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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강은교/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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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강은교  


우리가 물이 되어 만난다면
가문 어느 집에선들 좋아하지 않으랴.
우리가 키 큰 나무와 함께 서서
우르르 우르르 비오는 소리로 흐른다면.

흐르고 흘러서 저물녘엔
저 혼자 깊어지는 강물에 누워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기도 한다면.
아아, 아직 처녀인
부끄러운 바다에 닿는다면.

그러나 지금 우리는
불로 만나려 한다.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나니.

만 리 밖에서 기다리는 그대여
저 불 지난 뒤에
흐르는 물로 만나자.
푸시시 푸시시 불 꺼지는 소리로 말하면서
올 때는 인적 그친
넓고 깨끗한 하늘로 오라.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율격 : 내재율
* 성격 : 의지적. 상징적
* 표현 : '물이 되어 만난다면'이라는 가정법 문장식으로 만남에 대한 소망을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하였는데, 일반적으로 물은 화합, 생성, 정화을 나타내며, 불은 갈등, 투쟁, 소멸 등을 상징함
* 특징 : 이별의 고통을 뛰어 넘어, 만나고 싶은 열망, 만남에 대한 기대를 적극적, 능동적 자세로 노래하였으며, 물과 불의 이미지로 만남을 노래한 것이 특징이다.
* 구성 :
       1-2연 물이 되어 만나고 싶은 심정
       3연 물과 불의 대비
       4-5연 불이 지난 뒤의 만남
* 제재 : 물의 흐름과 만남
* 주제 : 순수한 마음으로 만나는 삶. 원시적 생명력과의 만남에 대한 희구

<황소 강의>
  이 시는 '나'와 '너'를 '우리'로 合一 시킬 수 있는 매체인 물의 현상에 비겨 노래했다. 물이 흘러 강물이 되면 결국 바다로 향한다는 자연의 섭리를 바탕으로 생명력의 합일에 대한 희구를 '물'과 '불'의 상징적 이미지를 통해 형상화한 작품이다. 이 시에서 '물'은 '나'와 '그대'라는 고립된 개체들을 '우리'로 합일시킬 수 있는 매개체이자, '가뭄'으로 표상된 삶의 고독을 해소시킬 수 있는 객관적 상관물이다. 또한, '물'은 '죽은 나무 뿌리를 적시'는 생명의 기원인 동시에, 다른 것들과 섞여 '아직 처녀인 / 부끄러운 바다'로 흘러감으로써 삶의 다른 세계를 맛보게 하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시인은 '물'로 상징되는 조화로운 합일을 이루기 위해서는 먼저 세상의 온갖 더러운 것들을 깨끗이 태워 버릴 필요가 있음을 인식하고 있기에, 3연에서 '불'로 만나야 한다는 당위성을 역설하는 것이다. 여기서 '불'은 삶의 기본 원리가 되는 '물'의 이미지와 대비되는 것으로, 현실 세계의 부조리와 모순에 맞서는 대결의 정신을 의미한다. 그 때, '벌써 숯이 된 뼈 하나가 / 세상에 불타는 것들을 쓰다듬고 있'음을 발견한 시인은, 이 불이 지나가고 난 후, 모든 사람들이 '만리 밖'의 '넓고 깨끗한 하늘'에서 마침내 '흐르는 물'로 만날 것을 확신하게 되는 것이다. 시인이 지향하는 '넓고 깨끗한 하늘'이란 바로 완전한 합일과 충만한 생명을 맛볼 수 있는 곳으로 새로운 창조적 만남의 공간을 상징한다.

 

<작가 소개>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강은교

 

<참고 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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