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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문학자료실/고전시가

헌화가/견우노옹/고전시가-이해와 감상_by황소걸음

by 황소 걸음 2017. 1.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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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향가, <헌화가(獻花歌)> 이해와 감상하기

 

 

                                  <양주동 해독>

  자줏빛 바위가에
  잡고 있는 암소 놓게 하시고,
  나를 아니 부끄러워하시면
  꽃을 꺾어 바치오리다.

                      <현대어 해석>

 

  신라 때의 향가 '헌화가'는 소를 끌고 가던 한 늙은이[견우노옹]가 순정공의 아내인 수로부인에게 절벽 위의 꽃을 꺾어 바치면서 불렀다는 4구체 향가이다. 신라인의 소박하고 보편적인 미의식을 엿볼 수 있으며 노래의 내용으로 볼 때 민요의 정착이라는 견해가 있다.

 

ball03a.gif 형식 : 4구체 향가
ball03a.gif 연대 : 신라 33대 성덕왕 (8세기)
ball03a.gif 성격 : 서정적, 민요적
ball03a.gif 주제 : ① 수로부인의 미모와 신이한 사건
           ② 꽃을 바치려는 순정
ball03a.gif 지은이 : 소를 끌고 가던 어느 노인(견우노옹)
ball03a.gif 의의 : ① 배경 설화나 등장 인물(수로부인)이 고대 가요 '해가사'와 같은 노래.
           ② 민요가 정착된 향가.
           ③ 적극적 애정 표현이 나타난 향가.

ball03a.gif 출전 : 삼국유사 권2, 기이(紀異), 수로부인(水路夫人)


 

 

 성덕왕대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부임하든 도중 바닷가에 당도해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옆에는 돌산이 병풍처럼 바다를 둘러서 그 높이 천 길이나 되는데 맨 꼭대기에 진달래꽃이 흠뻑 피었다. 공의 부인 수로가 꽃을 보고서 좌우에 있는 사람들더러 이르기를 "꽃을 꺾어다가 날 줄 사람이 그래 아무도 없느냐?" 여러 사람이 말하기를 "사람이 올라 갈 데가 못 됩니다." 모두들 못 하겠다고 하는데 새끼 벤 암소를 끌고 지나가던 늙은이가 옆에 있다가 부인의 말을 뜯고 그 꽃을 꺾어 오고 또 노래를 지어 드렸다. 그 늙은이는 어떤 사람인지 모른다.


잠깐 : 수로부인이 등장하는 설화 - 해가(海歌)

 

  성덕왕 때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 병풍같은 바위 벽이 있어 바다에 맞닿았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공의 부인 수로가 그것을 보고 옆 사람들에게 "저 꽃을 꺾어다 바칠 자 그 누구뇨?" 하니 모시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이 발 붙일 곳이 못 됩니다." 하고 사양하였다. 그 곁에 늙은 노인이 암소를 끌고 지나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꽃을 꺾어 노래를 지어 바쳤으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다시 이틀 동안 길을 가다가 바닷가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용이 홀연히 나타나 부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갔다. 공이 기절하여 땅을 쳐 보았지만 아무 방법이 없었다. 한 노인이 있다가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 하였는데 지금 바다 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당장 이 경내의 백성을 불러서 노래를 부르며 몽둥이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이 그대로 하였더니 용이 바다에서 부인을 데리고 나와 바쳤다. 공은 부인에게 바닷 속의 사정을 물었다. 부인은 "칠보 궁전에 음식이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가 있고 깨끗하여 세상의 익히거나 삶은 음식이 아니더라."하였다. 옷에도 향기가 배어 세상에서 맡는 향기가 아니었다. 수로의 자색과 용모가 절대가인이어서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에게 잡히었다. 여럿이 부른 해가의 가사는 이러하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어놓아라
  남의 부녀 약탈한 죄 얼마나 큰가
  네 만약 거역하고 내어놓지 않으면
  그물로 잡아내어 구워 먹겠다

 



  수로부인은 성덕왕 때 강릉태수로 부임하여 가는 순정공의 부인으로 '해가'의 설화를 통해 볼 때, 여러 번 신물에 붙잡혀 갔었다고 할 정도로 절세의 미녀였고 사람들을 감동시켰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 '헌화가'를 지어 바친 노옹은 암소를 끌고 가던 사람이라고 했는데 이 암소를 생산 능력을 가진 치부의 수단으로 본다면 노옹은 물욕에 사로잡힌 속세의 평범한 촌로로 볼 수 있다. 꽃의 아름다움을 탐내는 수로부인의 탐미심과 속세에 묻혀 사는 촌로의 모습이 대조되는 속에서 꽃을 꺽어 바치겠다는 사연을 통해 아름다움에 대한 소망을 극대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동해안의 아름다운 바닷가 길에서 꽃을 갖고 싶다는 여인과 그 여인의 마음을 헤아려 위험을 무릅쓰고 꽃을 꺽어 바치는 노인의 마음씨가 아름다운 감동으로 와 닿는 작품이다. 신라인의 소박하고도 보편적인 감정이 잘 드러나는 아름다운 한 편의 서정시라 하겠다.



1. 소재의 상징성 - '소'에 대하여

  당시 소에 대한 인식은 재산과 풍요, 번식, 제물 등이 주된 것이었다. 이 설화의 노인이나, 무가 [세경 본풀이]에 등장하는 축산신 정수남도 소를 길렀다. 이는 농경의 바탕으로서의 인식과 함께, 부유와 번창이라는 소의 재산 관념이 나타난 것이다. 서양에서는 분석 심리학의 영향으로 소를 대모(大母)로 여긴다. 황소는 아버지이고 암소는 어머니로서 모든 것의 근원인 원초적 포괄자, 즉 생성의 모체이자 회귀(回歸)의 장이라는 것이다.

 

2. 다른 작품과의 관련성
  '헌화가'와 같이 꽃을 바치는 '산화공덕'의 모습이 드러난 작품으로 월명사의 향가 '도솔가'가 있다. 하늘에 나타난 두 개의 해라는 괴이한 사건을 없애기 위하여 산화공덕의 노래를 지어 불렀다는 것이 그것이다. 또 현대시에서 김소월의 '진달래꽃'도 사랑하는 임의 가시는 길에 꽃을 뿌리겠다는 산화공덕의 모습을 띠고 있다.


3. 헌화가에 대한 여러 해석들

 조동일 :  당시 경주 변방에 민심이 소란하자 순정공은 힘으로 다스리고, 부인으로 굿으로 다스리기 위해 함께 갔을 것이다. 수로부인은 동해안 지역을 돌며 굿을 여러 번 했을 것이며, '꽃거리'라고 이름 짓고 싶은 곳에서는 '헌화가'를 부르고, '용거리'라고 할 대목에서는 '해가'를 불렀을 것으로 추정된다. '헌화가'는 상층 굿에 이미 수용된 노래이고, 해가는 현장에서 채집되어 한번 부르고 만 하층민들의 토속적인 무가이기 때문에 헌화가는 향가로 남고 해가는 한역되어 단순히 자료로 기록되기만 했을 것이다. 신라의 지배층은 나라를 다스리기 위해 불교를 최고 이념으로 삼고, 유교에 입각한 제도와 관습을 채택하기도 했다. 아울러 무속의 전통을 함께 이어 융합을 꾀했으며, 특히 민심을 수습할 필요가 있을 때는 굿을 했을 것으로 보아진다.

허영순 : 바다용에게  납치되었다가 나온 수로부인의 옷에서 나는 이상한  향기는 약초의 향훈이거나 신경과민.정신이상에서 오는 무적(巫的)병을 가진 것이며, 미려하다는 수로부인 또한 때때로 무적 병을 일으키는 여성이라 하여 수로부인을  무당으로 간주하였다.

안영희 : 현대에 사는 무녀의 꿈에 벼랑에 있는  꽃을 신선이 꺾어 주더라는 꽃꿈 이야기를 원용하여 수로부인의 이야기가 꿈이라 보고 수로부인은 보통 사람이 아니라 샤먼(무당)이요, 용궁에 들어갔다가 나왔다는 이야기가 그것을 증명해 준다고 하였다.

김종우 : 노옹은 소를 끌고 가는 노인이니 다년간 잃었던 자기의 심우(心牛)를 붙들어 그 소의 고삐를 잡은 노인, 곧 자기 법열을 즐기면서 그립던 본가향으로 돌아가는 운수(雲水)의 향객이요 선승이라 하고 그렇지만 아직도 인아구망(人我俱忘)의 경지에 이르지 못하였던지 미모의 여인 수로를 보자 남성으로서의 심적 동요를 일으킨데다가 공교롭게도 한 떨기 꽃을 원하는 애처로운 장면에 봉착하여 여인의 애원에 호응해 주는 동정심이 깊고 자기를 희생하는 숭고한 성(聖)의 정신적 소유자라고 하였다.

김선기 : 노옹이 끌고 가는 암소를 도교에서 "곡신(谷神)은 죽지 않으니 이를 일러 현빈(玄牝)이라고 한다."고 하는 '검은 암소'로 보아 예사 늙은이가 아니고 신선이 분명하다고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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