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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낙화/이형기/현대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by 황소 걸음 2017.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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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화

이형기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분명히 알고 가는 이의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봄 한철
격정을 인내한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분분한 낙화(落花)……
결별이 이룩하는 축복에 싸여
지금은 가야 할 때

무성한 녹음과 그리고
머지 않아 열매 맺는
가을을 향하여
나의 청춘은 꽃답게 죽는다.

헤어지자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나의 사랑, 나의 결별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의 슬픈 눈.

 


* 낙화: 꽃이 떨어지는 것.


 

 

 

 

 

 

 

*격정(激情): 강렬하고 갑작스러워 누르기 어려운 감정

 

*분분(紛紛) : 흩날리는 모양이 뒤섞여 어수선한 상태.

*결별(訣別) : 기약 없는 작별을 하는 것.

*녹음(綠陰) 푸른 잎이 무성한 수풀. 또는, 수풀의 짙푸른 빛.


 

<해설>
  이 시의 화자는 꽃이 지는 자연 현상을 바라보며 인생에 있어서의 이별과 죽음의 의미를 되새기고 있다. 꽃이 지는 자리에 열매가 맺히듯, 이별의 아픔 뒤에 성숙이 찾아온다는 역설적 진리를 전달하고 있는 것이다. 자연의 섭리와 인생의 진리를 결합하여 새로운 시적 의미를 드러내고 있다는 데에 이 시의 묘미가 있다.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운율 : 내재율
주제 : 낙화와 이별의 아름다움, 이별의 아픔을 극복한 성숙의 경지
성격 : 사색적, 독백적

* 구성 : 성숙한 이별의 아름다움
                         ↓ 
            숙명적인 이별의 순간
                         ↓ 
             미래를 위한 자기 희생적 이별
                         ↓ 
            슬프지만 아름다운 이별

* 제재 : 낙화
표현 : 역설법, 의인법
출전 : -<적막강산>(1963), <현대문학>(1966)

<시구 연구>

[1연]
⊙ 가야할 때가 언제인가를 ⇒ 낙화를 보면서 인간사의 이별과 죽음을 생각함
⊙ 뒷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 역설적 표현

[2연]
⊙ 봄 한철  ⇒ 인생의 젊은 날에 대응
⊙ 나의 사랑은 지고 있다. ⇒ 꽃과 서정적 자아를 동일시.

[3연]
⊙ 지금은 가야 할 때 ⇒ 구차한 미련을 버리고 떠날 때임을 강조

[4연]
⊙ 가을을 향하여  ⇒ 가을(녹음과 열매)을 위하여

[5연]
⊙ 하롱하롱 꽃잎이 지는 어느날 ⇒ 헤어지는 순간의 아름다움

[5연]
⊙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 결별의 슬픔이 성숙의 과정임을 인식함.

<강의>
  이 시를 감상하기 위해서는 우선 이 시가 낙화와 인생을 대비시켜 표현하고 있다는 점을 파악해야 한다. 즉 꽃이 떨어지는 것을 인생에서의 이별과 죽음에 대비시킨 후, 꽃이 떨어지는 의미가 여름날의 무성한 녹음과 열매(결실)에 있는 것이라면 이별의 의미는 영혼의 성숙에 있다는 것이 이 시가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 의식이다. 떠나는 이의 뒷모습, 분분히 떨어지는 낙화의 모습, 꽃답게 죽는 청춘의 모습 등이 자못 애상적인 분위기를 자아내지만 그러한 자연과 인생의 모습 뒤에 놓인 깊은 의미에 대한 통찰이 이 시를 애상에 머물지 않고 인생의 예지를 시적 이미지를 통해 밝히는 의미 있는 시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낙화와 인생의 대비>

 

      봄           ―          청춘

       꽃           ―          사랑
      낙화         ―          이별
      열매         ―          성숙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이형기

 

 

<참고 사항>

  조남현의 해설

 

  사계절의 순환이 뚜렷한 환경 속에서 살고 있는 우리에게 인생의 한 단면을 계절의 순환현상을 통해서 유추해 보이는 것은 아주 자연스러운 일이라 할 수 있다. 이 시는 `무성한 녹음'의 계절을 예비하면서 떨어지는 꽃송이를 통해 인생사에서의 이별과 더 나아가서는 죽음에 대한 깊은 통찰을 일깨워 주고 있다.
  시인은 지금 떨어지는 꽃을 보며 그 꽃의 사라짐을 사람 사이의 만남과 헤어짐으로 바꾸어 놓는다. `가야 할 때가 언제인가를 / 분명히 알고 가는 이'란 낙화를 의인화한 표현이다. 낙화가 아름다운 것은 때가 되면 피었다가 지는 자연의 섭리에 순응하기 때문이다. 이 시의 뛰어난 점은 이러한 낙화의 정경에서 모든 인간사의 이별, 죽음의 원리를 통찰해 내고 있는 데서 찾을 수 있다.
  시인은 `지고 있다, 가야 한다, 죽는다, 뒷모습, 낙화, 결별, 가을' 등 비관적인 시어와 이별을 뜻하는 시어들을 주로 선택하여 사용함으로써 작품 전체를 쓸쓸함으로 채색하고 있다. 하지만 그러한 애상적 분위기 자체가 시인이 표현하고자 하는 것의 전부는 아니다. 이별의 아픔과 슬픔이 아련하게 채색될수록 그에 따르는 영혼의 성숙은 값지고 빛나게 된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보여준다. 즉 이면적으로는 `아픔 속의 성숙'이라는 역설적인 깨달음을 읽어낼 수가 있는 것이다.
 `무성한 녹음, 열매, 가을'은 모두 낙화가 있기에 이루어질 수 있는 것이다. 꽃이 떨어진 다음 수목은 더욱 우거져 여름날의 무성한 녹음과 가을날의 소담스런 결실로 발전할 것이다. 이와 마찬가지로 사랑과 이별의 열병을 거쳐 청춘의 한 고비를 지날 때 우리의 삶도 원숙해져 무성한 녹음과 보람찬 결실을 맞이할 수 있다.
  마지막 6연과 7연은 이러한 깨달음을 심미적인 영상으로 표현하였다. `섬세한 손길을 흔들며 꽃잎이 진다'라든가, `샘터에 물 고이듯 성숙하는 내 영혼'이라든가 하는 표현은 고통을 견디며 성장하는 인간 내면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것이다.

<생각해 볼 문제>

(1) 이 시의 화자는 어떤 상황에 처해 있으며, 자신이 처한 상황을 무엇에 비유하고 있는가?

답 : 사랑하는 이와 헤어져 있으며, 자신의 상황을 낙화(꽃이 떨어지는 것에 비유하고 있다.

(2) 이 시에서 낙화(결별)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이유는?

답 : 낙화(결별) 그 자체는 슬프지만, 더 나은 상태인 열매(영혼의 성숙)에 이룰 수 있으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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