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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자료실/고전시가

만보/이황/한시-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by 황소 걸음 2017.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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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보 [晩步]

 

 잊음 많아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서         苦忘亂抽書(고망난추서)
 흩어진 것들을 도로 다 정리하자니,        散漫還復整(산만환복정)
 해가 문득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曜靈忽西頹(요령홀소퇴)
 강물엔 숲 그림자 흔들리누나.               江光搖林影(강광요림영)
 지팡이 짚고 뜰로 내려가서                   扶筇下中庭(부공하중정)
 고개 들고 구름재를 바라다보니,            嬌首望雲嶺(교수망운령)
 아득아득 밥 짓는 연기가 일고,              漠漠炊烟生(막막취연생)
 으스스 산과 벌은 싸늘하구나.               蕭蕭原野冷(소소원야랭)
 농삿집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田家近秋穫(전가근추확)
 방앗간 우물터에 기쁜 빛 도네.              喜色動臼井(희색동구정)
 갈가마귀 날아드니 절기 무르익고          鴉還天機熟(아환천기숙)
 해오라기 우뚝 서니 모습 훤칠하네.        鷺立風標迵(로입풍표동)
 내 인생은 홀로 무얼 하고 있는지           我生獨何爲(아생독하위)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네.               宿願久相梗(숙원구상경)
 이 회포를 뉘에게 얘기할거나.               無人語此懷(무인어차회)
 거문고만 둥둥 탄다, 고요한 밤에.          搖琴彈夜靜(요금탄야정)

 

  이 한시는 가을걷이를 하면서 수확의 기쁨에 들떠 있는 농부들과 풍요로운 자연의 모습을 바라보며 학문적 성취를 이루지 못한 자신의 모습을 돌아보고 있는 작품이다. 퇴계와 같은 대학자가 이룬 것이 없다는 말은 실제로 그런 것이라기보다는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학문의 꿈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 시는 가을의 서경과 서정이 잘 조화되어 있으며 자아를 성찰하는 차분한 목소리가 분위기 있게 드러난다.

<시어 및 시구 풀이>

- 만보 : 늦을 녘에 거닐면서

- 잊음 많아 : 겸손함을 드러내는 표현

- 구름재 : 구름 낀 고개

- 숙원이 오래도록 풀리질 않네 : 학문적 성취의 미진함에 대한 미련을 표현

- 거문고 : 시름을 해소하기 위한 매체

<핵심 정리>
* 형식 : 한시,
* 구조 : 
     1행-4행(기) : 하루가 저물어 감
     5행-8행(승) : 한 해가 저물어 감
     9행-12행(전) : 수확의 기쁨과 풍요로운 자연
     13행-16행(결) : 학문적 성취의 미진함을 탄식함
* 성격 : 사색적, 반성적
* 주제 : 학문적 성취에 대한 자아성찰
* 지은이 : 이황
* 출전 :  '난설헌집(蘭雪軒集)'(1608)

 

<황소 강의>

1구-2구

苦忘亂抽書(고망란추서) : 잊음 많아 이 책 저 책 뽑아 놓고서
散漫還復整(산만환부정) : 흩어진 걸 도로 다 정리하자니,

시의 시작은 서가의 정리에서 시작된다. 나이가 들면서 건망증은 심해지고 그간 연구하였던 자료들이 흩어질까 노심초사하는 노학자의 모습이 드러난다.

3구-4구
曜靈忽西頹(요령홀서퇴) : 해는 문득 서쪽으로 기울어지고
江光搖林影(강광요림영) : 강 빛에는 숲 그림자 흔들리누나
벌써 해는 서산으로 넘어가고, 강에는 숲이 바람에 움직일 때 마다 강에 그림자가 일렁거린다. 하루가 저물어가는 시간을 제시하며 인생의 황혼을 연상시킨다.

5구-6구
扶筇下中庭(부공하중정) : 대나무 지팡이 짚고 뜰로 내려가
矯首望雲嶺(교수망운령) : 고개 들고 구름재를 바라본다 
스산한 저녁 풍경에 마음이 심란하여 책정리하던 손을 멈추고 뜰로 나와 하늘을 본다. 구름을 이고 있는 저녁 봉우리는 사뭇 인생의 무상함을 느끼게 한다.

7구-8구
漠漠炊烟生(막막취연생) : 아득아득 밥 짓는 연기가 일고
蕭蕭原野冷(소소원야랭) : 으스스 산과 벌은 싸늘하구나
밥 짓는 연기가 아득한 마을에 가을이 찾아온다. 가을 역시 저물어 가는 인생의 황량함과 관련된다.

9구-10구
田家近秋穫(전가근추확) : 농가의 가을걷이 가까워지니
喜色動臼井(희색동구정) : 방앗간 우물터에 기쁜 빛 도는구나 
가을걷이를 하며 바쁜 농촌의 풍요로움과 평화로움이 나타나 있다. 가을의 황량함과는 대조되는 풍성함이다.

11구-12구
鴉還天機熟(아환천기숙) : 갈가마귀 돌아오니 절기 익어가고
鷺立風標迥(로립풍표형) : 해오라기 우뚝 서니 모습 휜칠해
철새, 바람, 모든 자연들이 풍요롭고 여유있는 가을 자연의 모습이다. 

13구-14구
我生獨何爲(아생독하위) : 내 인생 홀로 무엇을 하고 있는지
宿願久相梗(숙원구상경) : 숙원은 오래도록 풀리지 않는다
앞의 풍성한 가을의 모습과 화자 자신의 모습을 대비시켜 자신을 반성적으로 되돌아보고 있다. 학문의 꿈을 아직도 다 이루지 못한 안타까움을 표현하였다.

15구-16구
無人語此懷(무인어차회) : 이 회포를 뉘에게 이야기할거나
瑤琴彈夜靜(요금탄야정) : 거문고만 둥둥 탄다, 고요한 밤에.
이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줄 사람이 주변에는 없다. 학문하는 사람의 외로움과 고통을 알아 줄 사람이 없으니 거문고로 마음을 달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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