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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꿈 이야기/조지훈/현대시 - 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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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꿈 이야기


                                 조지훈
 


  문(門)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마을이 온통
  해바라기 꽃밭이었다.
  그 훤출한 줄기마다
  맷방석만한 꽃숭어리가 돌고
  해바라기 숲 속에선 갑자기
  수천 마리의 낮닭이
  깃을 치며 울었다.
  파아란 바다가 보이는
  산 모롱잇길로
  꽃 상여가 하나
  조용히 흔들리며 가고 있었다.
  바다 위엔 작은 배가 한 척 떠 있었다.
  오색(五色) 비단으로 돛폭을 달고
  뱃머리에는 큰 북이 달려 있었다.
  수염 흰 노인이 한 분
  그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었다.
  꽃상여는 작은 배에 실렸다.
  그 배가 떠나자
  바다 위에는 갑자기 어둠이 오고
  별빛만이 우수수 쏟아져 내렸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면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 <사상계> (1961.8)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 운율 : 내재율
* 주제 : 삶과 죽음에 대한 초월적 인식
* 성격 : 환상적
* 표현 : 수미상관법
* 어조 : 담담하고 평이한 이야기체
* 출전 : <사상계> (1961.8) 
 
<작품 도해>
 
         마을   ---  산모롱이길 ---  바다
     (삶의 세계)                      (죽음의 세계)
 
        꿈의 세계 ---- 문 ----  현실의 세계

 

<황소 감상>

  담담한 이야기체의 형식을 빌어 삶과 죽음에 대한 시인의 인식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이다. 이 작품에서 마을과 바다라는 두 개의 공간은 삶과 죽음의 세계를 암시하는 공간이다. 즉 '마을'은 해바라기가 피어있는 꽃밭과 낮닭이 활기차게 깃을 치는 삶의 세계이며, '바다'는 저승사자로 보이는 수염 흰 노인이 뱃전에 기대어 피리를 불며 꽃상여를 싣고 떠나는 죽음의 세계를 표상한다. 이 때 산모롱이길은 마을과 바다를 매개시켜 주는 공간으로 삶과 죽음의 세계는 이어져 있다는 인식을 엿볼 수 있다. 또한 이 작품에서 '문'은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를 이어주는 통로이지만 그 '문'은 결국 '문이 아니었다'로 이해되듯 삶과 죽음은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에서 구별됨이 없이 동일하다. 즉 꿈과 현실이 동일시되듯 삶과 죽음의 세계마저 동일시하고 있는 시인의 초월적 인식이 드러난 작품이다.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조지훈

<참고 사항>
 
 문의 의미
  이 시에서 `문` 은 시상을 열고 닫는 개폐 기능(over lap)을 수행하고 있으며, 의미론적으로는 실존의 문이라 할 수 있다. 잠자리에서 문을 열고 들어가서 보면 꿈속의 세계인 그 문(門) 안은 현실과 죽음이 이어진 세계이다. 문을 닫고 나와서 보아도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래서, "그것은 문이 아니었다." 라고 말할 수 있으며, 꿈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삶과 죽음이 연속되어 있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장자의 호접몽(胡蝶夢)
  어느날 장자는 꿈에 나비가 되었다. 날개를 펄럭이며 꽃 사이를 즐겁게 날아다녔다. 너무도 기분이 좋아서 자신이 장자인지도 몰랐다. 그러다 불현 듯 꿈에서 깨었다. 깨고 보니 자신은 나비가 아니라 장자가 아닌가? 장자는 생각에 잠겼다. "아까 꿈에 나비가 되었을 때는 나는 내가 장자인지 몰랐다. 지금 꿈에서 깨고 보니 나는 분명 장자가 아닌가?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정말 장자인가, 아니면 나비가 꿈에서 장자가 된 것인가? 지금의 나는 과연 진정 나인가? 내가 나비였던지? 아니면 나비가 지금 나로 변한 것인지?" 그렇다! 만물이 순환을 거듭하는 이치라면 지금의 나는 나비일지도, 아니면 나비가 나로 변한 것일 수도 있지 않은가?
==> 이 시에서 화자는 꿈과 죽음의 세계를, 그리고 삶과 죽음의 세계를 장자의 호접몽과 같이 서로 넘나들수 있는 세계로 파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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