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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무등을 보며/서정주/현대시 - 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5.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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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無等)을 보며 


                                                                                                   서정주

 

  가난이야 한낱 남루(襤褸)에 지나지 않는다.
  저 눈부신 햇빛 속에 갈매빛의 등성이를 드러내고 서 있는
  여름 산(山) 같은
  우리들의 타고난 살결, 타고난 마음씨까지야 다 가릴 수 있으랴.

 

  청산(靑山)이 그 무릎 아래 지란(芝蘭)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목숨이 가다 가다 농울쳐 휘어드는
  오후(午後)의 때가 오거든,
  내외(內外)들이여, 그대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요,
  청태(靑苔)라도 자욱이 끼일 일인 것이다.

 남루 : 헌 누더기
갈매빛 : 짙은 초록빛


지란 : 영지와 난초

 

 

농울쳐 : 기운을 잃고 풀이 꺽이어

 

 

 

 


내외 : 남편과 아내

 

 

 


쑥구렁 : 쑥이 자라는 험하고 깊은 구렁. 무덤

 

 

<해설>
  이 시는 서정주 시인이 6.25 전쟁 후 광주에서 조선대학교 교수로 있을 때 쓴 시이다. 전쟁의 상처가 가시지 않은 때 모두들 궁핍하고, 고달픈 생활 속, 인정도 메말라 있던 시기에 그는 광주에서 무등산을 묵묵히 바라보며 자신의 생활 철학을 담담한 어조로 들려주고 있다. 또 생명 현상에 대한 탐구가 주류를 이루었던 초기시의 특징에서 벗어나 화해와 달관의 세계로 다가선 대표작이기도 하다.  서정주 시인이 바라보는 무등산은 이 궁핍한 시기에도 크고 의젓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그러한 존재이다. 이 시에는 궁핍 속에서도 높은 정신의 자세를 잃지 않으려는 인격이 그대로 드러난다.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낭만적, 전통적
* 심상 : 시각적( 눈부신 햇빛, 청산, 청태, 옥돌 ), 촉각적( 짚어라, 가시덤불 )심상
* 어조 : 설득적, 긍정적 어조
* 표현 : 대유법, 의인법(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
           직유법(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여름 산 같은 )
* 구성
 ① 자녀를 소중하고 품위 있게 기름 1, 2연
 ② 휴식을 취하는 부부의 모습 3, 4연
 ③ 가난에 굴하지 않고 품위와 지조를 지킴 5연
* 제재 : 가난, 궁핍한 생활의 어려움
* 주제 : 본질적 가치에 대한 긍지와 신념
* 의의 : 서정주 문학의 제 2기 대표작


<시구 연구>
1) 가난이야 한낱 남루에 지나지 않는다.
⇒ 가난이란 것은 한낱 우리 몸에 걸친 헌 누더기에 지나지 않는 것

2) 다 가릴 수 있으랴.
⇒ 가난이 아무리 우리를 괴롭히더라도 우리를 빈약하게 하지는 못할 것이다.

3) 청산이 그 무릎 아래 지란을 기르듯 우리는 우리 새끼들을 기를 수밖에 없다.
⇒ 아무리 궁핍할지라도 우리는 우리의 자녀들을 소중하고 품위 있게 기를 수밖에 없는 것이
다. 긍정적인 삶의 대응 자세이다.

4) 더러는 앉고 더러는 차라리 그 곁에 누워라
⇒ 가난으로 인해 목숨이 가다가다 굶어 허기진 오후가 오거든 무등산의 봉우리들처럼 그대
들도 더러는 앉고 더러는 누워 휴식시간을 가져 보자는 것이다. 궁핍한 생활의 한 단면이다.

5) 지어미는 지애비를 물끄러미 우러러보고, 지애비는 지어미의 이마라도 짚어라
⇒ 마치 두 겹으로 보이는 저 무등산의 모습처럼 서로를 위하면서 휴식을 취하는 부부의 모
습이다.

6) 어느 가시덤불 쑥구렁에 놓일지라도 우리는 늘 옥돌같이 호젓이 묻혔다고 생각할 일이
요. 청태라도 자욱히 끼일 일인 것이다
⇒ 가난에 굴하지 않고 인간의 품위와 지조를 지키려는 고귀한 가치관이 죽음의 세계에까지
통찰될 것이다.


<감상>

1연: 가난이라는 삶에 대해 화자는 마음속에 있는 순수성까지는 덮어 가리지는 못함을 설의
법을 통해 말하면서 삶에 대한 긍정적 자세를 보이고 있다.
[학생 감상] 가난하다는 것은 헌 누더기에 불과하다는 말, 마지막에 가릴 수 없다는 말에서
가난하지만 자신의 삶의 태도는 변하지 않겠다는 의지가 드러난다고 생각한다.

2연: 자식들을 소중하고 깨끗하게 생각하여 길러내겠다는 삶의 의지가 보인다.
[학생 감상] 영지와 난을 기를 때는 정말 많은 노력이 들고 많은 신경이 쓰인다. 그러한 마
음가짐으로 자식들을 키우자는, 사랑으로 돌보겠다는 말이다.

3연: 자신의 삶의 고난에 대해 반발하지 않고 시간의 흐름을 받아들이겠다는 화자의 생각이
나타나 있다.
[학생 감상] 이 시기가 전쟁 후의 궁핍한 시기이다. 그래서 하루하루 살기가 힘들었을 것이
다. 지치는 때가 오거든 서로 의지하며, 또 잠시 쉬었다가 다시 일어날 힘을 얻으며 이겨내
자는 말이다.

4연: 어렵더라도 서로를 믿고 의지하고 사랑하며 살자고 말하고 있다.
[학생 감상] 어려운 시기인 만큼 서로에게 관심을 갖고 사랑으로 더불어 살자는 말이다. 또
전쟁 후 인심이 흉흉한 때, 이웃끼리의 삶을 각성하자는 말 같다.

5연: 힘들고 초라한 황폐된 환경에 처하더라도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옥돌'과 '청태'에
서 인간의 삶의 긍정적 태도와 정신적 긍지를 나타내고 있다.
[학생 감상] 시련 속에 있어도 참고 견디자는 말이다.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서정주


<참고 사항>

- 생명파 - 아래 항목을 누르세요.

 생명파 

<생각해 볼 문제>

(1) [목숨이 가다가다 농울쳐 휘어드는]은 어떠한 때인가? 
 답: 가난한 삶을 근근히 살아가지만 지치는 때가 아닐까? 너무나 궁핍해서 견디기 힘들때..

(2) 가시덤불 쑥구렁 은 어떤 상황을 비유한 것인지?
 답: 고된 현실.

(3) 제 4연에서 내외간의 행위가 함축하고 있는 정신
 답: 서로 관심을 갖고 더불어 살아가는 상부 상조의 정신

(4) 시인은 무등산에서 한국인의 어떤 모습을 발견하여 시로 승화시키고 있는가?
 답: 이 궁핍한 시기에도 크고 의젓하고 언제나 변함없는 그러한 존재


<그림으로 보는 시대>


 

      


  "무등을 보며"는 1954년 8월호 '현대 공론'에 실려 있다. 이 당시에 그려진 그림을 찾아보았다. 길떠나는 가족. 아버지는 아내와 자식들을 소에 태우고 어디론가 떠나고 있다. 6.25전쟁 후 피난을 떠나는 민중의 모습이 상상된다. 가난에 찌든 모습이지만 사랑스런 모습으로 자식들을 바라보는 부모. 왠지 이 시와 연관이 있는 것 같다. 또 가난하다고 주저앉아 있지는 않다. 어디론가 삶을 개척하기 위해서 떠난다.

      

 


   이 시가 나올 무렵의 그림을 찾아보았다. 판잣집. 변변한 집이 없이, 대충 판자만으로 지은 집. 당시의 궁핍한 생활을 엿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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