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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신동집/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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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렌지

신동집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오렌지는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더도 덜도 아닌 오렌지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벗길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마음만 낸다면 나도
오렌지의 찹잘한 속살을 깔 수 있다.
마땅히 그런 오렌지
만이 문제가 된다.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고 만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오렌지도 마찬가지 위험한 상태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그러나 다음 순간,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에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해설>
  이 시는 오렌지라는 사물을 통해 존재의 본질 인식이라는 철학적 문제를 다루고 있다. 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와 본질적 의미로서의 오렌지를 대립적으로 제시하며, 사물의 본질에 가 닿지 못하는 안타까움을 표현하는 한편 한 가닥의 가능성을 제시하고 있기도 하다.

<핵심 정리>
* 형식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운율 : 내재율
* 주제 : 존재의 본질 인식의 어려움과 가능성
* 성격 : 관념적, 철학적, 주지적, 상징적, 형이상학적, 인식론적
* 제재 : 오렌지

* 표현 : 관념적, 추상적인 내용을 일상적, 구체적 언어를 통해 표현함
* 출전 : '누가 묻거든', 종로 서적, 1989

* 구성 : 제1연 - 단순한 사물 그 자체로서의 오렌지
            제2연 - 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외면적 측면)
            제3연 - 일상적 사물로서의 오렌지(외면적 측면)
            제4연 - 본질적 의미로서의 오렌지(내면적 측면)
            제5연 -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는 고민(내면적 측면)
            제6연 - 본질적 의미 탐구의 가능성

 

<시구 연구>

[1연]
⊙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 ⇒ 존재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 여기 있는 이대로의 오렌지다 ⇒ 일반적 사물로서의 단순한 존재이다

[2연]
⊙ 마땅히 그런 오렌지만이 문제가 된다 ⇒ 일상에서는 존재의 본질은 외면한 채 일상적 대상으로서의 오렌지만이 문제가 된다.

[4연]
대는 순간 오렌지는 이미 오렌지가 아니다 ⇒ 손을 댄다는 것은 본질을 파악하는 인식 행위이며, 존재는 그 본질을 파악하고자 할 때 일상적 사물이 아닌 어떤 다른 의미로 다가온다. 하지만 그 의미를 아직 인식하고 있지는 않다.
내가 보는 오렌지가 나를 보고 있다 ⇒ 본질에 대한 인식은 사물과 인간의 상호 작용임(나와 오렌지는 대등한 관계)

[5연]
나는 지금 위험한 상태다 ⇒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생각에 대한 절망감과 당혹감의 표현. 사물의 본질을 파악할 수 없다는 것은 곧 나의 본질이 파악되지 않는다는 것이고 그렇다면 나는 무의미한 존재일 뿐이며 사물과 어떤 관계도 형성할 수 없는 존재가 된다. 이를 위험한 상태라고 표현한 것이다.
시간이 똘똘 배암의 또아리를 틀고 있다 ⇒ 사물의 본질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시간들에 대한  고민

[6연]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 ⇒ 사물의 본질을 이해할 수 있게 해 줄 것 같은 예감
누구인지 잘은 아직 몰라도 ⇒ 본질을 알려 주는 그 누군가는 절대적 존재[신(神)]의 모습으로 볼 수 있음.

<황소 강의>
  이 시는 김춘수의 '꽃을 위한 서시'와 유사한 주제 의식을 지니고 있다. 오렌지는 이 세상의 사물을 대표하는 하나의 대상이며, 그 오렌지의 포들한 껍질을 누구나 벗길 수 있는 것처럼 일상적인 의미로서의 사물을 우리는 이해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이 세상에는 마땅히 그런 오렌지만이 문제가 되지만, 시인은 4연에 가서 '그러나 오렌지에 아무도 손을 댈 순 없다'고 하여 사물의 진정한 의미, 즉 본질을 파악하는 것은 지극히 어렵다는 점을 말하고 있다. 그러니 우리는 사물인 오렌지와 함께 존재의 의미가 파악되지 않는 위험한 존재인 것이다. 하지만 마지막 연에서는 누구인지 아직은 잘 모르지만 한없이 어진 그림자가 비치고 있다고 말함으로써, 사물의 본질을 인식할 수 있을 것 같은 한 가닥 가능성을 내비치고 있다.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신동집


<참고 사항>

 

  존재의 본질적인 의미를 추구한 작품들


   김춘수 '꽃', 김춘수 '꽃을 위한 서시', 신동집 '오렌지'
 

<생각해 볼 문제>
(1)

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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