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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상/삶의단상5

첫눈/김용택 첫눈 김용택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 ♡ 2020년 12월 13일 첫눈이 오는 날. 까마득 까마득 까마득하여 형체도 존재도 기억까지 지워지고 있던 그런 기억 하나가 갑자기 불쑥 떨어지고 있다. 2020. 12. 13.
자작시-홍시 홍시 강기룡 저승에서 미역 못 감으니까 몸이 저리 새까맣고 저승에서 배불리 못 먹으니까 몸이 저리 삐쩍 마른 죽은 우리 할매 까치가 되서 왔는갑다. 가지 사이에 앉아 빨간 홍시 하나 야무지게 파묵고 죽은 우리 할매 이제 배 부르게 가는갑다. 2019. 11. 25.
더운 동남아 여행 후 꼭 먹어야 할 음식 베트남, 태국, 라오스 어디를 가나 한인 식당이 있어 김치찌개나 라면, 심지어 떡볶이까지 다 사 먹을 수가 있다. 거리를 걷다보면 짜장면과 짬뽕을 파는 한국형 중화요리집도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여름철의 별미인 콩국수는 좀처럼 만나기 어렵다. 더운 동남아 여행 중 젤 먹고 싶었던 것.. 귀국하자마자 먹는다. 서판교 운중동의 단골식당에 앉아 평소 즐기던 음식을 먹을 수 있음이 얼마만한 행복인지 깨닫게 된다. 2017. 8. 18.
옷 기부하고 가벼워지기 인근 교회에서 아프리카 등지의 가난한 지역에 보낼 의류 수집을 한다기에 이제는 별 필요가 없는 양복, 와이셔스, 넥타이 등 옷들을 모아다주었다. 덜어낸 만큼 옷장도 가벼워졌고, 인생도 훨 가벼워진 느낌이다. 아끼던 옷을 놓을 때는 혹 또 입을 일은 없을까 생각도 났지만 미련을 버리고 과감히 내려놓으면서 삶의 질긴 실타래도 하나씩 풀려나는 느낌. 더 늦기 전에 버릴 수 있다는 것. 더 늦기 전에 비울 수 있다는 것이 축복으로 와닿는 하루이다.. 2017. 7. 30.
교직을 마무리하며.. 인생이 5막의 연극이라면 이제 겨우 제1막이 끝났다고 생각하자. 인생이 한끼의 만찬이라면 이제 겨우 애피타이저를 먹고 정찬을 시작한다고 생각하자. 인생이 꽃밭이라면 해마다 꽃과 풀들이 돋아나듯 늘 다시 시작하는 또다른 봄이 시작된다고 생각하자. 이제는 아침 자명종도 없고 시작과 끝을 알리는 어떤 차임벨 소리도 없이 마음이 원하는 대로 발길 닿는 대로 맘껏 걸어도 되는 한없는 자유의 새 길이 기다린다고 생각하자. 지금껏 걸었던 길이 큰 명예도 큰 오점도 없이 그냥 평범하였듯이 이어서 걸어갈 길이 별 이쁠 것도 못난 것도 없이 시골길의 풀섶처럼 그냥 풋풋하게 마냥 이어지기를 기원하자. 꽃은 해마다 같은 빛으로 피어나도 해마다 아름답지 않던가. 우리의 인생이 그렇게 똑같은 빛으로 오래오래 이어지기를 기원하자. 2017. 7.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