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지가(龜旨歌)
龜何龜何(구하구하) 거북아 거북아 |
이 노래는 가락국 시조인 김수로왕의 강림 신화 속에 삽입된 노래이다. 신의 강림을 소망하는 주술적 노래로서 여러 해석상의 이견이 존재한다. 우리 민족의 원초적 삶의 모습과 문학 생성기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작품개관>
* 연대 : 신라 유리왕 19년(A.D 42)
* 형식 : 4구체 한역시가
* 작자 : 구간 등 가락국의 대신들
* 성격 : 주술요, 집단요, 의식요, 노동요, 삽입 가요
* 주제 : 새로운 생명(신령스런 임금)의 강림을 기원함
* 표현 : 주술적, 명령형, 직설적
* 의의 : ① 현전 최고(最古)의 집단 무요
② 주술성을 지닌 현전 최고의 노동요
* 별칭 - 영군가, 영신군가, 구지봉 영신가, 가락국가
* 해석 : ① 잡귀를 쫓는 주문이다.
② 영신제의 절차 중 희생 무용에서 가창된 노래이다.
- 영신제의(迎神祭儀) : 신을 맞이하기 위해 치르는 제사 의식
- 희생 무용 : 짐승 등의 희생물을 신께 바치며 춤추는 의식
③ 원시인들의 강렬한 성욕을 표현한 것이다.
④ 거북점을 칠 때 부른 노래이다.
* 출전 : 삼국유사(三國遺事) 권2, 가락국기
<참고 자료>
1. '구지가'의 배경설화
후한의 세조 광무제 건무 18년 액을 덜기 위해 목욕하고 술을 마시던 계욕일에 그들이 사는 북쪽 구지(이는 산의 이름인데 열 붕새가 엎드린 모습이기 때문에 구지라고 불렀다.)에서 누군가를 부르는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다. 2, 3백 명의 사람들이 모여들었는데, 사람 소리는 있는 것 같으나 모습은 보이지 않고 "여기에 사람이 있느냐?" 하는 말소리만 들렸다. 구간 등이 "우리들이 있습니다."하자, "내가 있는 데가 어디냐?" 하였다. "구지입니다." 하자, 또 "하늘이 내게 명하여 이곳에 나라를 세우고 임금이 되라 하시므로 여기에 왔으니, 너희는 이 봉우리의 흙을 파서 모으면서 노래하여라.
거북아 거북아 / 머리를 내어라 / 내어 놓지 않으면 / 구워서 먹겠다
하면서 춤을 추면 이것이 대왕을 맞이하면서 기뻐 날뛰는 것이라." 하였다. 구간 등이 그 말대로 즐거이 노래하며 춤추다가 얼마 후 우러러보니 하늘에서 자주색 줄이 늘어져 땅에까지 닿았다. 줄 끝을 찾아보니 붉은 보자기에 금합을 싼 것이 있었다. 합을 열어보니 알 여섯 개가 있는데 태양처럼 황금빛으로 빛났다. 여러 사람들이 모두 놀라 기뻐하며 백 번 절하고 다시 싸서 아도간의 집으로 돌아갔다. 책상 위에 모셔 두고 흩어졌다가 12일쯤 지나 그 다음날 아침에 사람들이 다시 모여 합을 열어보니 알 여섯 개가 모두 남자로 변하였고, 용모가 매우 거룩하였다. 이어 의자에 앉히고 공손히 하례하였다. [삼국유사 권2. 가락국기]
2. '구지가' 노래의 성격과 관련하여
이 노래에서 '거북'을 내세운 것은 무슨 뜻인지 학자에 따라 그 설(說)이 분분하다. 대체로는 신과 같은 신령스러운 존재로 보고 있다. (거북 = 검 = 신) 따라서, 이 노래는 그대로 영신군가(迎神君歌)로서의 주술요라 할 것이다. 그러나 마을 사람들이 흙을 파면서 불렀다는 점을 주목해 본다면 그것은 노동의 괴로움을 덜고자 하는 생각에서 나온 것일 것이므로 노동요의 성격도 지닌다.
3. 해가(海歌)와의 관련
이 노래의 아류(亞流)로 '해가(海歌)'가 있다. '구지가'를 신군(神君)맞이의 주술요라 한다면 '해가'는 재액(災厄) 극복의 주술요라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이나 대상은 다르다 하더라도 결국 소원을 빌어 성취했다는 점과 집단 가무였다는 점에서는 서로 일치한다.
잠깐 - 해가(海歌)
성덕왕 때에 순정공이 강릉 태수로 가는 도중 바닷가에서 점심을 먹고 있었다. 그 옆에 병풍같은 바위 벽이 있어 바다에 맞닿았는데 높이가 천 길이나 되었고, 그 위에는 철쭉꽃이 한창 피어 있었다. 공의 부인 수로가 그것을 보고 옆 사람들에게 "저 꽃을 꺾어다 바칠 자 그 누구뇨?" 하니 모시는 사람들이 모두 "사람이 발 붙일 곳이 못 됩니다." 하고 사양하였다. 그 곁에 늙은 노인이 암소를 끌고 지나다가 부인의 말을 듣고 꽃을 꺾어 노래를 지어 바쳤으나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다시 이틀 동안 길을 가다가 바닷가 정자에서 점심을 먹는데 용이 홀연히 나타나 부인을 끌고 바다로 들어갔다. 공이 기절하여 땅을 쳐 보았지만 아무 방법이 없었다. 한 노인이 있다가 "옛 사람의 말에 여러 사람의 입은 쇠도 녹인다 하였는데 지금 바다 짐승이 어찌 여러 사람의 입을 두려워하지 않겠는가. 당장 이 경내의 백성을 불러서 노래를 부르며 몽둥이로 언덕을 두드리면 부인을 볼 수 있을 것이다."라고 하였다. 공이 그대로 하였더니 용이 바다에서 부인을 데리고 나와 바쳤다. 공은 부인에게 바닷 속의 사정을 물었다. 부인은 "칠보 궁전에 음식이 달고 부드러우며 향기가 있고 깨끗하여 세상의 익히거나 삶은 음식이 아니더라."하였다. 옷에도 향기가 배어 세상에서 맡는 향기가 아니었다. 수로의 자색과 용모가 절대가인이어서 깊은 산이나 큰 못을 지날 때마다 여러 번 신에게 잡히었다. 여럿이 부른 해가의 가사는 이러하다. 거북아 거북아 수로부인을 내어놓아라 |
4. 언어의 주술성
구지가는 임금 맞는 제의에서 부른 노래이다. 구간과 중서 2-3백명이 함께 불렀다는 점에서 주술의 효력을 한 개인의 주술 능력에 의지하지 않고 여러 사람이 집단으로 행하는 주술의 힘에 의존하는 '집단적 주술'이다.
5. 구지가의 연원
많은 이들이 지적하고 있는 바 구지가는 우리 시가의 가장 원초적인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구지가>는 김수로왕 탄강 제의 때 처음 창작된 것이 아니라 그 이전부터 이미 존재하고 있던 [호칭 + 명령 + 가정 +위협]이라는 주술 구조를 빌어 수로왕을 맞이하는 주술로 실현시킨 것으로 볼 수 있다.
6. '호칭 + 명령 + 가정 + 위협'의 주술 구조
명령과 위협으로 형성되는 구지가의 주술 구조는 당시 폭넓게 사용된 형식으로 보이며, 고구려를 세운 동명왕이 즉위 2년에 비류국과 세력 다툼을 하는 과정에서 흰 사슴을 잡아 거꾸로 매달고 홍수를 내려서 비류국의 항복을 받고자 행한 기우 주술(祈雨呪術)에서도 유사한 형태를 확인할 수 있다.
(가정) 하늘이 만약 비를 내려서 비류 왕도를 표몰시키지 않으면
(위협) 내 진실로 너를 놓아주지 않으리니
이 어려움을 벗어나고 싶거든
(명령) 너 능히 하늘에 호소하라.
-이규보,동명왕편
주몽이 홍수로서 비류국을 항복받고자 사슴에게 비를 내리도록 명령하고 위협했던 주술의 내용과 구지가에서 대신들이 새 왕국을 세우고자 거북에게 왕을 보내도록 명령하고 위협하는 주술의 내용은 그 구조가 같다. 바다 용이 앗아간 수로부인을 되찾기 위한 주술 목적에서 부른 <해가> 역시 이 주술 구조를 적용하여 실현시킨 것이다.
<학습활동>
1. '구지가'에 담겨 있는 주술적 의미를 정리해 보자.
'거북'은 예로부터 신성함과 장수의 상징으로 받아들여졌으며, '검' 곧 신(神) 또는 신군(神君)으로 해석되는 것이 일반적이다.
2. '구지가'와 '해가'의 어법상의 공통점과 내용 · 형식상의 차이점을 밝혀보자.
어법상 공통점은 호칭-명령-위협의 구조를 가진다는 것이다. 내용 · 형식상의 차이점은 '구지가'가 거북을 불러서 요구하는 것은 '머리'이나, '해가'의 경우는 수로 부인이다. 그리고 전자는 4언시이나 후자는 7언시로 번역되어 가사의 내용이 좀더 구체적이라는 점이다.
3. 이 시가 오늘날까지 전해진 전승 과정을 알아보자.
건국 서사시의 일부로 존재하다가 독립되어 민간에서 구비전승되다가 한역되었다. 이것을 뒷받침하는 것이 '해가'이다.
4. 구지가에 담긴 주술적 의미를 정리해 보자.
구지가를 불러야 임금을 맞을 수 있다는 점, 집단적으로 노래하고 춤을 추었더니 자색 줄에 달린 붉은 보자기 속에 금으로 된 상자가 내려왔다는 점에서 노래 또는 언어가 지닌 주술성에 대한 고대인들의 믿음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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