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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문학자료실/현대소설자료실

화수분/전영택/현대소설-간결한 정리와 줄거리, 작품감상

by 황소 걸음 2016.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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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택, <화수분>

 

<해설>
  이 소설은  3.1운동 후 일제의 수탈이 가속화됨으로써 날로 궁핍화의 길을 걷고 있던 한국사회를 배경으로, 행랑채에 세든 가난한 농촌 부부와 함께 살면서 호기심을 가지고 그들을 관찰한 '나'의 체험 소설이다. 가난하지만 착하고 성실한 '화수분' 부부를 그려 내는 '나'의 서술 태도는 매우 냉철하고 객관적이어서 더욱 그들에 대한 동정과 연민을 불러 일으킨다.
  경제적인 이유나 재난으로 부부가 죽음을 맞는 데서 이 작품의 비극성이 가장 고조되나, 그것과 함께 희생적이고 아름다운 사랑이 놓여 있음을 놓쳐서는 안 될 것이다. 이 소설의 결말부 어린아이의 모습은 두 부부의 운명을 말해 주는 동시에 죽음을 딛고 일어서는 인간애를 상징적으로 보여 주어 작품의 주제를 암시하고 있다.

<핵심 정리>
* 갈래 : 단편소설, 액자소설
* 배경 : 시간적 - 일제 강점기 추운 겨울

            공간적 - 도시 및 시골
* 주제 : 가난한 부부의 사랑과 어린 아이의 생명에 바탕을 둔 휴머니즘 
* 경향 : 사실주의. 인도주의

 

* 성격 : 객관적, 사실적, 묘사적 
* 시점 : 혼합 시점
       ① 전체적으로 1 인칭 관찰자 시점(1,2,4,5장)
       ② 부분적으로 1 인칭 주인공 시점(3장)과
           '어멈'과 여동생 'S'의 시선을 빌리는 전지적 작가 시점(6장)

* 표현 : 사실적이고 간결한 문체 사용
* 출전 : <조선문단>(1925)
* 구성 : 액자식 구성
    발단 - 지게꾼인 행랑아범 화수분의 네 식구는 입에 풀칠하기조차 어렵다.
    전개 - 큰딸애를 남에게 준다. 양평으로 간 화수분과 기다리다 못 해 찾아 나서는 아내
    위기 - 아내의 편지를 받고 서울로 향하는 화수분
    절정 - 겨울 산 고갯길에서 만나는 부부
    결말 - 나무 장수가 남녀의 시체와 어린애를 발견한다. 나무 장수는 어린것만 데려감

<줄거리>
  아범의 식구들은 금년 9월 '나'의 집 행랑방에 들었다. 아범은 지게로 벌이를 하고, 그의 아내는 집안의 여러 가지 일을 하며 살아간다. 그러나 항상 벌이가 신통치 않아 굶기를 밥먹듯이 하며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나의 내외는 아범의 서러운 통곡 소리를 듣게 된다. 이튿날, 나는 어멈으로부터 아범이 왕년에는 남부럽지 않은 양평 부농의 셋째아들이었으며 이름이 '화수분'이라는 사실과 더불어 어젯밤 그가 울던 까닭을 듣게 된다. 화수분은 큰딸 귀동이를 제대로 못 먹이며 키우느니 남에게 주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에서, 쌀집 마누라의 중개로 남의 집 양녀로 보냈지만, 막상 보내고 난 뒤 그만 서러워 그렇게 통곡하였다는 것이다. 얼마 후 화수분은 시골에 있는 형 '거부'가 일을 하다가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행장을 꾸려 고향으로 떠난다. 한편 겨울 나기 전에 곧 오겠다던 남편이 입동 지나고 매서운 추위가 닥쳐와도 소식이 끊어지자, 남아 있던 어멈과 작은아이도 아범을 찾아 시골로 간다. 그 후 출가한 나의 동생 S가 오랜만에 놀러와 화수분의 소식을 전해준다. 시골에 도착한 화수분은 형인 거부의 몫까지 일하다가 자신도 몸져 드러누웠다. 열에 떠서 큰딸을 부르며 울다가, 마침 어멈이 시골로 떠나기 전 '나'가 대신 적어준 편지를 받았다. 편지를 받고 그는 또 어멈과 작은아이를 부르며 흐느끼다가 벌떡 일어나 서울로 불쑥 떠났다. 백 리쯤 온 그는 해 저무는 어느 고개의 나무 밑에서 웅크린 채 떨고 있는 아내와 어린것을 발견하고는 달려들어 와락 끌어안는다. 화수분과 어멈은 서로 아무 말도 못하고 그렇게 밤을 지냈다. 다음날 아침, 지나가는 나무장수가 서로 껴안은 남녀의 시체와, 그 사이에서 장난하고 있는 아이를 발견하곤 아이만 소에 싣고 가 버렸다.

<등장 인물>
- 화수분 : '나'의 집에 세 들어 살고 있는 행랑아범. 한때는 부유했으나 결혼 후 지금까지 극심한 가난에 시달린다. 선한 인품에 우애가 돈독하고 부부애가 강함.
- 어멈 : 가난 속에서도 선하게 살아가는 화수분의 아내. 남편 화수분처럼 순박하고 선량한 인물.
- 귀동이와 옥분이 : 화수분의 딸들. 못생긴 데다 마음씨마저 고약하고 고집 불통임  
- 나 : 화수분네 가족에게 연민을 가지나 적극적으로 도와 주지는 못함. 냉정하지는 않으나 대체로 무덤덤한 관찰자로 일관함

<감상>
  이 작품은 이중 구조 즉 액자 소설의 유형을 지녀 시점의 변화 양상을 잘 보여 주고 있다. 즉 1인칭 관찰자 시점(1,2,4,5장)과 1인칭 주인공 시점(3장) 그리고 전지적 작가 시점(6장)이 혼합되어 나타난다. 이는 설명이나 해설의 성격을 강하게 지니면서, 대상 인물인 주인공들은 가만히 있고 서술자가 일일이 따라다니면서 이야기를 전개하는 양식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구조의 작품은 서술자와 서술 내용 사이의 거리가 너무 근접해 있어서 이야기 구조의 진실성을 해칠 우려를 지니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약점에도 불구하고 작가가 지니는 인정의 따뜻함과 동정 어린 손길이 이러한 구조적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
  이 작품은 반어적 구조로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화수분' 단어 자체의 의미와 주인공이 처한 비참한 생활이 대비되면서 비극적 결말을 보여 주고 있다. 이러한 비극적 인물의 의도적 설정은 작가의 연민을 강하게 표출하기 위한 방법이다.
  이 작품은 1920년대의 다른 사실주의 작품과는 달리 형용할 수 없는 처참한 정황을 그리면서도 주관적인 감정의 개입을 배제하고 냉정하고 객관적인 필치로 사회의 실상을 그렸다. 환경에 패배당하는 인간의 비극적인 상황을 그려 자연주의적 경향도 지니고 있는 이 작품은 서술을 위주로 하여 객관성을 잃지 않으려고 했으며 이러한 결과 인도주의적인 주제가 줄거리의 중간에 과도하게 노출되지 않는 소설적 효과를 지니고 있다.
  이 작품은 1925년에 발표되었음에도 특별히 시대적 배경을 짐작할 만한 단서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 그러나 자식까지 남의 손에 넘겨 주어야 할 만큼 가난하고, 취업 기회를 좀처럼 얻을 수 없는 상황으로 보아서 일제에 의하여 극도의 피해를 입고 있는 시대적 배경을 짐작할 수 있으며 암담한 사회적 환경을 암시하고 있다. 또 하나의 배경인 극심한 추위가 몰아치는 겨울 밤은 단순히 풍경으로 그치지 않고 으스스한 분위기를 형성, 주제와 연결되면서 주제를 더욱 효과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이 작품은 사건의 개연성(蓋然性)과 필연성(必然性)이 결여되어 있으며 인물의 성격 설정 방법이나 사건의 추이를 직접적으로 진행시키지 못하고 아내의 말을 통하여 간접적으로 알게 되는 등 소설적 구조를 보아서 몇 가지 결함을 지니고 있으나 서두르지 않고 차분하게 스토리를 전개하는 문체에 의해 이러한 결함을 보완하고 있다. 이 작품의 결말 부분의 화수분 내외의 죽음, 서로의 체온을 나눈 사랑의 극치인 죽음에서 사랑과 부활의 상징인 어린아이는 살아 남는데 이는 은총 속의 부활의 상징으로 볼 수 있다. 처참한 환경, 추위가 무참히 체온을 앗아가고 목숨마저 위협하는 극한 상황에서도 식지 않는 사랑의 정화(精華) - 햇뱇속에 토닥거리는 어린아이의 모습은 우리에게 소망을 준다. 이러한 결말은 작가의 인도주의 정신이 거둔 삶의 승리가 아닐 수 없다. 
궁핍한 환경 속에서 굶주리다가 결국은 죽음에 이르는 화수분 일가의 가족 비극을, 나를 서술자로 하여 흥분하지 않고 차분한 필치로 그려나가는 전영택의 대표작이다. 당시 신경향파 작가들이 즐겨 다루던 극빈과 비참한 생활이라는 소재였음에도 작자 스스로의 느낌을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오히려 인간의 원시적인 온정을 불러 일으키는데 성공하고 있다.
                                                                                      <'서주홍의 문학 속으로'에서>

<작가 연구>
 

  전영택의 생애와 문학세계 바로가기


 

<참고 사항>

 '화수분'에 나타난 반어적 구조.   

  화수분은 재물이 자꾸 생겨서 아무리 써도 줄지 않는다는 단어 자체의 의미와 주인공이 처한 비참한 생활이 반어적으로 대비되면서 비극적 결말을 보여 주고 있다.
  한국 현대 소설에서 반어적 기법이 나타나는 예는 현진건의 '운수좋은 날', 채만식의 <태평천하> 등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의 반어는 현실 세계에 대한 괴리를 작품속에 반영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화수분'을 통해 본 자연주의 소설의 특성

  1920년대 당시를 살펴보면, 일제의 파행적인 정책으로 인하여 전통적인 농촌 경제가 붕괴되기 시작했고, 농민들은 가난에 시달리다 못해 만주로 가거나 도시로 가서 빈민층으로 편입되는 상황이었다. 작품 속 화수분 내외 역시 농촌에서나 도시에서나 가난을 벗어날 수  없었고, 끝내 비극적인 죽음을 맞게 된다. 다시 말해 이 작품은 당시 궁핍했던 사회 현실을 가난한 화수분 부부를 통하여 보여줌으로써 자연주의 소설의 경향을 띠고 있다고 할 수 있다.
환경에 의해 모든 것이 무너지는 환경결정론적인 측면을 이 소설은 지니고 있는 것이다.

 '화수분'의 문학사적 의의


1) 자연주의 경향의 확립 : '화수분'은 1920 연대 소설의 사실주의가 정착되던 1925년에 발표된 작품이다.  경험적인 사실에 대한 관련과 계급적인 현실에 대한 관심이 가난한 생활의 문제에 모아지던 우리의 사실주의 문학을 바탕으로 하여 자연주의 소설을 본격화 시켰다.

2) 단편 소설의 특징 완성 : 통일된 인상, 단일한 효과, 경이적인 모멘트, 적확한 묘사, 치밀한 구성 등 단편 소설의 특징이 모두 나타나 있다.

3) 인도주의 사상의 기조 : 전영택의 작품 속에는 인간 사이의 따뜻한 인정과 동정어린 손길이 언제나 들어 있어, 부정적이고 힘든 현실을 긍정적으로 바꾸는 내용 전환의 요소가 되기도 한다.

<생각해 볼 문제>

(1) 1.작가의 감정이 개입되지 않은 객관적 서술의 효과는 무엇인가? 

답 : 작품의 비극성을 더욱 심화시킴.

(2) 제목과 주인공의 이름을 '화수분'이라 설정한 작가의 의도는 무엇이겠는가?

답 : 주인공의 이름인 '화수분'은 반어적인 명명법에 의한 것이다.
  화수분은 본래 재물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보배 그릇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로, 재물을 아무리 써도 계속 있는 큰 부자를 뜻한다. 그러나 작품 속에서 화수분은 가난하기만 하고, 그 가난으로부터 벗어날 가능성은 조금도 없다. 이러한 반어는 화수분의 형의 이름이 '장자', '거부'인 것에서도 드러난다. 작가는 이와 같은 실제 상황과 이름간의 반어를 통해 부자가 되고자 하는 농민 대중의 열망은 전혀 실현될 가능성이 없다는 현실을 선명하게 드러내고자 하였던 것이다. 
  화수분은 본래 재물이 끊임없이 나온다는 보배 그릇을 가리키는 순 우리말이다. 그러므로 이 작품의 주제와 연관시켜 볼 때, 가난이든 부지든 어려움 속에서도 없어지지 않는, 마르지 않는 사랑을 의미한다고 볼 수도 있다.

(3) 작품의 결말에서 살아남은 아기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일까?

답 : 화수분 부부는 혹독한 추위 속에서 사랑의 정신을 발휘, 어린 자식을 살려낸다. 아이가 살아난 것은 두 사람의 희생 덕분이며 이것은 그 두 사람의 죽음을 통한 숭고한 사랑의 정신이 가장 잘 드러나도록 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즉, 죽음에 다다르면서까지 희생적 사랑을 보여줌으로써 주제를 더욱  뚜렷이 드러내 주고 있다.
  이 작품의 말미에서 화수분 부부는 얼어 죽으면서도 어린 자식을 살려낸다. 이것은 화수분이 자신의 인생에서 이루지 못했던 '행복하고 부유한 가정'에 대한 꿈이 그 아이에게로 지속된다는 것을 나타낸다고 볼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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