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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신부/서정주/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7. 1.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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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신부(新婦)

 

                                          서정주   
 

  신부는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겨우 귀밑머리만 풀리운 채 신랑하고 첫날밤을 아직 앉아 있었는데, 신랑이 그만 오줌이 급해져서 냉큼 일어나 달려가는 바람에 옷자락이 문 돌쩌귀에 걸렸습니다. 그것을 신랑은 생각이 또 급해서 제 신부가 음탕해서 그 새를 못 참아서 뒤에서 손으로 잡아당기는 거라고, 그렇게만 알고 뒤도 안 돌아보고 나가 버렸습니다. 문 돌쩌귀에 걸린 옷자락이 찢어진 채로 오줌 누곤 못 쓰겠다며 달아나 버렸습니다.
  그러고 나서 40년인가 50년이 지나간 뒤에 뜻밖에 딴 볼일이 생겨 이 신부네 집 옆을 지나가다가 그래도 잠시 궁금해서 신부 방문을 열고 들여다보니 신부는 귀밑머리만 풀린 첫날 밤 모양 그대로 초록 저고리 다홍 치마로 아직도 고스란히 앉아 있었습니다. 안쓰러운 생각이 들어 그 어깨를 가서 어루만지니 그 때서야 매운 재가 되어 폭삭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초록 재와 다홍 재로 내려앉아 버렸습니다.

 

 

<해설>
  이 시는 혼인 첫날밤에 생긴 오해로 인해 신부가 40∼50년을 첫날밤 모양 그대로 앉아 있어야 했고, 신랑의 손길이 닿고서야 재가 되어 내려앉았다는 비극적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부의 수동적이고 침착한 기다림과 신랑의 조급성이 대립됨으로써 처절한 비극이 유발되고 있다.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산문시, 서정시
운율 : 내재율
* 심상 : 초록과 다홍의 대비적 심상
* 어조 : 담담한 구술 형식의 서사적 어조
주제 : 버림 받은 여인의 한(恨)
성격 : 서술적, 낭만적, 토속적, 신비적, 신화적

제재 : 첫날밤 버림 받은 여인의 이야기
출전 : 시집 <질마재 신화>, 1975 
구성 : 짤막한 이야기 속에 한 여인의 일생을 담은 서사적 구조

 

<시어, 시구 연구>
밑머리 : 이마의 한가운데를 중심으로 하여 좌우로 갈라 귀 뒤로 넘겨 땋은 머리 모양. 시집 가면 풀어서 쪽을 짓게 됨.

돌쩌귀 : 문짝을 여닫게 하기 위하여 암짝은 문설주에, 수짝은 문짝에 박아 맞추어 꽂게 된 쇠붙이.
음탕(淫蕩) : 성(性)에 지나치게 빠지거나 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어 방탕함.

⊙ '초록 재'와 '다홍 재' : 신부의 영적 존재의 아름다움을 의미
⊙ 신랑 : 속물적 근성과 세계관 상징
⊙ 신부 : 전통적인 윤리관을 대변하는 '일부종사(一夫從事)'라는 현세적·육체적 세계를 초월하는 영적(靈的) 존재

<황소 강의>
  이 시의 가장 큰 특징은 민간의 설화를 시의 세계로 수용하고 있다는 점과 평이한 산문시의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점이다. 옛 이야기의 의외성과 관능적인 느낌이 더해져 읽는 재미를 느끼게 한다. 하지만 신랑의 오해로 말미암아 40-50년이라는 긴 세월을 홀로 앉아 있다 매운 재로 무너져 내리는 신부의 모습을 통해 재미 이상의 주제 의식을 짐작하게 된다. 이 시의 가장 중요한 요소는 소극적인 신부의 기다림과 신랑의 속물적인 조급성의 대비이다. 신랑의 속물성에 의해 신부는 재로 무너져 내리는 비극을 당하게 되지만 정작 뉘우침에 괴로워 하는 것은 신랑이 된다. 즉, 말없이 자신의 처신을 지켜내는 소극적이지만 매운 재로 표현되는 매서운 신부의 정신적 세계와 신랑의 속물적 세계가 대비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초록 재와 다홍 재라는 대립적 색채 심상에 의해 현실의 한계를 초월한 영적인 아름다움으로 발전하고 있다. 작자가 전달하고자 하는 가치는 한(恨)으로 대표되는 동양적 소극성 속에 숨겨진 영혼의 치열성과 그 아름다움이 아닐까?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서정주

 

<참고 사항>

 
  <양승준, 양승국 공저 [한국현대시 400선-이해와 감상]>
  이 시는 혼인 첫날밤에 생긴 오해로 인해 신부가 40∼50년을 첫날밤 모양 그대로 앉아 있어야 했고, 신랑의 손길이 닿고서야 재가 되어 내려앉았다는 비극적 설화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신비주의적인 내용에다 다분히 관능적인 소재를 다루고 있어 읽는 즐거움을 주기도 하지만, 결국은 재가 되어버리는 신부의 비극으로 인해 그저 웃어 버릴 수만 없게 만든다. 또한 40∼50년 동안 신방을 기다리고 있던 신부에게서 고전적 절개를 엿볼 수 있다. 
  무엇보다도 이 시는 신부의 수동적이고 침착한 기다림과 신랑의 조급성이 대립됨으로써 처절한 비극이 유발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옷자락이 돌쩌귀에 걸린 것을 신부가 음탕해서 잡아당기는 것으로 오해한 신랑에게 신부는 40∼50년을 기다리는 수동적인 저항으로 맞서게 된다. 그러나 이러한 기다림은 자기 소멸이라는 더 큰 비극을 가져오게 된다. 다시 말해, 신랑은 자신의 성급하고 지각없는 판단으로 인해 신부를 소박한 채 40∼50년을 철저히 잊어버리고 지냈지만, 그 무관심은 신부를 죽음으로 몰고가는 비극을 탄생시킨 것이다. 40∼50년이란 그 긴 세월은 한 인간의 삶 전체를 의미하는 것이며, 우연히 들른 신랑의 손길이 닿고서야 '매운 재'로 내려앉는 신부의 소리없는 반항이 나타나면서 비로소 신랑은 '안쓰러운' 뉘우침의 감정을 갖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초록 재'와 '다홍 재'는 신부의 영적 존재의 아름다움을 의미하는 것으로 이 작품을 한 차원 상승시키는 원동력이 되는 것이다. 이렇게 본다면, 철저한 속물적 근성의 신랑에 대비되는 신부는 전통적인 윤리관을 대변하는 '일부종사(一夫從事)'라는 현세적·육체적 세계를 초월하는 영적(靈的) 존재임을 알 수 있다.

 설화를 바탕으로 한 시들

   조지훈, '석문', 김소월, '접동새', 서정주, '신부', 김영랑, '두견'

 

<생각해 볼 문제>

(1) 이 시에서 대립적인 요소를 찾아 쓰시오.
답 : 신부의 침착성 및 소극성과 신랑의 조급성, 초록색과 다홍색의 색채 대비

(2)
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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