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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전자료실/한국의문인

강은교(姜恩喬)의 생애와 문학세계

by 황소 걸음 201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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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은교(姜恩喬 1946- )

 

<생애>

  함경남도 흥원 출생. 연세대학교 영문과 졸업. 1968사상계신인 문학상에 <순례의 잠>이 당선되어 등단. 1975년 제2회 한국문학 작가상 수상. 1992년 제37회 현대문학상 수상. 현재 동아대학교 교수.

 

<문학 세계>

  강은교의 초기 시는 시적 대상에 대한 허무적 인식의 표현이 중심이 되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첫 시집 허무집(1971), 풀잎(1974), 빈자일기(貧者日記)(1978)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허무집(1971)의 경우. 그 제목이 말해 주듯 대부분의 시는 짙은 허무의 그림자로 싸여 있으며, 그 허무는 무속(巫俗)에 대한 자기 나름의 인식 및 감각과 연결되어 있다.

1980년대 이후의 중반기로 접어들면서는 더욱 정교한 감각의 언어와 표현을 획득하게 된다. 이처럼 강은교의 시 세계는 허무의식을 통하여 존재의 의미를 탐구하던 초기의 시로부터 점차 민중적이며 현실적인 시각에서 시대와 역사의 문제를 탐구하는 데로 폭넓게 전개되고 있다.

 

강은교, 그는 마력의 시인이요 주술의 시인이다. 강은교에게 있어 허무는 윤회사상으로 발전하고, 윤회사상에 바탕한 그의 시는 어느새 주술적 가락을 따게 된다. 구체적 삶의 형상화 속에 문득 죽음의 예감을 삽입시키기도 하고, 죽음의 음각 위에 사랑의 환희를 영사(映寫)시키기도 한다. 이 주술적 가락 속에서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언어들, 예컨대 뼈, , , 모래 등 은 해체된 삶의 무기미한 모습, 삶이 구극적으로 도달하는 허무의 실상, 의지와는 무관하게 형성진행되는 인간의 운명 등을 각각 상징함으로써 그의 시 자체를 영매적, 주술적인 것으로까지 만들어 주고 있는 것이다. - 신경림(시인)

 

허무의 바다에서 돛을 올리는 시세계

시의 위의(威儀)가 여러모로 훼손되고 있는 이즈음, 강은교 시인이 우리에게 보내는 시편들은 작은 축복처럼 느껴진다. 피폐한 우리의 영혼을 따뜻하게 밝혀주는 작은 등불처럼, 시인은 오늘도 어디선가 "저 반짝이는 거품들 사이에서 물고기 한 마리를 건지듯 상황 하나를 건지기 위하여, 혹은 우리에게 우리를 알려주는 은유 하나를, 끝내는 당신의 삶을 쓰다듬을 수 있는 은유 하나를" 낚기 위해 허공의 바다에 낚싯대를 드리워 놓고 있다.

이처럼 강은교의 시세계는 허무(허공)의 바다에서 돛을 올린다. 그렇다고 해서 그녀에게 허무란 오랫동안 면벽좌선하여 터득한 선()의 경지도 아니며, 이 세상을 다 살아본 노인들이 체득한 삶의 무상도 아니다. 그것은 바로 우리 현실의 삶의 다양한 무늬가 현상되기 이전의 자의식의 영도(零度)이자 '백지상태(tabula rasa)'이다. 촬영 이전의 순도(純度) 높은 필름인 것이다. 다시 말해 그에게 허무는, 김병익의 예리한 표현처럼, 의식이 순수한 결정으로 남을 때까지 모든 것을 분해, 제거함으로써 인식이 가능한 종말과의 해후(邂逅). 그럼으로써 오롯이 빛나는 자의식의 투명성!

다시 말해 삶의 허울과 허위를 대담하게 사상(捨象)시켰을 때 남는 절대적 '시원의 시원', 또는 "한 겹씩 벗겨지는 생사의/저 캄캄한 수 세기"('자전(自轉) 1') 속의 심연과도 같은 곳이다. 그의 시가 주술적인 이미지들과 비의적인 상상력, 그리고 유현한 상징들로 가득 차 있는 까닭은 여기에 있다. 예컨대 허무에 대한 다음과 같은 예언적인 설교로 보라: "길은 어디에도 있고/그러나/어느 곳에도 이르지 않는다."('') 정주와 유목을 동시에 욕망 하는 길, 존재와 부재, 삶과 죽음을 한 몸에 지닌 존재론적 비애가 바로 길의 근원, 즉 허무의 본질이 아닌가.

이처럼 시인은, 신경림 시인이 갈파한 대로, /죽음이나 현상/존재를 '등가적 동시적'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시인은 지금 이 순간 또 어디서 "탈주하지 않으면서 탈주하는 것, 끊임없이 기표를 살해하면서 기의를 얻으려고 하는 것, , 언어"(<젊은 시인에게 보내는 편지>)를 낚으려고 하는 걸까. 그가 조용미 시인이 상상 속에서 그린 "비가 쏟아져내리면 일만 마리 물고기가 산정에서 푸덕이며 금과 옥의 소리를 낸다는 萬魚山"('萬魚山'), 다시 말해 물고기 등에 산이 솟아올라 있다는 그 신비의 물고기 한마리를 건져 올릴 수 있을지, 자못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 류신(문학평론가)

 

<주요 저서>

시집 : 허무집(虛無集)(1977), 빈자일기(貧者日記)(1977), 소리집()(1982), 우리가 물이 되어(1986), 바람 노래(1987), 오늘도 너를 기다린다(1989), 그대는 깊디 깊은 강(1991), 벽 속의 편지(199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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