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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42

서시/이정록 서시 ​ 이정록 마을이 가까울수록 나무는 흠집이 많다. ​ 내 몸이 너무 성하다. ​ ​ 「벌레의 집은 아늑하다」 문학동네 ​ ------------------------------------- 아직은 세상과 부대낀 세월이 부족하여 부끄럽다는 것인지, 흠집 없이 홀로 살아온 세월이 외롭다는 것인지, 안도현 시인은 이 시를 가리켜 고승이 툭 던지고 간 화두같다는 표현을 했다지. 2019. 11. 25.
눈/김수영/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김수영 '눈' 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눈 김수영 눈은 살아 있다.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마당 위에 떨어진 눈은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 위에 대고 기침을 하자. 눈더러 보라고 마음 놓고 마음 놓고 기침을 하자. 눈은 살아있다. 죽음을 잊어버린 영혼과 육체를 위하여 눈은 새벽이 지나도록 살아 있다. 기침을 하자. 젊은 시인이여 기침을 하자. 눈을 바라보며 밤새도록 고인 가슴의 가래라도 마음껏 뱉자. 이 시는 '눈'을 소재로 하여 순수한 생명과 불순한 일상성이라는 대립적 관념에 대한 지적(知的)인 추구를 보이는 주지주의(主知主義)적인 시이다. 따라서 이 시의 의미는 매우 암시적이지만, 한편으로는 현실에 대한 울분의 토로와 날카로운 비판 정신이 살아 있기도 하다. 특히 .. 2017. 2. 16.
낙화/이형기/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낙화: 꽃이 떨어지는 것. *격정(激情): 강렬하고 갑작스러워 누르기 어려운 감정 *분분(紛紛) : 흩날리는 모양이 뒤섞여 어수선한 상태. *결별(訣別) : 기약 없는 작별을 하는 것. *녹음(綠陰) 푸른 잎이 무성한 수풀. 또는, 수풀의 짙푸른 빛. 이 시의 화자는 꽃이 지는 자.. 2017. 2. 12.
서시/윤동주/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윤동주 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서시(序詩) 윤동주 죽는 날까지 하늘을 우러러 한 점 부끄럼이 없기를, 잎새에 이는 바람에도 나는 괴로워했다.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 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한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이 시는 해방 후 간행된 윤동주의 유고 시집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의 첫머리에 놓여, 참답고 올곧은 삶을 지향했던 시인의 정신을 대변해 주는 명시(名詩)이다. ‘과거(1~4행) - 미래(5~8행) - 현재(9행)’의 시간 순서를 축으로 하여 자기 양심 앞에 추호도 부끄럽지 않게 살려는 화자의 내적인 번민과 간절한 소망을 잘 형상화하고 있다.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성찰적, 고백적, 의지적 * 심상 : 별과 바람의.. 2017. 2. 12.
꽃을 위한 서시/김춘수/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김춘수 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꽃을 위한 서시 김춘수 나는 시방 위험(危險)한 짐승이다. 나의 손이 닿으면 너는 미지(未知)의 까마득한 어둠이 된다. 존재의 흔들리는 가지 끝에서 너는 이름도 없이 피었다 진다. 눈시울에 젖어 드는 이 무명(無名)의 어둠에 추억(追憶)의 한 접시 불을 밝히고 나는 한밤내 운다. 나의 울음은 차츰 아닌밤 돌개바람이 되어 탑(塔)을 흔들다가 돌에까지 스미면 금(金)이 될 것이다. …… 얼굴을 가리운 나의 신부(新婦)여. *시방(時方): 지금(只今) *미지(未知) : 아직 알지 못함 *무명 (無名) : 이름이 없는 것. *돌개바람: 회오리바람 이 시는 존재론적 입장에서 사물에 내재하는 본질적 의미를 추구하는 관념적이며 철학적인 작품으로 김춘수의 초기시의 경향을 보인다. 표면적.. 2017. 2. 12.
꽃덤불/신석정/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신석정 '꽃덤불' 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꽃덤불 신석정 태양을 의논하는 거룩한 이야기는 항상 태양을 등진 곳에서만 비롯하였다. 달빛이 흡사 비오듯 쏟아지는 밤에도 우리는 헐어진 성(城)터를 헤매이면서 언제 참으로 그 언제 우리 하늘에 오롯한 태양을 모시겠느냐고 가슴을 쥐어뜯으며 이야기하며 이야기하며 가슴을 쥐어뜯지 않았느냐? 그러는 동안에 영영 잃어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멀리 떠나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몸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맘을 팔아버린 벗도 있다. 그러는 동안에 드디어 서른여섯 해가 지내갔다. 다시 우러러보는 이 하늘에 겨울달 달이 아직도 차거니 오는 봄엔 분수(噴水)처럼 쏟아지는 태양을 안고 그 어느 언덕 꽃덤불에 아늑히 안겨 보리라. 이 시는 '어둠'과 '광명.. 2017. 2. 11.
꽃/김춘수/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김춘수의 시, 에 대한 이해와 감상 꽃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꽃 : 인식의 대상, 객체 * 이름을 부르다: 존재의 본질을 인식하는 행위 *몸짓: 인식되기 이전의 무의미한 존재 *꽃: 본질이 인식된 의미 있는 존재 *빛깔과 향기: 나의 존재가 지닌 특성(본질) *무엇: 본질에 맞는 이름을 가지고 있는 어떠한 존재 *눈짓: 존재의 본질이 인식.. 2017. 2. 1.
신부/서정주/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신부(新婦)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 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 2017. 1. 19.
광야/이육사/현대시- 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광야(曠野) 이육사 까마득한 날에 하늘이 처음 열리고 어디 닭 우는 소리 들렸으랴. 모든 산맥들이 바다를 연모(戀慕)해 휘달릴 때도 차마 이곳을 범(犯)하던 못하였으리라. 끊임없는 광음(光陰)을 부지런한 계절이 피어선 지고 큰 강물이 비로소 길을 열었다. 지금 눈 내리고 매화 향기 홀로 아득하니 내 여기 가난한 노래의 씨를 뿌려라. 다시 천고(千古)의 뒤에 백마 타고 오는 초인(超人)이 있어 이 광야에서 목놓아 부르게 하리라. * 광야(曠野): 아득하게 너른 들 *연모: 이성(異性)을 사랑하여 몹시 그리워하는 것 *광음: 세월 *천고: 영구한 세월 *초인: 보통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가진 사람 이 시는 이육사의 확고한 역사 의식에 바탕을 둔 현실 극복 의지가 예술성과 탁월하게 조화를 이룬 작품으로.. 2017. 1. 19.
길/김기림/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길 김기림(金起林) 나의 소년 시절은 은(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恒用)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2016. 6. 10.
그의 행복을 기도 드리는/신동엽/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신동엽 그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의 파랑새처럼 여린 목숨이 애쓰지 않고 살아가도록 길을 도와주는 머슴이 되자. 그는 살아가고 싶어서 심장이 팔뜨락거리고 눈이 눈물처럼 빛나고 있는 것이다. 그는 나의 그림자도 아니며 없어질 실재도 아닌 것이다. 그는 저기 태양을 우러러 따라가는 해바라기와 같이 독립된 하나의 어여쁘고 싶은 목숨인 것이다. 어여쁘고 싶은 그의 목숨에 끄나풀이 되어선 못쓴다. 당길 힘이 없으면 끊어 버리자. 그리하여 싶으도록 걸어가는 그의 검은 눈동자의 행복을 기도드리는 유일한 사람이 되자 그는 다만 나와 인연이 있었던 어여쁘고 깨끗이 살아가고 싶어하는 정한 몸알일 따름 그리하여 만에 혹 머언 훗날 나의 영역이 커져 그의 사는 세상까지 미치면 그 땐.. 2016. 6. 10.
귀천/천상병/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귀천(歸天) 천상병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 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 손짓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이 시는 삶에 대한 달관과 죽음에 대한 체관을 주제로 하고 있는 시이다. 독백적 어조를 통해 세상에 대한 미련과 집착을 버린 채 이 세상을 떠날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의 정신을 세속을 초월한 달관의 세계와 조화시킴으로써 우리는 여기서 순진무구와 무욕을 읽을 수 있다. 또한 불교의 윤회사상을 읽을 수 있으며, 시인으로서 세속적 명리를 떨쳐버리고 온몸으로 자신의 시를 지킨 진정한 의미의 순수시인의 면모를 볼수 있다. * 형식 : 자.. 2016. 6. 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