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등을 보며1 무등을 보며/서정주/현대시 - 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무등(無等)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남루 : 헌 누더기 갈매빛 : 짙은 초록빛 지란 : 영지와 난초 농울.. 2016. 5. 31. 이전 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