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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지(冬至)ㅅ달 기나긴 밤을 한허리를 버혀 내여 춘풍(春風) 니불 아래 서리서리 너헛다가 어론님 오신 날 밤이여든 구뷔구뷔 펴리라. <황진이> |
[말뜻]
- 한 허리 : 큰 허리, 긴 허리 또는 허리의 한가운데
- 서리서리 : 긴 물건을 잘 서리어 놓는 모양
- 어론 님 : 어른 님. 님을 높여서 하는 말, 추위에 얼은 임
[핵심 정리]
* 분류 : 연정가
* 주제 : 임에 대한 그리움(戀情)
* 표현 : 시간의 시각화(서리서리 너헛다가, 구뷔구뷔 펴리라)
[현대어 풀이]
겨울 동짓달의 긴긴 밤을 한 허리를 베어내어 봄 바람 부는 짧은 밤의 이불 안에 서리서리 넣어 두었다가 사랑하는 임이 오신 밤에 구비구비 펴리라.
[감상]
당대의 명창 이사종과 정열을 불태우던 무렵의 작품이다. 황진이의 대표작으로 보아도 무방하다. 님이 오지 않는 긴 겨울 밤과 님과 함께 하는 짧은 봄 밤 사이의 거리감을, 시적 화자는 홀로 지새는 긴 겨울 밤의 시간을 잘라내어 님과 함께 하는 시간에 더하여 좁히고자 한다. 추상적인 시간을 구체적인 사물로 형상화시키면서 님에 대한 애틋한 그리움과 사랑을 절실히 환기시키는 표현의 솜씨가 돋보인다. 아울러 서리서리 구븨구븨 등의 말은 그 대구적 표현의 묘미와 함께, 임을 기다리면서 이별의 슬픔에 함몰되지 않고 활달한 마음과 의지로 이겨내고자 하는 적극적이고 풍류적인 삶의 태도를 엿보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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