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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42

고향 앞에서/오장환/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고향 앞에서 오장환 흙이 풀리는 내음새 강바람은 산짐승의 우는 소릴 불러 다 녹지 않은 얼음장 울멍울멍 떠내려간다. 진종일 나룻가에 서성거리다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고향 가까운 주막에 들러 누구와 함께 지난날의 꿈을 이야기하랴. 양귀비 끓여다 놓고 주인집 늙은이는 공연히 눈물지운다. 간간이 잣나비 우는 산기슭에는 아직도 무덤 속에 조상이 잠자고 설레는 바람이 가랑잎을 휩쓸어 간다. 예제로 떠도는 장꾼들이여! 상고(商賈)하며 오가는 길에 혹여나 보셨나이까. 전나무 우거진 마을 집집마다 누룩을 디디는 소리, 누룩이 뜨는 내음새……. - 흙이 풀리는 내음새 : 얼음이 녹는 초봄이라는 배경을 후각적 이미지로 제시함. - 행인의 손을 쥐면 따뜻하리라 : 고향 소식에 대한 그리움 - 양귀비 끓여다 놓고 :.. 2016. 6. 10.
고향/정지용/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고향 정지용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고향은 아니러뇨. 산꿩이 알을 품고 뻐꾸기 제철에 울건만, 마음은 제 고향 지니지 않고 머언 항구(港口)로 떠도는 구름. 오늘도 뫼끝에 홀로 오르니 흰 점꽃이 인정스레 웃고, 어린 시절에 불던 풀피리 소리 아니나고 메마른 입술에 쓰디쓰다. 고향에 고향에 돌아와도 그리던 하늘만이 높푸르구나. [해설] 고향은 한 개인에게 있어서 삶의 근원을 이루는 원초적 공간이다. 특히 현실에서의 삶이 힘겹고 고통스러울수록 고향에 대한 향수는 더욱 커지는 법이다. 이 시의 시적화자가 고향을 그리워하는 이유도 고향이 현실 속에서 초라해진 자신의 모습과 대비되는, 가족의 따뜻함과 유년시절의 기억이 있는 공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적 자아는 막상 되돌아온 고향에서, 꿈속에서 그리던 것.. 2016. 6. 10.
견우의 노래/서정주/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오,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하(銀河)ㅅ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七月七夕)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서정적, 긍정적 * 어조 : 영탄조(설득력 내포-1인칭 복수형 '우리') * 표현 : 역설적 표현 * 주제 : 고난 속에서 굳어지는.. 2016. 6. 10.
거울/이상/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거울 이상 거울속에는소리가없소 저렇게까지조용한세상은참없을것이오 거울속에도내게귀가있소 내말을못알아듣는딱한귀가두개나있소 거울속의나는왼손잡이오 내악수를받을줄모르는 -- 악수를모르는왼손잡이오 거울때문에나는거울속의나를만져보지를못하는구료마는 거울이아니었던들내가어찌거울속의나를만나보기만이라도했겠소 나는지금거울을안가졌소마는거울속에는늘거울속의내가있소 잘은모르지만외로된사업에골몰할게요 거울속의나는참나와는반대요마는 또꽤닮았소 나는거울속의나를근심하고진찰할수없으니퍽섭섭하오 '거울'은 의식의 분열, 자동 기술법 등 초현실주의적 특징을 드러낸 작품이다. 이상은 특이한 관찰력으로 사물의 모습을 대칭적으로 보여 주는 거울의 기능에 착안하여 현대인이 겪는 자아 분열 현상을 형상화한다. 즉, 이 시는 자아가 분열해 가는 과정과 그에 대한 자.. 2016. 6. 10.
겨울 나무로부터 봄 나무에로/황지우/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겨울 - 나무로부터 봄 - 나무에로 황지우 나무는 자기 몸으로 나무이다 자기 온몸으로 나무는 나무가 된다 자기 온몸으로 헐벗고 영하 13도 영하 20도 지상에 온몸을 뿌리 박고 대가리 쳐들고 무방비의 나목으로 서서 두 손 올리고 벌받는 자세로 서서 아 벌 받은 몸으로, 벌 받는 목숨으로 기립하여, 그러나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온 혼으로 애타면서 속으로 몸 속으로 불타면서 버티면서 거부하면서 영하에서 영상으로 영상 5도 영상 13도 지상으로 밀고 간다, 막 밀고 올라간다 온몸이 으스러지도록 으스러지도록 부르터지면서 터지면서 자기의 뜨거운 혀로 싹을 내밀고 천천히, 서서히, 문득, 푸른 잎이 되고 푸르른 사월 하늘 들이받으면서 나무는 자기의 온몸으로 나무가 된다 아아, 마침내, 끝끝내 꽃피는 나무는 자기.. 2016. 6. 10.
휴전선/박봉우/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휴전선 박봉우 산과 산이 마주 향하고 믿음이 없는 얼굴과 얼굴이 마주 향한 항시 어두움 속에서 꼭 한 번은 천둥같은 화산(火山)이 일어날 것을 알면서 요런 자세(姿勢)로 꽃이 되어야 쓰는가. 저어 서로 응시하는 쌀쌀한 풍경. 아름다운 풍토는 이미 고구려(高句麗) 같은 정신도 신라(新羅) 같은 이야기도 없는가. 별들이 차지한 하늘은 끝끝내 하나인데 …… 우리 무엇에 불안한 얼굴의 의미(意味)는 여기에 있었던가. 모든 유혈(流血)은 꿈같이 가고 지금도 나무 하나 안심하고 서 있지 못할 광장(廣場). 아직도 정맥은 끊어진 채 휴식(休息)인가, 야위어가는 이야기뿐인가. 언제 한 번은 불고야 말 독사의 혀 같은 징그러운 바람이여. 너도 이미 아는 모진 겨우살이를 또 한 번 겪어야 하는가. 아무런 죄(罪)도 없이 .. 2016. 6. 10.
풀잎 단장/조지훈/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풀잎 단장(斷章) 조지훈 무너진 성터 아래 오랜 세월을 풍설(風雪)에 깎여 온 바위가 있다. 아득히 손짓하며 구름이 떠 가는 언덕에 말없이 올라서서 한 줄기 바람에 조찰히 씻기우는 풀잎을 바라보며 나의 몸가짐도 또한 실오리 같은 바람결에 흔들리노라. 아 우리들 태초의 생명의 아름다운 분신으로 여기 태어나, 고달픈 얼굴을 마주 대고 나직이 웃으며 얘기하노니 때의 흐름이 조용히 물결치는 곳에 그윽이 피어오르는 한떨기 영혼이여 이 시는 조지훈의 첫 시집인 의 표제시이다. 이 작품에서 시인은 우리 자신의 모습이 언제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풀잎의 모습과 별반 다를 것이 없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다. 풀잎과 같은 연약한 존재이면서 한편으로 이 넓은 세상 안에 태어나 조그만 바람결에도 흔들리며(번뇌하며) 서로의 얼굴을.. 2016. 6. 10.
팔원/백석/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팔원(八院) - 서행 시초(西行詩抄) 3 백석 차디찬 아침인데 묘향산행 승합자동차는 텅하니 비어서 나이 어린 계집아이 하나가 오른다. 옛말속같이 진진초록 새 저고리를 입고 손잔등이 밭고랑처럼 몹시도 터졌다. 계집아이는 자성(慈城)으로 간다고 하는데 자성은 예서 삼백오십 리 묘향산 백오십 리 묘향산 어디메서 삼촌이 산다고 한다. 새하얗게 얼은 자동차 유리창 밖에 내지인(內地人)* 주재소장(駐在所長) 같은 어른과 어린아이 둘이 내임*을 낸다. 계집아이는 운다, 느끼며 운다. 텅 비인 차 안 한구석에서 어느 한 사람도 눈을 씻는다. 계집아이는 몇 해고 내지인 주재소장 집에서 밥을 짓고 걸레를 치고 아이보개를 하면서 이렇게 추운 아침에도 손이 꽁꽁 얼어서 찬물에 걸레를 쳤을 것이다. - 조선일보(1939.11... 2016. 6. 10.
청산도/박두진/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청산도(靑山道) 박두진 산아, 우뚝 솟은 푸른 산아. 철철철 흐르듯 짙푸른 산아. 숱한 나무들, 무성히 무성히 우거진 산마루에 금빛 기름진 햇살은 내려오고, 둥둥 산을 넘어, 흰구름 건넌 자리 씻기는 하늘, 사슴도 안 오고, 바람도 안 불고, 너멋 골 골짜기서 울어 오는 뻐꾸기……. 산아, 푸른 산아. 네 가슴 향기로운 풀밭에 엎드리면, 나는 가슴이 울어라. 흐르는 골짜기 스며드는 물소리에 내사 줄줄줄 가슴이 울어라. 아득히 가버린 것 잊어버린 하늘과, 아른아른 오지 않는 보고 싶은 하늘에, 어쩌면 만나도질 볼이 고운 사람이, 난 혼자 그리워라. 가슴으로 그리워라. 티끌 부는 세상에도, 벌레 같은 세상에도, 눈 맑은 가슴 맑은 보고지운 나의 사람. 달밤이나 새벽녘, 홀로 서서 눈물 어린 볼이 고운 나의 .. 2016. 6. 9.
종소리/박남수/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종소리 박남수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흙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진폭 : 진동의 중심에서 진동의 끝까지의 거리 * 인종 : 묵묵히 참고 따름. * 푸름 : 소망의 표상 * 꽃 : 아름다운 꿈의 표상 * 웃음 : 즐거운 삶의 표상 * 악기 : 삶을 찬양하는 음률의 표상 * 먹구름 : 삶과 역사에 폭력, 억압, 횡포, 절망을 끼치는 세력 * 뇌성 : 천둥소리. 이 시는 박남수의 후기 대표작으로 이미지에 .. 2016. 6. 9.
절정/이육사/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절정(絶頂) 이육사 매운 계절의 채찍에 갈겨 마침내 북방으로 휩쓸려 오다 하늘도 그만 지쳐 끝난 고원 서릿발 칼날진 그 위에 서다 어데다 무릎을 꿇어야 하나 한 발 재겨 디딜 곳조차 없다 이러매 눈 감아 생각해 볼밖에 겨울은 강철로 된 무지갠가 보다 * ·절정 : 극도에 이른 경지 * 매운 : 몹시 추운 * 갈겨 : 호되게 얻어맞아 *·고원 : 높은 산지에 펼쳐진 넓은 들판. * 서릿발 : 겨울에 서리가 땅바닥이나 풀포기 같은 것에 엉기어 성에처럼 서린 모양. * 재겨 : 비집고 들어 이 시는 암담한 식민지 시대의 절망적 상황 속에서 그것을 초극하려는 의지를 표현한 작품이다. 현실적 삶이 위축되어 극한의 상황에 처했을 때, 비로소 새롭게 확대된 삶을 위한 전기가 마련된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작품은 수.. 2016. 6. 9.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강은교/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의지적. 상징적 * 표현 :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가정법 문장식으로 만남에 대.. 2016. 6. 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