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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길/김기림/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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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림(金起林)   

 

  나의 소년 시절은 은()빛 바다가 엿보이는

  그 긴 언덕길을

  어머니의 상여(喪輿)와 함께 꼬부라져 돌아갔다.

  내 첫사랑도 그 길 위에서 조약돌처럼 집었다가

  조약돌처럼 잃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푸른 하늘빛에 호져 때없이

  그 길을 넘어 강가로 내려갔다가도

  노을에 함북 자줏빛으로 젖어서 돌아오곤 했다. 

  그 강가에는 봄이, 여름이, 가을이, 겨울이

  나의 나이와 함께 여러 번 댕겨갔다.

 

  가마귀도 날아가고

  두루미도 떠나간 다음에는 누런 모래둔과

  그러고 어두운 내 마음이 남아서 몸서리쳤다.

  그런 날은 항용(恒用) 감기를 만나서 돌아와 앓았다 

 

  할아버지도 언제 난지를 모른다는 동구 밖

  그 늙은 버드나무 밑에서,

  나는 지금도 돌아오지 않는 어머니,

  돌아오지 않는 계집애,

  돌아오지 않는 이야기가 돌아올 것만 같애

  멍하니 기다려 본다.

  그러면 어느새 어둠이 기어와서

  내 뺨의 얼룩을 씻어 준다. 

                                                - '조광(朝光)'(19363)

 

 

<어휘 연구>

- 호져 : 혼자

- 향용 ; 항상,

- 버드나무 : 과거의 기억을 현대의 시간대로 끌어들임

 

<핵심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참여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애상적

* 제재 : . 헤어짐

* 주제 : 이별의 상념이 깃든 길 위에서의 애상적 정서

* 출전 : <조광>(1936)

 

<황소 감상>

  주지시를 개척한 김기림의 시적 면모가 잘 드러난 작품이다. 바다가 보이는 긴 언덕길은 어머니의 죽음, 첫사랑의 상실, 그리고 어린 날의 많은 이야기들이 개입되어 있는 공간이다. 그리고 그 길은 항상 화자에게 상실과 외로움, 감기로 상징되는 내면의 울음과 관련되어 있다. 화자는 늘 그 길에서 무엇인가를 기다리고 있으며, 시의 마지막 부분에서 알 수 있듯이 어둠 속에서 조용히 눈물 흘리고 있다. 하지만 이 시는 그 속에서 어떤 특정한 주제를 전달하는 데 목적이 있지는 않다. 단지 화자의 쓸쓸하고 고독한 분위기를 전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한 분위기를 아로새겨 나가는 감각적 이미지의 아름다움이 이 시의 표현 의도라고 보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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