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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시자료실

종소리/박남수/현대시-간결한 정리와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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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소리

 

박남수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광막한 하나의 울음이 되어
  하나의 소리가 되어.

  인종은 끝이 났는가.
  청동의 벽에
  '역사'를 가두어 놓은
  칠흙의 감방에서

  나는 바람을 타고
  들에서 푸름이 된다.
  꽃에서는 웃음이 되고
  천상에서는 악기가 된다.

  먹구름이 깔리면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뇌성이 되어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진폭 : 진동의 중심에서 진동의 끝까지의 거리


* 인종 : 묵묵히 참고 따름. 




* 푸름 : 소망의 표상
* 꽃 : 아름다운 꿈의 표상
* 웃음 : 즐거운 삶의 표상
* 악기 : 삶을 찬양하는 음률의 표상
* 먹구름 : 삶과 역사에 폭력, 억압, 횡포, 절망을 끼치는 세력
* 뇌성 : 천둥소리.

 

<해설>
  이 시는 박남수의 후기 대표작으로 이미지에 의한 표현을 중시하고, 인간 존재의 가치를 탐구한 주지시이다. 종 소리를 의인화하여 자유를 향한 비상과 확산을 남성적, 역동적 심상으로 노래하였다. 관념의 표상으로 인식되기 쉬운 '종'을 이미지로 형상화하면서도 현대적 지성과 융합된 세련된 통일체를 이루었다. 전체적으로 이 시의 어조는 우람하고 그에 걸맞게 포괄하는 세계는 광막하다. 김광균의 시에서 볼 수 없는 감상적 색조, 장나영의 시에서의 낭만성을 극복하고 세련된 감각과 지성을 결부시킨 참신한 심상의 통일체를 이룬 모더니즘의 시라 할 수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주지시
* 운율 : 내재율
* 주제 : 자유의 확산과 그 기세
* 성격 : 주지적, 상징적
* 제재 : 종소리
* 심상 : 시각적 심상, 역동적 심상
* 표현 : 의인법, 도치법, 은유법
* 어조 : '청동, 진폭, 칠흑, 천상, 터지는' 등의 시어들을 선택하여 객관적 상관물을  사용하는 주지시치고는 어조가 격앙됨.
* 출전 : 「신의 쓰레기」(1964)
* 구성 : 1연 - 울려 퍼지는 종 소리의 이미지 (새, 울음, 소리)
            2연 - 인종의 끝 
            3연 - 종 소리의 변신 (푸름, 웃음, 악기)
            4연 - 종 서리의 변신 (뇌성, 음향)

 

<시구 연구>
1) 나는 떠난다. 청동의 표면에서 : 종소리를 서정적 자아 '나'로 의인화하여 표현한 시구. 종소리가 울려 나가기 시작하는 순간
2) 일제히 날아가는 진폭의 새가 되어 : 종소리가 떨리며 울려 나가는 상태를 날아가는 새의 몸짓으로 비유. 새는 자유를 상징, 청각의 시각적 표현
3) 인종은 끝이 났는가. : 떠남의 동기
4) 청동의 벽 : 종의 벽면를 말한다. 그간 종소리가 그 곳에 갇혀 소리내지 못했다고 보고 있다.
5) 역사를 가두어놓은 : 자유를 구속당한 역사
6) 칠흑의 감방 : 종소리가 울리기 이전의 종. 자유가 없는 암흑 시대를 뜻함.
7) 나는 바람을 타고 : 자유의 기세를 타고
8) 먹구름이 깔리면 : =칠흑의 감방(어둠과 절망의 역사)
9)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 하늘의 맨 끝, 모든 것을 제압할 수 있는 위치, 반역사적 세력, 절망의 세력의 횡포에 대한 저항의 정도를 강조하기 위한 표현
10) 뇌성 : 먹구름에 저항하는 정신
11) 가루 가루 가루의 음향이 된다 : 가루를 연속적을 반복해서 구사하여 종소리가 곱고 부드러운 소리로 흩어졌음을 표현. 먹구름, 공감각적 표현(청각의 시각화)

<감상>
  박남수의 시에는 본디 사상이나 윤리 같은 것이 잘 드러나지 않는다. 관념은 깊이 감추어지고 드러나는 것은 참신하고 낯선 이미지들이다. 이미지가 거느리는 배경이나 언어 표현의 암시성이 그의 시에서는 중요시된다. 이 시도 예외는 아니다. 참신하고 역동적인 심상들이 출렁이고 있다.
 '나'는 '종소리'를 의인화한 것인 바, 오랜 인종 끝에 역사의 질곡을 박차고 나가는 시인의 자유를 향한 비상과 신념을 이 시는 노래하고 있다. 소리가 청동의 벽에 갇혀 있는 동안, 즉 종이 울리지 않는 동안은 칠흑의 감옥과도 같다고 화자는 말한다. 오랜 인종 끝에 '나'는 '진폭의 새'가 되고 '울음'이 되고 '소리'가 되어 청동의 표면을 떠난다. 그 종소리는 바람을 타고 날아가 들의 '푸름'을 되찾아 주고, 꽃의 '웃음' 을 되찾아주고, 천상의 '악기'를 울리게 하여 역사의 질곡에 갇힌 세상을 자유롭고 평화롭게 한다. 소리가 청동의 벽에서 풀려나는 순간 그 자신이 자유로워지는 것은 물론 세상을 평화롭게 한다는 뜻이 이 시에는 담겨져 있다고 하겠다. 이 시의 어조는 우람하고 그에 걸맞게 포괄하는 세계도 광막하다. 참신하고 질감 있는 심상 속에 삶과 역사의 심상까지 함축할 수 있다는 것은 이 시를 한국 모더니즘 시에서 드물게 성공적인 것으로 돋보이게 한다. 한편, 김광균의 심상들은 그 자신이 그토록 혐오하던 감상적인 색조에 젖어 있음에 반해 박남수의 심상들은 정감을 상당 부분 거세하고 있어 주목된다고 하겠다.

 

<시인 연구> - 아래의 성명을 누르세요.

 

  박남수


<참고 사항>

 

<생각해 볼 문제>

(1) "나는 떠난다" 의 동기는 무엇인가?
  -> 자유를 구속당했던 역사의 암흑 시대를 벗어나기 위함

(2) '종소리'의 심상을 환기시키는 객관적 상관물을 모두 찾아 그 이미지가 환기하는 공통점을 쓰라.
  -> 새, 울음, 소리, 푸름, 웃음, 악기, 뇌성, 음향 : 자유로운 공간으로의 지향과 확산

(3) "하늘의 꼭지에서 터지는" 이 암시하는 의미는 무엇인가?
  -> 자유를 억압하는 횡포에 저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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