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집살이 노래
형님 온다 형님 온다 분(粉)고개로 형님 온다.
형님 마중 누가 갈까. 형님 동생 내가 가지.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이애 이애 그 말 마라 시집살이 개집살이.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고추 당추 맵다 해도 시집살이 더 맵더라.
둥글둥글 수박 식기(食器) 밥 담기도 어렵더라.
도리도리 도리 소반(小盤)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
오 리(五里) 물을 길어다가 십 리(十里) 방아 찧어다가,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 두 방에 자리 걷고,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니같이 어려우랴?
나뭇잎이 푸르대야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시아버니 호랑새요 시어머니 꾸중새요,
동세 하나 할림새요 시누 하나 뾰족새요.
시아지비 뾰중새요 남편 하나 미련새요,
자식 하난 우는 새요 나 하나만 썩는 샐세.
귀 먹어서 삼년이요 눈 어두워 삼년이요,
말 못해서 삼년이요 석 삼년을 살고 나니,
배꽃 같던 요내 얼굴 호박꽃이 다 되었네.
삼단 같던 요내 머리 비사리춤이 다 되었네.
백옥 같던 요내 손길 오리발이 다 되었네.
열새 무명 반물 치마 눈물 씻기 다 젖었네.
두 폭 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울었던가 말았던가, 베개 머리 소(沼) 이겼네.
그것도 소이라고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
쌍쌍이 때 들어오네.
【작품 개관】
* 작자 : 미상
* 갈래 : 민요(경북 경산 지방), 부요(婦謠)
* 문체 : 가사체, 내간체, 대화체
* 율격 : 4·4조 중심의 4음보 연속체(連續體)
* 성격 : 여성적, 서민적, 풍자적, 해학적
* 표현 :
- 반복, 대구, 대조, 열거 등 다양한 형태 사용(둥글둥글 수박 식기, 도리도리 도리 소반)
- 대화 형식 (사촌동생과 사촌언니의 대화)
- 해학적 표현(시집 : 개집, 시집식구들의 성격을 표현)
* 내용 : 자질구레하고, 힘든 일이 산더미같고, 시부모, 시누이, 시아주버니, 남편 모시기가 고된 시집살이
* 의의
- 서민들의 애환을 담은 민중의 노래로서 일종의 민중시이다
- 어느 개인의 사상의 표현이나 감정의 토로가 아니고 민중 공유의 감정의 표출이다
- 4음보의 연속체라는 점에서 가사 문학과 율격의 공통성을 지닌다.
* 제재 : 시집살이
* 주제 : 시집살이의 서글픔, 시집살이의 한과 그 체념.
* 채집지 : 경북 경산
* 구성 : 기·서·결(起敍結)의 3단 구성
- 기 : 형님 온다 형님 온다 - 형님 동생 내가 가지. (형님 마중)
- 서 : 형님 형님 사촌 형님 시집살이 어떱뎁까? - 두 폭 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고된 시집살이의 묘사
- 결 : 울었던가 말았던가 베개 머리 소(沼) 이겼네. - 쌍쌍이 때 들어오네. 해학적인 체념
【어구 풀이】
- 분(粉)고개 : 지명으로 추측
- 형님 : 시집갔던 언니
- 보고저즌 : 보고 싶은
- 어떱뎁까? : 어떠합니까. 사촌동생의 시집살이에 대한 호기심이 담겨 있음
- 시집살이 개집살이 : 시집을 개가 사는 '개집'이라고 비유하여 시집살이에 대한 어려움을 간접적으로 나타낸 해학적 표현. 사촌 자매의 대화 형식.
- 앞밭에는 당추 심고 뒷밭에는 고추 심어 : 고추와 당추는 같은 말로 음의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반복 표현, 또는 같은 음의 반복을 피하기 위해 달리 표현됨.
- 수박 식기 : 수박 모양으로 둥글게 생긴 밥그릇.
- 도리도리 도리 소반(小盤) : 소반은 둥글고 작은 밥상. 음의 유사성을 바탕으로 한 언어 유희. 자그마한 밥상이 어린아이가 도리질하듯 이리저리 흔들린다.
- 수저 놓기 더 어렵더라 : 예의범절을 갖추어 시집 식구의 밥상을 차리기가 어려움을 표현한 구절
- 오 리(五里) 물을 길어다가 : ‘오리나 떨어진 곳에서 물을 길어다가’에서 당시 여성들의 고생스러움을 알 수 있다.
- 십 리(十里) 방아 찧어다가 : 당시 여성들의 일하는 동선이 길었다는 말로 여성들의 가사의 어려움을 엿볼 수 있는 구절
- 아홉 솥에 불을 때고 열두 방에 자리 걷고 : 식구가 많은 3대가 함께 사는 대가족임을 알 수 있다. 시집살이의 일상사 앞에 수 관형사를 붙여 그만큼 일이 많고 어렵다는 사실을 과장하여 표현
- 외나무다리 어렵대야 시아버니같이 어려우랴 : 시아버지 앞에서의 행동이 외나무다리를 건너기보다 더 조심스럽고 어렵다. 시아버지 앞에서 행동의 어려움을 말함. 정신적 고통.
- 시어머니보다 더 푸르랴 : 기세가 등등하고 무서우랴. 우리말의 색채어 중에는 의미의 확장을 통해 그것이 지니고 있던 원래의 의미인 빛깔 그 자체와는 거리가 먼 다른 뜻을 비유적으로 표현할 때 사용되는 것들이 있다.
- 시아버니 호랑새 : 호랑이 같이 무서운 새. 대하기 어려운 사람. 사람을 새로 나타냄.
- 동세 : 동서(同壻), 형제의 아내끼리 일컫는 말.
- 할림새 : 남의 허물을 잘 고해바치는 새라는 뜻. '할림'은 '할리다(참소하다)'에서 온 말.
- 뾰족새 : 성을 잘 내는 새, 앙칼지다. 새침하고 까탈스럽고 불만이 많은 사람
- 시아지비 뾰중새 : 불만이 많고 성을 잘 내며 무뚝뚝해 상대하기 어려운 사람.
- 남편 하나 미련새 : 미련하고 어리석은 새라는 말로 남편의 모자람을 말함.
- 나 하나만 썩는 샐세 : 속이 썩는다. 마음속으로 애를 태운다. 시집 식구들을 새에 비유하여 화자의 처지를 익살스럽고 해학적으로 표현.
- 말 못해서 삼년이요 석 삼년을 살고 나니 : 삼년이 세 번으로 곧 9년을 말함, 못 들은 척, 못 본 척, 하고 싶은 말도 참고 살아야 하는 가부장제하의 시집살이 어려움.
- 배꽃 같던 요내 얼굴 호박꽃 : 호박꽃은 예쁘지 않은 여자를 비유한 말. 대조법.
- 삼단 : 삼의 묶음으로 숱이 많고 긴 물건.
- 비사리춤이 다 되었네.> : 싸리의 껍질같이 거칠어진 모양이 되었네. 고된 시집살이로 볼품없이 됨.
- 백옥 같던 요내 손길 : 섬섬옥수
- 오리발이 다 되었네 : 거칠고 투박해진 손이 다 되었네. 대조적인 표현을 통해 시집살이의 고단함을 드러냄.
- 열새 무명 : 아주 발이 고운 무명. 아주 곱게 짠 무명.
- 반물 치마 : 짙은 남빛 치마
- 두 폭 붙이 행주치마 콧물 받기 다 젖었네 : 고된 시집살이.
- 울었던가 말았던가 : 울었는지 말았는지 할 정도였는데
- 베개 머리 소(沼)이겼네 : 눈물이 연못을 이루었네
- 거위 한 쌍 오리 한 쌍 : 자식들을 빗댄 말로 보기도 함
- 쌍쌍이 때 들어오네 : 때를 맞추어 들어온다. 떼를 지어 들어온다. 물에 떠서 들어온다, 어린 자식들이 어미 품을 파고드는 모습을 과장법과 해학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괴로운 생활을 자식들을 보며 시집살이의 고통과 좌절을 극복하게 해줌. 다시 말해서 자식들로부터 받는 마음의 위안. 해학적인 체념
【작품 감상】
'시집살이'란 제명(題名)은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모든 노래를 의미하며 여기에 소개된 노래는 그 중의 하나이다. 이 노래는 경북 경산 지방의 부녀자들에 의해 구전되던 부요(婦謠)로 봉건적인 가족제도 아래서 겪는 시집살이의 어려움을 주제로 삼았다.
'시집살이 노래'는 남성 중심의 봉건적 대가족 제도 아래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를 사촌 자매간의 대화 형태로 표현한 민요이다. 이 노래는 시집살이를 내용으로 한 민요(民謠)로 서민들의 소박한 애환을 담은 민중의 노래로 볼 수 있다. 또한 '시집살이'라는 부요(婦謠)는 여성 생활의 불행을 고발(告發)하는 의지를 강하게 보인 민요라고 할 수 있다.
이 작품은 봉건 사회의 대가족 제도에서 여자가 겪어야 하는 시집살이의 고뇌가 사실적으로 표현되고 있다. 층층시하(層層侍下:부모,조부가 다 살아 있는 시하)의 모든 시집 식구들과 아내의 괴로움을 몰라주는 남편을 원망하고 있다.
며느리만이 겪어야 하는 불행에 대한 항거가 거리낌 없이 드러나 호소력(呼訴力)을 가진다. '귀머거리 삼 년, 장님 삼 년, 벙어리 삼 년'이란 말처럼 갖은 고통을 견디며 살아야 했던 옛 여성들의 모습이 소박하고도 간결한 언어로 압축되어 있다. 그러면서도 결말 부분에서는 해학적인 언어로 체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 작품의 문학적 진실성이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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