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가(怨歌) |
출전 : 삼국유사 권5, 신충괘관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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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의 잣(栢)이 <주 : 마지막 두 구는 전하지 않음> |
신라 때의 승려 신충이 지은 향가로 원래는 10구체 형식이었다고 하나 현재는 후구(後句)가 없는 8구체로 전한다. <혜성가>와 함께 주술적인 힘을 가진 노래로 볼 수 있으며, 잣나무를 왕 또는 왕과의 약속으로 설정하고 신의를 저버린 임에 대한 원망의 정조를 노래하고 있다.
[작품 개관]
* 형식 : 10구체 향가(마지막 두 구는 전하지 않음)
* 연대 : 신라 효성왕 1년(737년)
* 성격 : 주술적, 상징적, 비유적
* 표현 : ① 왕을 잣나무에 비유하여 잣나무에 작용하는 것은 왕에게도 작용함
② 임금에게 잊혀진 화자의 처지를 달 그림자가 물결에 사라지는 것에 비유함
* 주제 : 신의를 저버린 임을 원망함
* 지은이 : 신충
[배경 설화]
효성왕이 아직 왕위에 오르기 전에 현명한 신하 신충과 궁중 뜰의 잣나무 아래서 바둑을 두며 말하였다. “다음 날 내가 결코 그대를 잊지 않을 것을 이 잣나무를 두고 맹세하리다.” 하니 신충은 일어나 절을 했다. 몇 달이 지나 왕이 즉위하고 공로가 있는 신하들에게 상을 줄 때 신충을 잊고 차례에 넣지 못했다. 신충이 원망하여 노래를 지어 잣나무에 붙였더니 잣나무가 갑자기 누렇게 되었다. 왕이 이상하게 여겨 사람을 시켜 살펴보도록 하였는데 나무에서 노래를 찾아내어 바쳤다. 왕이 크게 놀라 “일이 너무 복잡하고 바빠서 공신을 잊었구나.”하고 불러서 벼슬을 주었다. 나무가 다시 살아났다. 노래는 이러하다. |
[작품 감상]
여기서 앞의 4구는 배경설화에 소개된 노래의 유래 설명과 완전히 일치한다. 즉, 효성왕이 작자에게 잣나무를 두고 맹세한 사건의 경위가 그대로 노래의 문맥에 표출되어 있다. 잣나무는 상록수이므로 가을이 되어도 낙엽이 지지 않는다. 그 불변의 상록수처럼 작자를 중용(重用)하겠다는 왕의 약속과는 달리 왕의 태도는 차가운 겨울처럼 돌변하였다. 제4구의 비유적 표현은 왕의 냉혹한 약속 위반을 의미한다. 이 부분까지는 왕의 태도변화에 대한 작자의 원망이 분출되어 있다.
뒤의 4구는 앞 4구의 결과로 인하여 고난에 처한 작자의 상황을 자탄하는 형식으로 표현한 것이다. 연못의 물결에 일그러지는 달 그림자, 물결에 밀려나는 모래로 작자의 고난에 찬 현실, 등용되지 못하고 소외당한 현실을 차원 높은 비유로 노래하였다. 그 밑바탕에는 물론 원망의 감정이 응어리져 있다. 왕을 존경하는 마음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현실의 상황은 ‘모든 것을 잃어버린 처지’라고 절망으로 끝맺었다.
이처럼 작품 전체에 왕의 약속 위반에 대한 원망과 그로 인한 소외감 및 좌절·절망의 심경이 처절하게 분출되어 있다. 맨 끝구절은 의연한 체념으로도 볼 수 있고 소외된 자의 처절한 절망으로 볼 수도 있다. 후자의 관점을 따를 경우, 이러한 절망의 감정은 곧 원망과 접맥되어 있으며, 이 같은 원망의 언어가 주술력을 얻어 잣나무를 시들게 할 수 있다는 신념으로까지 나아간 것으로 보인다.
[참고 사항]
1. 원가(신충) hwp 정리 파일
2. 신충
신충은 신라의 문신으로 효성왕이 잠저(潛邸) 때 자기를 중용하겠다고 한 약속을 지키지 않으므로 《원가(怨歌)》를 지어 항의하자 왕이 뉘우쳐 작록(爵祿)을 내렸다. 739년(효성왕 3) 이찬 중시(伊粥中侍), 757년 상대등(上大等)에 승진하였다. 763년(경덕왕 22) 벼슬에서 은퇴하고, 승려가 되어 단속사(斷俗寺)를 건립하였다고 한다.
3. 잣나무의 역할
이 작품은 효성왕을 시적 독자로 하였을 경우에 왕이 맹세를 깨고 있다는 사실을 간접적으로 표현하여, 우선 왕으로 하여금 맹세를 이행하도록 일차적으로 촉구한다. 다른 면으로는 그 보증자이고 징계주체인 잣나무로 하여금 보증과 징계의 책임을 지고 변색하여 왕이 이 변색을 보고 맹세를 이행하도록 다시 촉구하는 동시에 나무에 이상이 발생하며 왕권에 흉한 일이 일어난다는 속신(俗信)을 바탕으로 왕에게 다시 압박을 가하는 삼중의 장치를 담고 있다.
4. '원가' 김완진 교수의 해독
질 좋은 잣이
가을에 말라 떨어지지 아니하매,
너를 중히 여겨 가겠다 하신 것과는 달리
낮이 변해 버리신 겨울에여.
달이 그림자 내린 연못 갓
지나가는 물결에 대한 모래로다.
모습이야 바라보지만
세상 모든 것 여희여 버린 처지여
5. 향찰 원문
物叱好支柏史
秋察尸不冬爾屋支墮米
汝於多支行齊敎因隱
仰頓隱面矣改衣賜乎隱冬矣也
月羅理影支古理因淵之叱
行尸浪 阿叱沙矣以支如支
遝史沙叱望阿乃
世理都 之叱逸烏隱第也
後句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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