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雪中訪友人不遇
(눈 오는데 친구를 찾았으나 만나지 못하고..)
이규보
雪色白於紙 눈 색이 종이보다 희길래
(설색백어지)
擧鞭書姓字 채찍 들어 이름 적었다
(거편서성자)
莫敎風掃地 바람아, 눈 쓸어가지 말고
(막교풍소지)
好待主人至 주인 올 때까지 기다려주렴
(호대주인지)
평소 술을 좋아했다는 이규보 선생의 작품이다.
눈이 아름답게 내려 쌓인 날 아마 친구가 그리워 무작정 방문했으리라.
약속도 없이 나선 길이라 친구는 집에 없고 헛거음만 하였으리라.
왔다갔다는 전갈이라도 하고 싶은데 눈 위에서 글을 쓸 종이도 마땅치않은 차 문득 종이보다 흰 빛의 눈이 도톰하게 깔려있는 것을 보게 되었으리라.
아마도 말을 타고 왔는지 손에 들린 채찍으로 눈 위에 이름을 적어 왔다 갔음을 알린다.
바람이 불어서 눈을 쓸어 글자를 덮어버릴 것이 걱정이라 바람에게 주인 올 때까지 기다려달라고 부탁해보지만
또 바람이 덮어버린들 어떠리오.
자연 속에서 자연의 흐름대로 풍류를 즐기는 참다운 멋을 느낄 수 있는 한시이다.
오늘 만나지 못하면 내일 또 만날 수 있는 변함없는 친구에 대한 믿음도 엿볼 수 있다.
매사 정확성을 따지는 현대인의 삶 속에서 시원한 한 줄기 인간적인 멋스러움을 던져주는 작품이라고나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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