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현대문학자료실/현대소설자료실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조세희/현대소설-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by 황소 걸음 2017. 2. 9.
반응형

조세희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해설>
  같은 제목의 연작 12편 중, 네 번째에 해당하는 중편 소설이다. 1970년대 한국 소설이 거둔 중요한 결실로 평가되는 작품으로서 전혀 낙원이 아니고 행복도 없는 '낙원구 행복동'의 소외 계층을 대표하는 '난장이' 일가(一家)의 삶을 통해 화려한 도시 재개발 뒤에 숨은 소시민들의 아픔을 그리고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 소설, 연작 소설, 사실주의 소설
* 배경 : 공간적 - 서울의 변두리, 시간적 - 1970년대
주제 : 도시 빈민의 삶의 고통과 좌절
성격 : 사회 고발적. 사실적. 현실 반영적.
시점 : 1인칭 주인공 시점(1,2,3부가 각각 영수, 영호, 영희의 시점에서 서술됨)
출전 : <문학과 지성> (1976)
* 구성 : 1부(서술자 - 영수). 2부(서술자 - 영호). 3부(서술자 - 영희)
      1부 - 철거 통지를 받는다. 가족들의 생활이 시간적으로 교차되면서 중첩되어 묘사된다.
      2부 - 영희의 가출. 입주권을 투기업자에게 팔고 철거반원에 의해 집이 철거된다.
      3부 - 투기업자에게 순결을 빼앗긴 영희는 금고 안에서 입주권과 돈을 들고 나와 입주 절차를 마치나 아버지의 죽음을 확인하고는 사회에 대해 절규한다.

<줄거리>
  난쟁이인 아버지 그리고 어머니, 큰아들 영수, 둘째 아들 영호, 그리고 딸 영희는 힘겹게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도시 빈민 계층이다. 그들은 이러한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꿈을 잃지 않고 살아가지만 집을 철거하겠다는 계고장이 날아들면서 비극은 시작된다. 행복동에 있는 집들을 철거하는 대신 주민들에게는 아파트 입주권이 주어진다. 그러나 입주권이 있어도 돈이 없는 주민들은 투기업자들에게 입주권을 팔고 동네를 떠나게 된다. 투기업자들의 농간으로 입주권의 값이 오르자 영수네도 입주권을 팔아 버린다. 그러나 명희네 전세값을 주고 나니 남는 것이 없어 결국 거리에 나앉게 될 처지에 놓인다. 그 동안 영수네는 아버지의 벌이로 근근히 살아왔으나 아버지가 몸져눕자 어머니와 영수가 생계를 이어 가고 영희와 영호도 몇 달 간격으로 학교를 그만두게 된다. 집을 나간 영희는 아파트 투기업자 사무실에 취직했다가 그에게 순결을 빼앗긴다. 어느 날 영희는 투기업자가 자기에게 했듯이 그를 마취시키고 그의 서류 가방에서 아파트 입주권과 돈을 훔친다. 동사무소에 가서 서류 신청을 마치고 가족들을 찾아오지만 집은 이미 철거를 당한 뒤였다. 아버지가 벽돌 공장 굴뚝에서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 영희는 큰오빠인 영수에게 아버지를 난쟁이라고 부르는 악당은 죽여 버리라고 말한다.

<등장 인물>
- 큰아들(영수) : 공장을 전전하다가 노동 운동에 뛰어든다.  현실을 냉정하게 판단하는 능력이 있고 주관이 뚜렷하다. 집안의 장남으로서 현실적인 모습도 보인다.
- 둘째 아들(영호) : 노동자. 은강 전기 회사에서 연마(硏磨) 일을 한다. 성격이 급하고 싑게 흥분하며, 현실에 대해 반감을 갖고 있다.
- 딸(영희) : 순수한 마음을 갖고 있다. 집의 막내로서 여린 모습을 보이나, 온갖 궂은 직업을 경험한다. 
- 아버지 : 변두리 생활로 전전(轉轉)함. 삶의 절망 끝에 공장 굴뚝 위에서 '달나라'를 향해 종이 비행기를 날리고 작은 쇠공을 쏘아 올리다 추락사한다. 현실을 초월한 이상의 세계를 갈망하는 인물.
- 어머니 : 어려운 현실 속에서 지쳐있다. 노동 현장에 뛰어들어 어렵게 가계를 꾸려 나가며, 아버지를 감싸며 위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다.

 

<감상>
  이 작품은 도시 빈민의 궁핍한 생활과 자본주의 모순 속에서 노동자의 현실적 패배가 어떠한 방식으로 진행되는지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는 소설이다.
  같은 제목의 연작 열두 편 중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는 이 소설은 특히 1970년대 한국 소설의 기념비적 예광탄이라고 평가되는 작품이다. 이 글에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도시 노동자의 여러 문제는 우리 사회가 당면한 엄연한 현실이다. 개발이라는 명목으로 철거되는 삶의 터전, 최저 생계비에도 못 미치는 임금 수준, 열악한 작업 환경, 가진 자의 억압과 술책 등 당시 사회의 모순을 짊어진 한 전형이다.
  작가는 '난장이'로 대변된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노동자의 삶의 모습, 1970년대의 핵심 문제인 노동 조건을 폭로한다. 여기에 시점의 잦은 이동 등의 기법적 새로움과 함께 서정적인 아름다움까지 보여 준다. 예를 들면, "나는 햇살 속에서 꿈을 꾸었다. 영희가 팬지꽃 두 송이를 공장 폐수 속에 던져 넣고 있었다."
  이 대목에서 꽃을 던지는 영희의 행동이 영호의 꿈속에서인지 실제의 그것인지 분명하지 않은 가운데 '팬지꽃과 폐수', '귀여운 소녀와 꽃을 버리는 행위'의 대조적인 이미지를 통해 강렬한 시적 호소력을 보여 주고 있다.
  작가는 난쟁이 일가로 대변되는 가난한 소외 계층과 공장 근로자들의 삶의 조건과 모습을 파헤침으로써 70년대 이 사회의 가장 핵심적인 문제였던 우리의 노동 현실을 적나라하게 폭로하고 있다. 여기에 과거와 현재의 중첩(重疊), 환상적인 분위기의 조성, 시점의 잦은 이동 등의 기법적 새로움과 함께 서정적인 아름다움까지 보여 준다.
  그리고, 이 글의 결말은 난쟁이 일가의 패배로 끝난다. 아마도 그들은 그렇게 계속 살아갈 것이다. 그러나 영희의 절규은 더 이상은 '난장이'로 남지 않겠다는 강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영희는 '거인'을 꿈꾸고 있는 것이다.          <'서주홍의 문학 속으로'에서>

 

<작가 연구>

 

 

<참고 사항>

 작품의 구조 분석
  이 작품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이분법적 대립 구조로 되어 있다. 작가는 공간적으로 도시 변두리의 철거민 촌, 계층적으로 비숙련 노동 계층의 비참한 생활상과 잘사는 계층의 화려하고 타락한 생활상을 대조적으로 제시하고, 못 가진 자의 비참한 삶과 그들의 회의와 방황, 의식구조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이 작품에 나타나는 이러한 구조는 작가가 70년대 한국의 사회상을 착취와 피착취의 이분법으로 파악했음을 극명하게 보여 준 것이다.
  특히 못 가진 자의 삶의 공간으로 설정된 '행복동'은 '가진 자'와 '못 가진 자'의 대립구도를 확인하고 그 모습을 더욱 선명하게 보여 주기 위해 설정한 것으로 반어적 의미를 지닌다.

 

  20쇄 출간에 즈음한 작가의 말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200쇄를 기록했지만, 지금 상황은 처음 이 소설을 쓰던 때와 똑같아 보입니다. 가난 사람들은 날마다 자본에게 매를 맞고 착취당하고 있어요. 억압의 시대를 기록한 이 소설이 아직도 이 땅에서 읽히는 것은 역설적이게도 30여년 전의 불행이 끝나지 않았음을 증명합니다. 200쇄 출간은 부끄러운 기록입니다.      - EBS '지식 채널 e'

 

  이 작품에 사용된 기법
  이 작품은 환상과 현실의 교묘한 배합과 상징적 구조물의 중첩, 그리고 시점의 잦은 이동과 연작 형태의 다양한 시각 확보 등에서 새로운 기법을 보여 주었다. 시점은 1인칭 주인공 시점으로 되어 있으나 장면에 따라 순간순간 바뀌는 모습을 보이고 있으며, 문체는 70년대의 현실 참여적인 작품들에서 일반적으로 발견되는 거칠고 투박한 것에서 벗어나 세련되고 잘 다듬어진 문체를 보이고 있다.

 
'뫼비우스의 띠'와 '클라인 씨의 병'이 상징하는 것
  연작소설집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에서 첫머리에 놓여 있는 '뫼비우스의 띠'에는 뫼비우스의 띠와 뫼비우스의 입체를 생각해 보라는, 고교 삼학년 교실에서 수업을 진행하는 수학 교사의 말이 작품 앞뒤에 놓여 있고, 그 사이에 앉은뱅이와 꼽추의 이야기가 끼여 있다. 그 이야기는, 헐값으로 딱지(재개발 지역의 입주권)를 넘긴 앉은뱅이와 꼽추가 브로커의 농간을 알아채고 그를 살해, 복수하는 내용이다. 그렇다면 연작의 첫머리에 암호처럼 놓여 있는 뫼비우스의 띠가 의미하는 것은 무엇인가. 우선 소설 속 수학 교사의 말을 들어 보자.
 "내가 마지막 시간에 왜 굴뚝 이야기나 하고, 띠 이야기를 하는지 제군은 생각해 주리라 믿는다. 차차 알게 되겠지만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이제 대학에 가 더 많은 것을 배우게 될 것이다. 제군은 결코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 나는 제군을 정상적인 학교 교육을 받은 사람. 사물을 옳게 이해할 줄 아는 사람으로 가르치려고 노력했다. 이제 나의 노력이 어떠했나 자신을 테스트해 볼 기회가 온 것 같다. 다른 인사말은 서로 생략하기로 하자."
  여기에서 교사가 공동체의 선을 위한 사회적 윤리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음을 이해하기는 어렵지 않다. 그렇다면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한 쪽 면만 갖는 곡면의 세계 즉 뫼비우스의 띠의 눈으로 보는 세계의 구체적 실상은 무엇인가.
  철거민들과 그들에게서 입주권을 터무니없이 싼 값으로 사 들인 부동산업자 사이의 갈등에서 피해자인 철거민이 가해자가 될 수밖에 없는 현실(경제적 착취에 맞서는 또 다른 폭력)이 그것이다. 피해자와 가해자를 구별할 수 없는 현실, 여기에 안팎을 구별할 수 없는 '뫼비우스의 띠'가 놓여 있다. 그러니까 작가는 이와 같은 비극적 현실에 분노하면서, 이런 비극을 낳는 사회 구조의 모순 쪽으로 눈을 돌릴 것을 요청하고 있는 것이다.

  안팎이 없는 닫힌 공간을 보여 주는 '클라인 씨의 병'(뫼비우스의 입체)도 연작의 주제를 전달하는 중요한 상징이다.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밖이 곧 안입니다. 안팎이 없기 때문에 내부를 막았다고 할 수 없고, 여기서는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습니다. 벽만 따라가면 나갈 수 있죠. 따라서 이 세계에서는 갇혔다는 그 자체가 착각예요.('클라인 씨의 병'에서)
  갇힌다는 게 아무 의미가 없는 세상은 그러나 현실에 실재하지는 않는다. 현실 세계에서 보이는 힘과 부의 편중은 갇힘과 나눔을 피할 수 없는 질서로 만들어 놓았다. 난쟁이 일가가 살고 있는 현실이 바로 그렇다. 그러나 클라인 씨의 병이 보여 주는 것은 '갇힘이 착각일 수 있다'는 발상의 뒤집음이다. 그것은 갇힘이 불변하는 절대적 현실이 아닐 수도 있음을 환기시키는 상상력이다. 이 상상력에 기대어 작가는 헤어날 길 없는 절망적 현실에 갇힌 난쟁이에게 꿈을 불어 넣을 수 있었다. '사랑으로 일하고 사랑으로 살며 사랑으로 비를 내리게 하는'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가 그것이다.
  이 '아름답고 순수한 세계'가 난쟁이의 경우에는 '달나라'이다. '이 땅에서 끝까지 고생하다 바짝 마른 몰골로 죽기' 전에 '힘든 일에 눌려 허우적거리다 숨을 거두기' 전에 난쟁이가 가고 싶어하는 '달나라'는 물론 상상 속의 세계이다. 그러나 그 상상 속의 세계는 난쟁이가 그린 '사랑'의 세계이다.
  상상 속에서나 그 존재가 가능할 기묘한 현실이 클라인 씨의 병처럼 엄연한 실체로서 존재하고 있는 이상, 난쟁이가 소망한 또 하나의 상상 속의 세계가 실재하지 말라는 법은 없다. 난쟁이의 소망이 우화적인 색채를 띠지 않고 구체적인 삶의 무게를 지니는 것은 바로 이와 같은 작가의 현실 인식이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을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연작 12편의 제목
  ① "뫼비우스의 띠" ② "칼날" ③ "우주 여행" ④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⑤ "육교 위에서" ⑥ "궤도 회전" ⑦ "기계 도시" ⑧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⑨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⑩ "클라인씨의 병" ⑪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⑫ "에필로그"


 연작소설집 "난쟁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의 전체 내용

⑴ 뫼비우스의 띠
  아이들이 신뢰하는 수학교사는 마지막 시간에 아이들에게 뫼비우스의 띠와 굴뚝 이야기를 들려 준다. (사이, 곱추와 앉은뱅이는 헐값에 팔아버린 아파트 입주권을 되찾기 위해 입주권을 산 사내에게 폭력을 행사한다. 곱추와 앉은뱅이는 사내의 이득 몫을 뺀 나머지 이십만 원을 자신들의 몫이라며 찾아온다.) 평면인 종이를 길쭉한 직사각형으로 오려서 그 양끝을 맞붙이면 안과 겉 양면이 있게 된다. 그런데 이것을 한번 꼬아 양끝을 붙이면 안과 겉을 구별할 수 없는, 한 쪽 면만 갖는 곡면이 된다. 안과 밖이 구별되지 않는 뫼비우스의 띠는 곧 우리가 갇혔다고 생각한 세상도 갇히지 않는 곳이며, 억압되어 있다고 느껴 탈출을 시도해도 되돌아 올 수밖에 없는 곳이다. 수학 교사는 아이들에게 말한다. "인간의 지식은 터무니없이 간사한 역할을 맡을 때가 많다.... 제군은 제군의 지식이 제군이 입을 이익에 맞추어 쓰여지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 문학과 지성 1976. 여름. / 세대 1976. 2월.

⑵ 칼날

  꿈 많고 총명했던 신애는 책을 쓰는 게 소원이었던 현우와 희망을 품고 결혼한다. 그러나 죽어라 돈을 벌어도 허덕이게 된 부부는 이제 가족 간의 의사 소통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신문만 보는 현우, 학교에서 가르쳐 주는 것은 옳지 않다고 믿는 큰아들, 라디오를 켜 놓고 공부하는 딸. 이들 가족은 공무원, 제과회사 차장 집들에 둘러 싸여 있다. 그들은 다 돈이 많이 드는 자가 수도를 놓고 밤에 물 받는 걱정을 안 한다. 신애는 수도꼭지를 낮춰 달면 물 받기가 수월해진다는 난쟁이의 말을 믿고 그에게 일을 맡긴다. 화가 난 자가 수도 설치하는 사내들은 신애네 집으로 찾아와 난쟁이를 폭행한다. 신애는 부엌의 생선칼로 그들에게 상처를 입히고, 사내들은 살의를 갖고 있는 신애가 두려워 도망 간다. 수도꼭지를 단 그 날 밤 난쟁이의 말처럼 정말 수돗물이 흘러 나왔다./문학사상 1975. 12월.

⑶ 우주 여행

  윤호의 아버지는 윤호를 A대학 사회계열에 보내기 위해 지섭을 가정교사로 데려왔다. 윤호는 지섭을 알게 된 후 세상에 대한 인식을 다르게 하게 되었다. 지섭은 윤호에게 날개를 쓰지 않아 퇴화된 도도새 이야기를 해 주기도 하고, 우주인을 만나게 해 주겠다며 윤호를 데리고 자신이 살고 있는 동네에도 갔다. 난쟁이와 그의 가족들이 살고 있었다. 그 날 밤 윤호와 지섭은 달나라에 관한 얘기를 했다. 학교에서 배운 대로 산소가 없고, 권태로운 달나라 얘기를 한 윤호와 달리 지상에 없는 행복이 달에 있을 거라고 지섭은 말했다. 윤호는 대학에 떨어졌고 지섭은 쫓겨났다. 윤호는 학원에 나가 강의를 받고 개인 그룹을 지어 족집게 특수 지도를 받았다. 윤호는 특수 지도를 받는 아이들 가운데 맑고 깨끗한 은희를 알게된다. 예비고사 날 윤호는 특수 지도반 아이들 중 타락하고 쓰레기 같은 인규로부터 답안지를 보여 달라는 제의를 받는다. 대신 인규가 은희에 대한 관심을 끊겠다는 일종의 거래였다. 스스로에게 환멸을 느낀 윤호는 자살하기 위해 아버지가 숨겨둔 권총을 찾았다. 그 때 은희가 윤호를 방문하고, 윤호는 은희에게 권총을 쏴 자신을 달나라로 보내달라고 한다. 은희는 권총을 쏘는 대신 어머니가 없는 윤호를 어머니처럼 두 팔로 감싸안았다./뿌리깊은 나무 1976. 9월. / 문학과 지성 1977. 봄.

⑷ 난장이가 쏘아 올린 작은 공
  난장이 가족이 사는 낙원구 행복동에 이십 일 안에 자진 철거하라는 철거 계고장이 날아들었다. 동생 영호는 집에서 떠날 수 없다고 버티었고, 울기 잘하는 영희는 훌쩍훌쩍 울기만 하고, 어머니는 무허가 건물 번호가 새겨진 알루미늄 표찰을 떼어 간직했다. 새 아파트에 들어갈 형편이 되지 않는 행복동 주민들은 하나, 둘씩 입주권을 팔기 시작했다. 입주권 가격은 하루가 다르게 치솟아 갔다. 난쟁이네 집도 입주권을 팔고 전셋돈을 빼 주어야 했지만 난쟁이네 가족은 아버지와 어머니가 돌을 이어 나르고 시멘트를 직접 발라 만든 집에 애착을 갖고 있었다. 이웃집 명희 어머니는 명희가 죽고 남긴 통장에 든 돈을 난쟁이네 집에 전셋돈 빼주라고 빌려주었다. 명희는 나(난쟁이 집 큰아들 영수)를 좋아했다. 그녀가 바라던 건 내가 다른 아이들처럼 공장에 가지 않고 공부를 많이 해 큰 회사에 취직하는 것이었다. 그러나 나는 그 약속을 지키지 못했고, 명희는 다방 종업원에서 캐디로, 버스 안내양으로 전전하다가 통장에 십구만 원을 남기고 자살했다. 나와 동생(영호)은 아버지가 더 이상 일을 할 수 없는 형편이 되자 인쇄 공장에 나가게 됐다. 아버지는 당신의 형편에 어울리지 않게 길 건너 고급 주택에서 가정교사를 하는 지섭과 얘기를 나누곤 했다. 지섭은 사랑이 없이 욕망만 떠도는 땅을 떠나 달나라로 가야 한다고 아버지에게 말하고 "일만 년 후의 세계"라는 책을 빌려주었다. 인쇄 공장 사장은 불황이라는 단어를 빌미로 삼아 우리에게 쉬지 않고 일할 것을 강요했다. 나와 영호는 사장에게 가서 힘든 노동 시간에 대해 사장과 협상하려다 일도 제대로 성사시키지 못하고 공장에서 쫓겨났다. 아버지는 나와 영호에게 큰 일을 한 것이라고 추켜 주었다. 입주권 가격이 자꾸 올라가자 난쟁이네 가족은 이십오만 원을 받고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에게 입주권을 팔았다. 집은 헐리고, 영희와 아버지가 사라졌다. 영희는 검정 승용차를 타고 온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영희에게 대꾸하지 않고 말만 잘 듣는다면 많은 돈을 주겠다고 말했다. 영희는 남자를 따라가 좋은 음식을 먹고 남자가 시키는 대로 고분고분 말을 들었다. 영희는 자신이랑 환경이 많이 다른 남자의 집에 적응할 수가 없었다. 그 곳에서 뭐하냐는 어머니의 목소리가 영희에게 들려왔다. 영희는 남자의 금고에서 자신의 집 대문에 달려 있던 알루미늄 표찰을 되찾아 가지고 집으로 돌아왔다. 영희는 표찰을 내고 아파트 입주 신청서에 아버지의 이름과 주민등록 번호를 적어 넣었다. 신애 아주머니는 열이 나 아파하는 영희를 방에 데리고 가 간호를 해 주며 말했다. 아버지가 굴뚝 속에서 죽은 채로 발견 됐다고. / 문학과 지성 1976. 겨울.

⑸ 육교 위에서

  신애는 위가 나빠 병원에 누워 있는 동생을 만나러 가는 길이었다. 혼잡한 사람들을 헤집고 육교를 지나가던 신애는 동생과 단짝 친구가 일하는 직장의 건물을 보고 동생과 동생 친구의 대학 생활과 또 소원해진 관계에 대해 생각한다. 동생과 동생 친구는 학교 때 제대로 자신들의 의사를 밝힐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대학 신문에 기고하기로 결정하고 교수였던 주간에게 보여 준다. 그러나 주간은 불온한 글이라며 싣지 못하게 했다. 둘은 몰래 등사를 해 교내에서 학생들에게 그 글을 나누어 준다. 주간은 둘의 행동에 대해 사태에 대해 정확히 판단하지 못했으며 이제 현실을 파악하라고 충고한다. 둘은 같은 편이라고 생각했던 아이들마저 떠나고 둘 만 남은 느낌을 받는다. 학교를 졸업하고 다시 만난 동생과 동생친구는 입장이 많이 달라져 있었다. 친구의 직장에 주간이 우두머리가 되어 왔고 주간은 자신이 끌어 줄 테니 함께 일하자고 했다는 것이다. 그후 동생 친구는 변했다. 좋은 집에, 아내와 아이를 기르며 안락한 생활의 길로 접어들었다. 신애는 병원에 들려 동생의 아이들이 아무 것도 모르는 채 웃고 있는 사진을 보았다. / 세대 1977. 2월.

⑹ 궤도 회전
  아버지의 기대와 어긋나게 셋째 해 예비고사에서 떨어진 윤호는 철사로 매를 맞았다. 아버지의 기대로부터 자유로워진 윤호는 '노동수첩'이라는 책을 읽었다. 윤호는 행복동에서 북한산으로 이사간 깨끗한 동네에서 이 책을 읽었다. 어느 날 길 건너 집에 살고 있는 고등학생 경애를 알게 되었다. 경애는 윤호를 '십대 공원'이라는 토론 주제 모임에 참가시킨다. 윤호는 이 모임에 나가 자신이 만난 난쟁이 가족에 대해 얘기해 준다. 은강시 공장에서 일하는 난쟁이의 아들, 딸에 대해 얘기를 해 주었으나 아이들은 지루해 하고 색다른 프로그램을 원하고 있었다. 윤호는 경애에게 말한다. 십대 공원이라는 이 모임을 빌미로 너는 불쌍한 아이들을 팔았다고. 또 회사 대표였던 경애의 할아버지가 공원들에게 돌려 주어야 할 것을 제대로 분배하지 않았으며, 경애 또한 같은 또래의 아이들이 고통받는 걸 몰랐다는 것조차 죄라고 말한다. 경애는 윤호와 함께 있고 싶었던 것도 죄인가로 되묻고 집으로 돌아간다. 경애의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장례식이 치러졌다. 윤호는 이 해 자신이 가져야 할 사랑. 존경. 자유...와 같은 과제를 떠올려 보았다. / 한국문학 1977. 6월.

⑺ 기계 도시
  윤호는 삼수 생활을 하면서 자신이 가 보았던 난쟁이 가족이 살고 있는 동네를 잊지 못한다. 윤호와 사귀는 은희도 윤호가 난쟁이 가족이 일하고 있는 은강을 큰 부피로 떠올리고 있다. 은강은 서울에서 가까운 서해 반도부에 위치한 곳으로 금속, 도자기, 화학, 유지, 조선 등으로 유명한 곳이다. 면적은 백구십육 제곱킬로미터에 인구는 팔십일만 명이다. 공장은 북쪽 지대에 있고 바람이 바다에서 육지로, 육지에서 바다로 불기 때문에 매연이 이동을 했었는데 어느 날 공장 지대 상공에 머물던 매연이 주거지를 향해 불었다. 사람들은 고통을 호소했다. 공장에서 쏟아져 나오는 많은 양의 폐수는 바다로 흘러갔다. 은강에서 일하는 대다수 공원들은 빈곤 때문에 일자리를 얻었으며, 인간적인 대우를 이 곳에서는 기대할 수 없고, 앞으로 이 곳 생활이 나아지리라는 기대를 하지 않는다. 난쟁이의 큰아들 영수는 윤호에게 은강그룹에서 일하는 노동자들의 고통을 해방시키기 위해 은강그룹의 경영주를 죽이겠다고 말한다. 윤호의 옆집에 사는 은강그룹의 경영주를 죽일 수 있도록 자신을 윤호의 집에 머물게 해달라고 한다. 윤호는 난쟁이의 큰아들 혼자 힘든 일이라고 생각하고 그를 위해 도울 생각을 해 본다. / 대학신문 1977. 6월

⑻ 은강 노동 가족의 생계비
  영희는 나(영수)에게 독일에 있다는 릴리푸트읍 얘기를 한다. 억압, 공포, 불평등이 없는 난쟁이 마을 얘기였다. 벽돌 공장 굴뚝 안에서 돌아가신 아버지를 떠올리며 아버지는 릴리푸트읍 같은 마을에 사셨어야 한다고 했다. 나는 은강 자동차에서, 동생 영호는 은강전기 제일 공장에서, 막내 영희는 은강방직 공장에서 일한다. 특별한 기술을 익히지 못한 우리는 그 곳에서도 제일 낮은 계급에 속했으며, 어머니는 우리가 벌어주는 돈으로 빠듯하게 생계 유지를 해 나가셨다. 하루 아홉 시간 이상의 고된 노동에 잠깐의 휴식이 우리 생활의 전부였다. 나는 월급을 탄 날 지부장을 만나러 가 시간외 근무 수당의 부적절한 지급과 동료의 부당 해고 문제에 대해 항의했다. 그는 나의 말에 모두 동의했지만 회사 사람이었고 노동자를 위해 아무 일도 하지 않았다. 나는 해고자 명단에 오르기 전에 은강자동차에서 나와 은강방직 공장으로 옮겨갔다. 은강에서는 생존을 위해 죽어라 일해야 했다. 우리의 생존비용으로 가득 채워진 어머니의 가계부를 덮으며 나는 릴리푸트읍에 대해 생각했다. / 문학사상 1977. 10월.

⑼ 잘못은 신에게도 있다
  아버지가 꿈꾸던 세상은 모두에게 할 일을 주고, 일한 대가로 먹고 입고, 누구나 다 자식을 공부시키며 이웃을 사랑하는 세계였다. 지나친 부의 축적을 사랑의 상실로 공인하고 사랑을 갖지 않은 사람을 벌하기 위해서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씀하셨다. 그러나 법을 가져야 하는 세상이라면 이 세계와 다를 것이 없다고 나(영수)는 생각했다. 방직공장에서 일하는 영희는 섭씨 30도 이상 되는 공장 내부에서 졸면서 일했고 작업반장은 조는 영희에게로 다가와 빨간 피가 배어 나게 옷핀을 찔렀다. 나는 그곳에서 기사 조수로 일했다. 공장에서 사고가 일어나 공원들이 죽어갔다. 노동조합 지부장이 끌려가고 공원들이 무더기로 해고당하는 좋지 않은 사태가 공장 내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새로 선출된 지부장인 영이를 어느 날 영희가 내게 데리고 왔다. 영이와 나는 자주 만나 사용자측과의 만남을 대비한 준비를 했다. 노사 대표가 만나는 회의가 열렸다. 근로자 측은 임금 인상과 정당한 이윤 분배를 요구했다. 사용자측은 근로자 측을 사사건건 부정적 시각으로 보는 사람들로 규정 짓고 들어줄 것이 없다고 답했다. 나는 사랑을 갖지 않는 사람을 벌하기 위해 법을 제정해야 한다고 말했던 아버지의 말이 옳았다는 생각을 했다. 누구나 잘 못을 저지르고 있으며 은강에서는 신도 예외가 아니었다. / 문예중앙 1977. 겨울.

⑽ 클라인 씨의 병
  나(영수)는 은강방직에서 노동 조합 운동을 하게 된다. 교회 목사로부터 다른 동료들과 함께 의식화 교육을 받는다. "근로자의 손해는 경영주의 이익이라는 단순한 지적이 우리의 뒤통수를 쳤다. 부의 증가는 저임금 근로자의 수의 증가와 비례해 왔다는 역사를 그가 들춰냈다. 우리는 그를 믿었다."라고 나는 생각한다. 어머니는 내가 공장 일만 하기를 바란다. 그러던 어느 날 행복동 철거반원과 몸싸움 끝에 끌려 갔다온 지섭이 노동운동가로 변해 나를 만나러 왔다. 지섭은 내게 노동현장을 지키는 일의 중요성에 대해 설명해 준다. 지섭이 떠나고 나는 과학자가 만든 이상한 병을 보게된다. 안과 밖이 따로 존재하지 않는 기묘한 형상을 한 클라인 씨의 병이라고 이름 붙은 이 병에서는 안이 곧 밖이고 따라서 안과 밖의 구별이 없으므로, 우리의 세계도 갇혀 있지 않으면서도 갇힌 것이고 갇혔다는 것도 착각이라는 명제를 나는 어렴풋이 짐작하게 된다. / 문학과 지성 1978. 봄.

⑾ 내 그물로 오는 가시고기
  숙부를 은강그룹의 회장으로 착각한 공원의 칼에 맞아 숙부는 죽었다. 사촌은 미국에서 아버지의 장례식에 참석하기 위해 왔다가 나(은강그룹 경영주 아들 경훈)와 함께 법정에 참석한다. 범인은 은강방직 기사로 일하던 난쟁이 가족 큰아들이었다. 사람이 죽은 엄연한 사실을 갖고 변호인 측은 은강 그룹 회장이 노동자의 억압의 중심 위치에 있었기 때문에 죽여야 했다는, 부정한 사회를 바로잡기 위해 어쩔 수 없었다는 투사적 논리까지 펴나간다. 변호인 측 증인으로 등장한 손가락이 여덟 개뿐이 없는 지섭은 난쟁이의 큰아들은 이상을 펴려다 고생을 했으며 지금도 난쟁이 큰아들과 자신이 상대하고 있는 것은 집단이 아니라 인간이라는 논리를 편다. 마음 약한 사촌은 그들의 논리에 열심히 귀 기울이고 무엇이 사실인가를 나에게 설명한다. 공판은 끝나고 사촌형은 떠났다. 재판 결과는 난쟁이 큰아들에게는 사형이 선고됐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기대를 품었던 공원들은 혼란과 착각에 빠졌고 재판에 승소할 것처럼 기세 등등하던 변호인은 낙담했다. 이번 일로 나는 공원들의 행복과 부모님이 내게 주신 사랑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본다. / 창작과 비평 1978. 여름.

⑿ 에필로그
  수학 선생은 예비고사 성적에서의 부진을 이유로 윤리 교사를 하라는 명령을 받았다. 그는 학생들에게 이런 상황으로 몰리게 된 제도적 문제점과 그래서 그가 지구를 떠나 우주로 여행해야만 하는 이유에 대해서 설명한다. (뫼비우스의 띠에 등장했던 꼽추와 앉은뱅이는 약장사를 따라 떠났으나 월급도 제대로 받지 못하고 라면으로 끼니를 때우며 지내는 생활을 하고 있다. 앉은뱅이와 꼽추는 자신들을 따돌리고 도망쳐 버린 사장을 찾아 한 밤중 떠난다. 도중에 그들은 난쟁이 큰아들이 갇혀있다 죽어 나온 형무소를 보게 된다. 꼽추는 앉은뱅이에게 사장을 죽이기 위해 품고 있는 칼을 버리라고 말한다.) / 문학사상 1978. 3월.


 

꿀팁_ 좋은 국어자료 빨리 찾는 방법

 

좋은 국어 자료가 필요할 때는 네이버나 다음 검색에서 찾고자 하는 검색어 앞이나 뒤에 '황소걸음'을 추가해 보세요.

예를 들어 '서경별곡'에 대한 자료를 찾을 때 '황소걸음 서경별곡' 또는 '서경별곡 황소걸음' 이런 식으로 검색하시면

황소걸음 블로그의 충실한 자료를 쉽게 찾을 수 있습니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