 현실의 순간에서 포착된 '새'의 실제를 통하여 자기의 내면과 합일하고 있는 것이다.
(4)제 4집 '새의 암장(1970)', 제 5집 '사슴의 관(1980)'
시인 박남수처럼 구체적인 리듬을 곁들여 그 사물의 관념화에 성공한 시인을 찾아보기란 매우 힘든 일일지도 모른다. 앞의 시집들이 이미지를 보다 중시하였다면 제4시집 『새의 암장』역시 동일한 관점을 취하지만 작품의 내용이나 의미에 더 깊은 의식을 깔고 있음을 볼 수 있다. 이미 시집의 제목에서 암시되듯 현실을 초극하여 순수 실제의 세계를 지향하던 '새'는 이제 절망적 상황에 이르고 만다. 그러나 이 경우 새의 죽음이 단순한 소멸이 아니라 현실을 초극한 순수의 절대 세계를 현실적 삶과 연결시키고자 하는 의지의 소산이라는 면에서 그의 시의 독자성을 획득한다.
(5)제 6집 '서쪽 그 실은 동쪽(1992)', 제 7집 '그리고 그 이후(1993)'
1975년 낯선 이국땅으로의 이민으로 인하여 박남수 시인은 이민 생활에서 겪은 삶의 고독과 방황을 그린 제6시집 『서쪽 그 실은 동쪽』을 1992년에 간행하게 된다. 이 시집에서 그의 인생론, 현실관, 도덕론, 형이상학적 인식, 그리고 이질적 두 문화 사이를 왕래하는 이민의 의식 구조 등을 상징적 수법으로 다양하게 수용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현실에 쉽게 안주할 수 없었던 그는 이 시집에서 그러한 삶의 유랑과 허무, 상실 의식을 보여줌으로써 작품들의 함축미나 시적 기교를 중시하기보다 의미나 내용에 더 관심을 쏟고 있다는 점을 알 수 있다. 그 후 1993년 그의 마지막 시집인 『그리고 그 이후』 역시 아내의 죽음을 맞이하면서 삶과 죽음에 대한 순환적 재생 의지를 통해 현실과 이상, 삶과 죽음이라는 이원론적 단절의식을 극복하고 삶에 대한 허무적인 초극의 태도를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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