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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견우의 노래/서정주/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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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우의 노래

 

서정주  

 

우리들의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이별이 있어야 하네.

높았다, 낮았다, 출렁이는 물살과

물살 몰아갔다 오는 바람만이 있어야 하네.

, 우리들의 그리움을 위하여서는

푸른 은하(銀河)물이 있어야 하네.

돌아서는 갈 수 없는 오롯한 이 자리에

불타는 홀몸만이 있어야 하네!

직녀여, 여기 번쩍이는 모래밭에

돋아나는 풀싹을 나는 세이고……

허이연 허이연 구름 속에서

그대는 베틀에 북을 놀리게.

눈썹 같은 반달이 중천에 걸리는

칠월칠석(七月七夕)이 돌아오기까지는,

검은 암소를 나는 먹이고

직녀여, 그대는 비단을 짜세.

 

 

<핵심 정리>

* 갈래 : 서정시, 자유시

* 성격 : 서정적, 긍정적

* 어조 : 영탄조(설득력 내포-1인칭 복수형 '우리')

* 표현 : 역설적 표현

* 주제 : 고난 속에서 굳어지는 사랑

* 표현상의 특징 : 역설적 표현 영탄조

 

<어휘 및 구절 연구>

- 사랑을 위하여서는 이별이 있어야 하네 : 역설적 표현

- 물살, 바람 : 이별의 고통, 시련을 형상화

- 은하(銀河): 장애물 (견우와 직녀를 단절시키는 사물)

- 불타는 홀몸 : 불타는 것은 사무치는 그리움과 사랑의 심정이며, 홀몸은 이별의 고독을 나타낸다.

- 모래밭과 풀싹 : 모래밭은 별밭이며, 풀싹을 세이듯 사랑을 키워나간다는 의미. 또는 모래밭에서는 풀이 잘 자랄 수 없고 목동인 견우가 먹일 풀이 많지 않으므로 견우 앞에 놓인 고난의 상징으로 볼 수도 있음.

- 구름 속에서 그대는 북을 놀리게 : 구름은 직녀의 시련의 공간으로 볼 수 있으며, 베를 짜듯 사랑을 짜올린다는 의미.

 

<작품 감상>

  이 시는 구조상 네 단락으로 나눌 수 있다. 1, 2연에서는 사랑의 참된 의미를 규정한다. 이별의 과정이 먼저 주어질 때 더 큰 사랑이 이루어진다고 한다. 이별의 고통을 감내하는 그 기나긴 인고의 역정이 사람을 더 진중하게 한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오랜 기다림이라는 한국적 정한의 전통이 스며 있다. 그 한의 세계는 고통과 아픔을 뜻하지 않는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성숙한 자세가 한의 높은 차원이다. 한이 체념과 허무의 패배주의적 속성을 지니기보다는 드높은 세계로 고양되는 정신주의와 연관된다는 점이 한국인의 심성에 오랫동안 뿌리를 드리운 근거가 될 것이다.

'물살''바람'은 이별의 고통을 구체화한 상관물이다. 그것만이 있어야 한다는 진술에서 보듯이 사랑에는 고통이 필수 요건임을 알 수 있다. 고통은 수반되는 것이 아니고, 사랑 자체의 속성이며 본질이라고 할 수 있다. 화자는 그것을 긍정한다.

  2, 3연의 '은핫물'은 견우와 직녀를 단절케 하는 사물이며, 위에서 말한 이별의 상황을 가시적으로 보여주는 상관물이다. 그러나 둘 사이에 가로놓인 것이 벽이 아니고 물이라는 점에서 정신적으로는 단절되지 않았음을 알려 준다. 물의 부드럽고 젖은 이미지는 사랑을 갈라 놓으면서 사랑을 이어주는 정감적 사물임을 부각시킨다. 물리적으로는 단절이지만 정신적으로는 합일되어 있는 상황이다. 사랑은 단절과 고독이 또 그 본질이다.

  5, 6연은 은하수의 이편과 저편, '번쩍이는 모래밭'은 결국 '별밭'을 두고 한 말이지만 풀삭과 관련되면서 모래밭으로 형상화된다. 풀을 헤아리는 행위 이전에 씨 뿌리는 행위가 있을 것이며, 그것은 사랑을 뿌리는 일이 된다. 그 돋아나는 사랑을 하나씩 헤아리며 사랑을 내면에 쌓아간다. 사랑은 이렇게 점진적으로 키워 가는 것이다. 만남의 기쁨을 위한 마음의 정성스런 준비, 그것은 또한 사랑의 본질이다. 화자처럼 직녀 또한 구름처럼 보이는 은하수 저편에서 베를 짠다. 베틀에서 베를 짜듯 사랑도 올올이 짜올린다.

  7, 8연은 5, 6연의 반복이다. 칠석이면 기다리는 만남의 순간이 온다. 나는 검은 암소를 먹이고, 직녀는 비단을 짠다. 생활에 충실하며 그리움을 키워 가는 정성이 보인다.

  결국 이 시는 이별을 아픔으로 보지 않고 더 큰 사랑을 위한 성숙한 자세로 보는 태도가 감동의 요인이 된다.

- 송승환, 한국 현대시 제대로 읽기에서 인용

 

<작가 소개>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서정주

 

 

<참고 자료>

 

1) 참고할 시

  이형기의 시 <낙화> , 문병란의 시 <직녀(織女)에게>

 

2) 주요 사항

  이 시는 '견우와 직녀' 이야기를 소재로 하여 이별과 재회의 기약을 노래한 작품으로 주의할 것은 이별을 긍정적으로 바라보고 있는 시적화자의 태도, 그리고 역설적 표현 등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3. 역설법(逆說法, paradox)

  한 문장 안에 서로 이치에 맞지 않는 표현을 써서 나타내고자 하는 바를 오히려 분명히 표현하는 방법. 표면적으로 보았을 때는 논리의 모순인 것처럼 보이지만, 그 속에 참뜻(진리)이 숨어 있음. 극적인 긴장감을 조성하여 미묘한 정서적 반응을 일깨워 주는 효과가 있다. 모순어법과 모순형용 두 가지 방법으로 구분하기도 한다.

 

  예) 님은 갔지만 나는 님을 보내지 아니하였습니다. - 한용운, '님의 침묵'

      이것은 소리 없는 아우성 유치환, '깃발'

      나는 아직 기다릴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김영랑, '모란이 피기까지'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이형기, '낙화'

      기도(祈禱)를 끝낸 다음 / 더욱 뜨거운 기도의 문이 열리는 김남조, '겨울 바다'

      두 볼에 흐르는 빛이 / 정작으로 고와서 서러워라 조지훈, '승무'

      괴로웠던 사나이 / 행복한 예수 그리스도에게처럼 윤동주, '십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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