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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목마와 숙녀/박인환/현대시 - 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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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목마와 숙녀

                                              박인환

  한 잔의 술을 마시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생애(生涯)와
  목마를 타고 떠난 숙녀의 옷자락을 이야기한다.
  목마는 주인을 버리고 거저 방울 소리만 울리며
  가을 속으로 떠났다. 술병에서 별이 떨어진다.
  상심(傷心)한 별은 내 가슴에 가벼웁게 부숴진다.
  그러한 잠시 내가 알던 소녀는
  정원(庭園)의 초목 옆에서 자라고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사랑의 진리마저 애증(愛憎)의 그림자를 버릴 때
  목마를 탄 사랑의 사람은 보이지 않는다.
  세월은 가고 오는 것
  한때는 고립을 피하여 시들어 가고
  이제 우리는 작별하여야 한다.
  술병이 바람에 쓰러지는 소리를 들으며
  늙은 여류 작가(女流作家)의 눈을 바라다 보아야 한다.
  등대(燈臺)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그저 간직한 페시미즘의 미래를 위하여
  우리는 처량한 목마 소리를 기억하여야 한다.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그저 가슴에 남은 희미한 의식(意識)을 붙잡고
  우리는 버지니아 울프의 서러운 이야기를 들어야 한다.
  두개의 바위 틈을 지나 청춘을 찾는 뱀과 같이
  눈을 뜨고 한잔의 술을 마셔야 한다.
  인생은 외롭지도 않고
  그저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通俗)하거늘
  한탄할 그 무엇이 무서워서 우리는 떠나는 것일까.
  목마는 하늘에 있고
  방울 소리는 귓전에 철렁거리는데
  가을 바람 소리는
  내 쓰러진 술병 속에서 목메어 우는데

 

* 버지니아 울프 : 영국의 여성 작가



<시구 연구>

⊙ 숙녀의 옷자락 → 순결하고 정숙한 이미지
⊙ 문학이 죽고 인생이 죽고 → 삶의 목표 상실
⊙ 등대에 불이 보이지 않아도 → 삶의 목표 상실
⊙ 모든 것이 떠나든 죽든 → 비관적인 현실 인식
⊙ 잡지의 표지처럼 통속하거늘 → 세속적인 삶에 대한 비관적 태도
⊙ 볼이 고운 사람 → 비관적인 현실 세계에서 찾을 수 없는 모든 것으로, 동경의 대상. 이상적인 존재.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 운율 : 내재율
* 주제 :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
* 성격 : 상징적, 허무적, 애상적
* 제재 : 목마와 숙녀
* 출전 : <시작(詩作)>(1955) 
 
<작품 감상>

 김수영, 김경린 등과 함께 5인 공동 시집, 『새로운 도시와 시민들의 합창』을 간행한 박인환은 1930년대의 김기림, 김광균을 중심으로 한 모더니즘을 계승한 50년대 후기 모더니즘의 대표적 시인이다. 후기 모더니즘은 김수영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이념적 중심이나 이론 체계가 없어 1930년대 모더니즘의 발전적 계승이 아니라는 비판을 받고 있으나, 1950년대라는 전후(戰後)의 황폐한 사회적 분위기에서 청록파적 경향에 반발하여 전통적 서정 세계를 부정하고 새로운 모색을 꾀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이 시는 시어,시구가 지니는 각각의 의미를 분석하여도 선뜻 이해되지 않는데, 그것은 초현실주의적 방법인 우연성에 의한 시어의 자유 분방한 표현에 바탕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박인환의 이러한 언어 감각이 이 작품을 ‘분위기’로 느끼게 하는 주된 요인이며, 허무적이고 감상적인 정조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이 작품은 모든 떠나가는 것들에 대한 애상(哀想)을 노래하고 있다. 1행에서 11행까지 계속 '떠났다'·'떨어진다','부서진다','죽고','버릴 때','보이지 않는다'가 연속되는 과정에서 시적 자아가 마주선 허무와 절망을 엿볼 수 있다. '목마'는 내면 세계를 의식의 흐름이라는 수법으로 철저히 추구한 영국 여류 소설가인 '버지니아 울프'의 비극적 생애와 불안과 절망의 시대적 슬픔을 표상하는 것이며, '숙녀'는 바로 '버지니아 울프'를 가리킨다.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박인환


<참고 사항>
 
 
 
<생각해 볼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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