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선도, ‘만흥(漫興)’
[해설]
이 작품은 작자가 병자호란 때(1642년, 56세) , 왕을 호종(扈從, 임금의 거가를 모시고 따라감)하지 않았다 하여 영덕에 유배되었다가 풀려나 해남 금쇄동에 은거하고 있을 때 지은 것으로 ‘산중 신곡(山中新曲)’ 속에 있는 전 6수로 된 연시조이다. 한문투가 전혀 드러나지 않고 우리말을 잘 살려서 지은 뛰어난 작품이며, 자연 속에서 자연과 친화하며 사는 삶의 즐거움을 노래하고 있다. 세속과 떨어져 자연 경치를 완상(玩賞)하며 살아가는 은거자의 삶이 부귀 공명을 추구하며 살아가는 것에 비해 월등히 낫다는 가치관과 자부심을 여실히 드러내는 연시조로, 조선시대 선비의 이상인 안빈낙도(安貧樂道)의 표본이라 할만하다.
[전체 개관]
* 갈래 : 평시조, 연시조(전 6수)
* 성격 : 한정가(閑情歌)
* 표현 : 설의법
* 제재 : 자연을 벗하는 생활
* 주제 : 자연에 묻혀 사는 은사의 한정(閑情), 자연 속의 삶에 대한 자부심과 만족감
* 출전 : [고산유고(孤山遺稿)] 중 산중신곡
[작품 이해]
[ 1 ]
[현대어 풀이]
자연 속에서 바위 아래 띠집을 짓고자 하니 그 뜻을 모르는 남들은 비웃기도 한다마는 어리석고 시골뜨기인 내 생각으로는 그것이 바로 나의 분수인가 생각하노라. |
[말뜻]
- 산수간 : 자연 속, 정계(政界)와 결연된 곳
- 뛰집 : 띠풀로 지은 초가집
- 그 모른 : 그 뜻을 모르는
- 남들흔 : 남들은, 타인들은
- 어리고 : 어리석고
- 햐암(鄕闇)의: 시골 사는 무식한 사람의
- 뜻의난 : 뜻에는, 생각으로는
[핵심 정리]
* 주제 : 안분지족의 삶
[ 2 ]
[현대어 풀이]
보리밥과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의 물가에 앉아 실컷 노닐고 있노라 그 밖의 자잘한 일이야 부러워 할 리가 있으랴.
[말뜻]
- 알마초 : 알맞게 - 슬카지 : 실컷 - 노니노라 : (계속해서) 놀고 있노라 - 그나믄 : 그 나머지 - 녀나믄 : 나머지 다른 일들(벼슬살이) - 부럴 : 부러워 할
[핵심 정리]
* 주제 : 안빈낙도의 삶
[ 3 ]
[현대어 풀이]
술잔을 채워들고 혼자 앉아 먼 산을 바라보니 그리워하던 임이 온다 한들 반가움이 이보다 더하랴. 말도 하지 않고 웃지도 않지만, 산을 즐기는 것을 마냥 좋아하노라. |
[말뜻]
- 뫼흘 : 산을
- 그리든 : 그리워하던
- 오다 : 온다고 한들
- 말삼 : 말씀
- 우음도 : 웃지도
- 아녀도 : 않아도
[핵심 정리]
* 주제 : 산과의 혼연일체
[ 4 ]
[현대어 풀이]
누가 말하길 전원 생활이 정승 노릇 하는 것보다 낫다 하더니 만승을 지닌 천자인들 이만하랴 이제 헤아려 보니 소부와 허유의 즐거움 같더라. 아마도 자연 속에서 노니는 한가로움은 비할 곳이 없어라. |
[말뜻]
- 누고셔 : 누가
- 삼공(三公)도곤 : 삼정승(영의정, 좌의정, 우의정)보다
- 낫다하더니 : 더 좋다고 말하더니
- 만승(萬乘) : 1승(乘은 졸병 72명 장교 3명으로 구성됨, 만승을 소유한 사람, 즉 임금의 지위.
- 이제로 : 이제 와서
- 헤어든 : 헤아려 보니
- 소부허유(巢父許由) : 소부와 허유는 중국 고대의 은사(隱士)들
- 냑돗더라 : 약았더라, 영리하더라
- 임천한흥(林泉閑興) : 자연에서 누리는 한가로운 흥취
[핵심 정리]* 주제 : 강호한정의 삶
[ 5 ]
[현대어 풀이] 내 본성이 본래 게으름을 하늘이 아셨던지 인간 세상 수많은 일 중에서 어느 것 하나도 맡기지 않고 다만 서로 차지하려 다투지 않는 강산을 지켜라 하시었구나. |
[말뜻]
- 셩 : 본성, 심성
- 아라실샤 : 아셔서
- 한 일 : 한 가지 일
- 아니 맛뎌 : 아니 맡겨
- 다만당 : 다만
- 다토리 : 다투는 사람
- 딕히라 : 지켜라
[핵심 정리]* 주제 : 자연귀의의 삶
[ 6 ]
[현대어 풀이]
자연을 즐기는 생활이 좋다 하나 보잘 것 없는 나의 분수로 그게 가능하겠느냐? 임금의 은혜를 이제야 더욱 알겠도다. 아무리 갚고자 하여도 갚을 길이 없구나. |
[말뜻]
- 됴타 한들 : 좋다 한들
- 내 분(分) : 내 분수
- 누얻나냐 : 누웠느냐. 지내느냐.
- 아노이다 : 알겠소이다
- 아마리 : 아무리
- 해올 일이 : 할 일이. 갚을 길이
[핵심 정리]
* 주제 : 임금의 은혜 찬양
[작가 소개]
[참고 자료]
1. ‘만흥’ 현대어본
[1]
산수간(山水間) 바위 아래 띠집을 짓노라 하니,
그 모른 남들은 웃는다 한다마는,
어리고 향암의 뜻에는 내 분(分)인가 하노라
[2]
보리밥 풋나물을 알맞게 먹은 후에
바위 끝 물가에 실컷 노니노라.
그 나믄 여나믄 일이야 부러울 줄 있으랴.
[3]
잔들고 혼자 안자 먼 뫼를 바라보니
그리든 님이 온다 반가움이 이러하랴.
말씀도 웃음도 아녀도 못내 좋아 하노라.
[4]
누가 삼공(三公)보다 낫다 하더니 만승(萬乘)이 이만하랴.
이제로 헤어든 소부허유(巢父許由) 약돗더라.
아마도 임천한흥(林泉閑興)을 비길 곳이 없어라.
[5]
내성이 게으르더니 하늘이 아르실샤.
인간만사(人間萬事)를 한 일도 아니 맛뎌
다만당 다톨이 없는 강산(江山)을 지키라 하시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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