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철, ‘훈민가(訓民歌)’
<해설>
이 작품은 조선 선조 때 송강(松江) 정철(鄭澈)이 지은 총 16수의 시조로, ‘경민가(警民歌)’라고도 한다. 작가가 선조 13년에 강원도 관찰사(觀察使)로 부임하였을 때 백성들로 하여금 도덕을 깨치게 하기 위하여 지은 작품으로서, 삼강오륜(三綱五倫)의 유교적 윤리가 그 내용이다. 단순한 명령이나 포고(布告) 따위로 백성들을 다스리기보다는 백성 스스로가 깨달아서 행동하게 하려고 노래를 지어서 널리 불리워지게 한 것이다. 따라서 목적 문학의 성격을 지녀 문학적인 운치는 적다고 할 수 있지만 평이한 말 속에 은연중 간곡한 교훈을 담아 감동을 일으키고 있다. 끝맺는 말을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하여 백성들에 대한 설득력을 높이고 있는 점도 주목할 만한 표현이다. ‘송강가사(松江歌辭)’에 실려 전한다.
<작품 개관>
* 갈래 : 평시조, 연시조(16수)
* 성격 : 계몽적, 교훈적, 유교적
* 연대 : 1580년(선조 13년)
* 제재 : 유교의 윤리 도덕
* 주제 : 유교의 윤리 덕목을 강조하여 백성들을 교화함.
* 특징 : ① 백성의 교화를 위한 것으로 계몽적, 교훈적 성격을 지닌다.
② 끝맺음을 청유형, 명령형으로 하여 설득하는 내용의 글이다.
③ 윤리(倫理) 도덕(道德)의 실천 궁행(實踐躬行)을 목적으로한 목적문학이다.
④ 창의성이나 문학적 운치는 적지만, 평이한 말 속에 인정의 기미를 곁들여 감동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⑤ 순수한 우리말을 사용하여 백성들이 이해와 접근이 용이하도록 했다.
⑥ 끝맺음을 청유형이나 명령형으로 하여 백성들을 설득하는 힘이 강하다.
* 출전 : <송강가사(松江歌辭)> <경님편(警民篇). 경술 을축본>
<작품 이해>
[1. 부의모자(父義母慈)]
[현대어 풀이] 아버님 날 낳으시고 어머님 날 기르시니 두 분이 곧 아니시면 이 몸이 살아 있을까 하늘 같은 끝 없는 은덕을 어디다가 갚으리 |
[해설]
이 노래는 부의모자(父義慈母)를 해설한 것으로, 망극한 부모의 은혜를 생각하여 효도를 다하라는 뜻을 읊었다.
[말뜻]
- 나흐시고 : 낳으시고
- 기라시니 : 기르셨으니
- 두분곳 : 두분. ‘곳’은 강세 접미사.
- 사라실가 : 살았으리오. 살아 있겠는가.
- 가업산 : 끝없는.
- 어대다혀 : 어디에다.
- 갑사오리 : 갚으리.
[핵심정리]
* 주제 : 부모님의 은덕에 대한 예찬
[2. 군신(君臣)]
[현대어 풀이] 임금과 백성 사이는 하늘과 땅인 바 나의 서러운 일을 다 아시려고 하시는데 우리라고 좋은 미나리를 혼자 어찌 먹으리 |
[해설]
이 노래는 군신(君臣)의 관계를 해설한 것으로 군신간에 지켜야 할 도리를 밝힌 시조이다. 임금이 넓은 은혜를 내림에 있어 신하(백성)들도 응당 그에 보답하여야 한다는 것이다.
[말뜻]
- 따히로대 : 땅이로되
- 셜운 일 : 서러운 일
- 다 아로려 : 다 아시려. 다 헤아리려
- 살진 : 살찐. 기름진. 맛있는
- 홈자 : 혼자
- 엇디 : 어찌
[핵심정리]
* 주제 : 임금과 백성의 관계와 부모님의 배려
[3. 형우제공(兄友弟恭)]
[현대어 풀이] 형아 아우야 네 살을 만져 보자 누구의 손에 태어 났길래 모습조차 같은가 한 어미 젖을 먹고 자라났으니 딴 마음을 먹지 마라 |
[해설]
형우제공(兄友弟恭)을 노래한 것으로, 형제간에 서로 우애있게 지내라는 뜻이다.
[말뜻]
- 아애야 : 아우야
- 네살할 : 네 살을
- 만져보와 : 만져보아라
- 뉘손대 : 누구에게. 누구로부터
- 타나관대 : 태어났기에
- 양재조차 : 모습까지
- 가타산다 : 같구나
- 한졋 먹고 : 어머니의 같은 젓을 먹고
- 길러나이셔 : 길러나서. 자라나서
- 닷마암 : 다른 마음. 우애를 해치는 마음
[핵심정리]
* 주제 : 형제간의 반목을 금하고, 우애 있게 지내기를 권함
[4. 자효(子孝)]
[현대어 풀이] 어버이 살아계실 때 섬기기를 다 하여라 돌아 가신 다음에 슬퍼한들 무엇하리 평생에 다시 못할 일은 이뿐인가 하노라 |
[해설]
자효(子孝)를 해설한 노래로, 부모가 살아 계실 때에 효도를 다하라는 내용이다. 역시 오륜사상(五倫思想)을 강조하였다.
[말뜻]
- 사라신 제 : 살아계실 때
- 셤길일란 : 섬기는 일을
- 애닯다 : 슬프다고 한들
- 곳텨 : 다시. 고쳐
- 잇뿐인가 : 이것뿐인가
[핵심정리]
* 주제 : 효도로 어버이를 섬기는 효행의 길
[5. 부부유은(夫婦有恩)]
[현대어 풀이] 한 몸을 둘로 나누어 부부로 생겨나게 하시니 살아있는 동안 함께 늙고 죽으면 한 곳에 간다 어디서 망령된 것이 눈흘기려 하는가 |
[해설]
부부유은(夫婦有恩)이란 항목을 노래한 것이다. 부부란 본시 한 몸이니 서로가 서로를 위하고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말뜻]
- 삼기실샤 : 만들어내시니
- 이신제 : 살아 있을 때
- 함끠 : 함께. 같이
- 주그면 : 죽으면
- 한대 : 한 곳. 한 무덤
- 망년의꺼시 : 정신 나간 것이. 망령든 것이. 자기 부인을 가르킨 듯.
[핵심정리]
* 주제 : 부부는 일심동체와 상호간의 존경
[6. 남녀유별(男女有別)]
[현대어 풀이] 여자가 가는 길을 남자가 돌아 가듯이 남자가 다니는 길을 여자가 비껴 가듯이 제 남편 제 아내가 아니면 이름도 묻지 마라 |
[해설]
남녀유별(男女有別)을 노래한 시조이다. 남녀가 유별하니 제 사람이 아니면 서로 신경 쓰지 말라는 말이다. 봉건적 색채가 농후한 부분이다.
[말뜻]
- 간나해 : 가시내가. 여자가
- 가난길할 : 가는 길을
- 사나희 : 사나이가. 남자가
- 에도다시 : 돌아가듯이
- 녜난 : 가는
- 츼도다시 : 비켜 돌아가듯이
- 남진 : 남편
- 계집 : 아내. 여자. (중세 국어에서 계집은 욕하는 말이 아니고 아내 혹은 여자의 의미)
- 일홈 : 이름
- 마오려 : 마시구려
[핵심정리]
* 주제 : 남녀관계가 문란해짐을 경계
[7. 자제유학(子弟有學)]
[현대어 풀이] 너의 아들은 효경 읽더니 이제 얼마나 배웠는가 내 아들은 소학을 모래면 마칠 것이다 언제쯤에나 이 두 글 배워 어질어진 모습 보려나 |
[해설]
자제유학(子弟有學)을 노래한 시조이다. 자식 교육에 대해 강조하고 있다.
[말뜻]
- 효경 : 공자가 증자에게 효도에 관해 말한 것을 기록한 책.
- 닑더니 : 읽더니
- 어도록 : 얼마만큼
- 배홧나니 : 배웠는가?
- 쇼학 : 소학. 아이들에게 예의범절을 가르치는 책
- 마찰로다 : 마칠 것이다.
- 어내제 : 어느 때
- 배화 : 배워
- 어딜거든 : 어질어지는 것을. 현명해 지는 것을.
[핵심정리]
* 주제 : 자녀들에게 학문 권장
[8. 향려유례(鄕閭有禮)]
[현대어 풀이] 마을 사람들아 옳은 일 하자꾸나 사람으로 태어나서 옳지 못하면 말과 소에 갓과 고깔을 씌워 밥 먹이는 것과 뭐가 다르랴 |
[해설]
향려유례(鄕閭有禮)를 해석한 것으로, 옳은 것을 권하고 나쁜 것을 멀리 하라는 주제로 되어있다.
[말뜻]
- 마알 : 마을
- 올한일 : 옳은 일
- 하쟈사라 : 하자꾸나. 청유형
- 올치옷 : 옳지. ‘옷’은 강세 접미사
- 마쇼 : 말과 소
- 갓곳갈 : 갓과 고깔
- 씌워 : 씌워
- 밥먹이나 : 밥을 먹이는 것과
[핵심정리]
* 주제 : 올바른 행동 권유
[9. 장유유서(長幼有序)]
[현대어 풀이] 팔목을 쥐시면 두 손으로 받드리라 나갈 데가 계시면 지팡이 들고 좇아 가리라 잔치가 다 끝난 후에 모시고 가려 하노라 |
[해설]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읊은 노래로서 교훈적인 내용이다.
[말뜻]
- 팔목 : 팔목
- 바티리라 : 떠받치리라
- 나갈대 : 나가실 곳. 행차하실 곳
- 조차리라 : 따르리라. 따라갈 것이다
- 향음쥬(鄕飮酒) : 마을 유생들이 모여 향약을 읽고 술을 마시며 잔치하는 예식.
[핵심정리]
* 주제 : 어른 공경하는 태도
[10. 붕우유신(朋友有信)]
[현대어 풀이] 남으로 생긴 것중에 벗같이 믿음이 있으랴 나의 그릇된 일을 다 일러 주려 하는 구나 이 몸에 벗님 곧 없으면 사람됨이 쉬울까 |
[해설]
붕우유신(朋友有信)을 노래한 부분이다. 나의 행실을 바로잡아주는 친구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말뜻]
- 을오 : 남으로. 타인으로
- 삼긴 듕의 : 태어난 것 중에서
- 벗티 : 친구같이
- 유신랴 : 믿음직하랴
- 왼일을 : 잘못된 일을.
- 닐오려 : 말하려. 충고하려.
- 벗님곳 : 친구. ‘곳’은 강세접미사
- 사되미 : 올바른 사람 되는 것이.
[핵심정리]
* 주제 : 벗의 관계
[11. 친척상구(親戚相救)]
[현대어 풀이] 어아 저 조카야 밥없이 어찌 할고 아아 저 아저씨 옷없이 어찌 할고 험한 일 다 말하여라 돌봐 주려 하노라 |
[해설]
'빈궁우환 친척상구(貧窮憂患 親戚相救)'란 제목이 붙은 것으로, 친척이 가난과 고통, 우환이 있을 때에 돌봐 주고자 하는 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말뜻]
- 뎌 족하야 : 저 조카야
- 밥 업시 : 먹을 밥이 없어
- 뎌 아자바 : 저 아저씨
- 머흔일 : 험한 일. 궂은 일
- 닐러사라 : 말하여라
[핵심정리]
* 주제 : 상부상조의 정신
[12. 혼인사상 인리상조(婚姻死喪 隣里相助)]
[현대어 풀이] 너의 집 상사(喪事)에는 얼마나 차리느냐 네 딸의 남편은 언제나 맞추어 주려는가 내게도 재산은 없지만 돌봐 주고자 하노라 |
[해설]
이웃간에 혼인(婚姻)과 상사(喪事) 등 큰 일을 치루어야 할 때 서로 서로 도와야 함을 강조한 시조이다.
[말뜻]
- 상사달흔 : 상사(喪事)는
- 어도록 : 어떻게. 어느 정도로
- 찰호산다 : 차리었는가. 마련하였는가?
- 마치나산다 : 맞이하게 되는가?
[핵심정리]
* 주제 : 애경사시에 서로 도울 것
[13. 무타농상(無惰農桑)]
[현대어 풀이] 오늘도 날이 샜다 호미 메고 가자꾸나 내 논 다 매면 네 논도 좀 매어 주마 오는 길에 뽕 따다가 누에 먹여 보자꾸나 |
[해설]
농사와 양잠을 게을리 하지 말 것을 해설한 것으로, 때를 놓치지 말고 농사에 힘쓰며 일을 서로 도와 주라는 내용의 시조이다.
[말뜻]
- 새거다 : (날이) 새었구나. 밝았구나.
- 가쟈사라 : 가자꾸나. 청유형
- 매여든 : 매거든. 매거들랑
- 졈 : 좀
- 올 길 : 돌아오는 길에
[핵심정리]
* 주제 : 농사일에의 성실과 상부상조의 정신
[14. 무작도적(無作盜賊)]
[현대어 풀이] 비록 못 입어도 남의 옷을 빼앗지 마라 비록 못 먹어도 남의 밥을 빌리지 마라 한번의 때라도 묻으면 다시 씻기 어려우리 |
[해설]
도둑질 하는 것과 게을러 동냥질을 하는 것을 경계한 시조이다.
[말뜻]
- 못 니버도 : 못 입어도
- 나매 : 남의
- 앗디마라 : 빼앗지 마라.
- 비디마라 : 빌어먹지 말아라. 구걸하지 마라.
- 한적곳 : 한번. 한번씩.
- 때 : 때. 허물
- 시른 휘면 : 묻은 후면
- 씻기 : 씻기.
[핵심정리]
* 주제 : 남의 물건을 탐내지 말 것.
[15. 무학도박(無學賭博), 무호쟁송(無好爭訟)]
[현대어 풀이] 상륙 장기 하지 마라 송사 글월 쓰지 마라 집을 망쳐 무엇하며 남의 원수될 줄 어찌 알겠는가 나라가 법을 만들었으니 죄되는 줄 모르는가 |
[해설]
투기 도박이나 잡기에 취미를 붙이지 말며, 또한 관청에 소송하는 것을 경계한 시조이다.
[말뜻]
- 상뉵쟝긔 : 쌍육(雙六)과 장기(將碁). 쌍육은 옛날의 사행성 놀이.
- 숑사글월 : 송사하는 글. 고발장.
- 세오샤 : 세워서. 입법하여
- 모라난다 : 모르겠는가?
[핵심정리]
* 주제 : 도박과 송사를 금함
[16. 반백자불부대(班白者不負戴)]
[현대어 풀이] 이고 진 저 늙은이 짐 풀어 나를 주오 나는 젊었으니 돌인들 무거울까 늙는 것도 서럽다 하겠는데 짐조차 지실까 |
[해설]
늙은이의 짐을 자기가 지겠다는 노래이니, 노인을 공경하고 도와주어야 한다는 내용이다.
[말뜻]
- 이고 진 : (짐을) 머리에 이고 등에 진
- 늘그니 : 늙은이
- 짐프러 : 짐을 풀어. 짐을 벗어.
- 졈엇꺼니 : 젊었거니와. 젊기에.
- 돌히라 : 돌이라고 한들
- 셜웨라커든 : 서러워하겠거늘.
- 짐을 조차 : 짐까지. 짐조차.
[핵심정리]
* 주제 : 노인에 대한 공경(경로사상)
<참고 자료>
1. '훈민가' 중 오륜에 관한 것
님금과 백셩 사이 하날과 따해로대
내의 셜운 이랄 아로려 하시거든.
우린달 살진 미나리랄 혼자 엇디 머그리. <君臣>
한몸 둘에 난화 부부랄 삼기실샤
이신 제 함끠 늘고 주그면 한대 간다.
어대셔 망녕의 꺼시 눈흘긔려 하나뇨. <夫婦有恩>
팔목 쥐시거든 두 손으로 바티리라.
나갈 대 겨시거든 막대 들고 조차리라.
향음쥬 다 파한 후에 뫼셔 가려 하노라. <長幼有序>
남으로 삼긴 듕의 벗갓티 유신하랴.
내의 왼 이랄 다 닐오려 하노매라.
이 몸이 벗님곳 사람되미 쉬울가. <朋友有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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