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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녀음[貧女吟]/허난설헌/한시 - 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7.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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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녀음 [貧女吟]

 

출전 : '난설헌집(蘭雪軒集)'(1608)

   手把金剪刀(수파금전도)       가위로 싹둑싹둑 옷 마르느라면
   夜寒十指直(야한십지직)       추운 밤에 손끝이 호호 불리네
   爲人作嫁衣(위인작가의)       시집살이 길옷음 밤낮이건만
   年年還獨宿(년년환독숙)       이 내 몸은 해마다 새우잠인가

 

<해설>
  섬세한 필치로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한 허난설헌(許蘭雪軒)의 한시이다. '빈녀음'이란 제목이 뜻하는 것은 '가난한 여인의 노래'라는 뜻이다. 가난한 여인의 안타까운 처지를 노래한 이 작품은 자신의 소망은 가슴 속에 묻어둔 채 남의 옷을 짓는 여인의 모습을 통해 당시의 불평등한 사회 현실을 우회적으로 고발한 현실비판적인 참여시이다. 조선조 여류 문학을 대표하는 허난설헌의 불우한 삶이 투영된 작품으로 볼 수 있으며, 여성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여인의 고달픈 삶을 사실적으로 그려낸 이 시는, 주로 여인의 독특한 감상을 노래함으로써 애상적 시풍의 개성적인 시세계를 이룩한 허난설헌의 작품세계를 잘 드러내주는 것으로 평가된다.

 

<작품 개관>

- 형식 : 오언절구(五言絶句)의 한시(漢詩), 전4수로 이루어진 연작시 중, 제4수
- 운자(韻字) : 제2,4구의 마지막 글자 '직(直)·숙(宿)'
- 구조 : 기, 승, 전, 결의 4단 구성
     제1구(기) : 가위로 옷감을 잘라 옷을 마름
     제2구(승) : 추운 겨울밤에 손끝이 곱아서 입김을 불어가며 바느질하는 여인의 고통스런 삶
     제3구(전) : 남이 시집갈 때 입는 옷을 만듦
     제4구(결) : 밤새워 바느질을 하건만 가난 때문에 시집갈 날은 점점 멀어져가는 자신의 불우한 처지를 한탄함.
- 연대 : 조선 선조 때
- 성격 : 현실 비판적, 애상적
- 제재 : 길쌈옷
- 주제 : 가난 때문에 시집 못 가는 여인의 한(불평등한 현실비판)
- 지은이 : 허난설헌(許蘭雪軒)
- 출전 : '난설헌집(蘭雪軒集)'

<참고 사항>

 

1. 허난설헌 한시의 표절 문제 - 박현규 교수
  한글소설 「홍길동전」을 쓴 허균의 누나요 한국문학사에서 제일의 천재 여류시인이라는 허난설헌(1563~1589)의 한시(漢詩) 중 상당수가 중국 시를 베끼거나 베낀 흔적이 역력하다는 충격적인 연구결과가 나왔다.
  사실 허난설헌 작품이 표절이라는 지적은 이미 그녀와 같은 해에 태어난 이수광이 「지봉유설」에서 공식 제기한 것을 비롯해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중국에서도  끊이지 않았으나 몇몇 작품 위주였고 종합적인 고찰은 없었다.
  더구나 허난설헌이라는 이름이 한국문학사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워낙  우뚝해서인지 현대 한국한문학계에서는 표절 문제를 고의로 피해갔다.
  하지만 중문학 및 한중 문화교류사 전공인 순천향대  중어중문학과  박현규(42) 교수가 현존하는 허난설헌 작품을 종합 분석한 결과 절반 이상이 중국 한시를  베끼다시피 한 표절임을 밝혀냈다고 2일 말했다.
  박 교수는 먼저 허난설헌 한시들을 청나라 강희제의 명으로 전체 당나라 시작품을 모은 「전당시」(全唐詩)에 수록된 중국 시들과 비교했다.
  박 교수는 허난설헌 작품이 표절이다 아니다 하는 판단 근거를 '다른 시에서 절반 혹은 그 이상을 베꼈을 경우'로 설정했다. 그 결과는 놀라웠다.
  조사대상 작품 중 대다수가 중국시에서 베껴왔거나 그런 흔적이 농후한  것으로 나타났다면서 대표적인 표절 작품의 실례로 10개를 들었다.
  예컨대 '축성원(築城怨)'이란 작품은 백거이와 쌍벽을 이뤘던 원진(元桭)이라는 중국시인의 '고축성곡(古築城曲)'을 한 글자만 빼놓고 그대로 베꼈으며 '가객사(賈客詞)'는 양릉(楊凌)의 '가객수(賈客愁)'를 몇 글자만 고쳤다.
  또 '빈녀음'(貧女吟)은 장벽(張碧)이라는 시인의 '빈녀'(貧女)'를 표절한 작품으로 알려졌는데, 특히 제1수는 전4구를 그대로 표절했으며, 나머지 3수도 유사한 흐름을 보이는 것으로 판명되었다. '양류지사(楊柳枝詞)'는 당나라 때 이익(李益)이 쓴 '도중기이이(途中寄李二) '와 놀랍도록 일치하고 있다.
  박 교수는 이들 작품은 누가봐도 표절로 밖에 볼 수 없는 경우이고 다른 허난설헌 작품 곳곳에서도 당시(唐詩)에서 베껴온 구절들이 부지기 수에 달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박 교수의 이번 연구결과는 중국 시 중에서도 당시만을 비교한 것이지만 그 범위를 다른 시대로 확대할 경우 더 많은 표절 사례가 나올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로 이수광은 「지봉유설」에서 중국 사람의 말을 인용해 허난설헌이  8세때 지었다는 '광한전백옥루상량문(廣寒殿白玉樓上梁文)'이 명나라 시를 베낀  것이라고 호된 비판을 하기도 했다.
  그러면 도대체 누가 표절했을까? 허난설헌 자신일 수도 있으나 박 교수는 '결정적인 증거는 없다'면서도 동생 허균을 지목하고 있다.
  박 교수는 '당시 허균과 동일한 시대에 활약한 사람들이 표절 편찬자로  허균을 지목하고 있었고 또 그가 일찍이 중국에 갔다가 위작서를 만들어 조선 조정을  기만한 사건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한마디로 현존하는 허난설헌 작품 중에는 표절 흔적이 매우  역력하다는 결과를 얻었으며 이로써 지난날 허난설헌 작품의 표절 시비에 대한 논쟁이 종식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태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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