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영혼을 위하여
고정희
상한 갈대라도 하늘 아래선
한 계절 넉넉히 흔들리거니
뿌리 깊으면야
밑둥 잘리어도 새순은 돋거니
충분히 흔들리자 상한 영혼이여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뿌리 없이 흔들리는 부평초잎이라도
물 고이면 꽃은 피거니
이 세상 어디서나 개울은 흐르고
이 세상 어디서나 등불은 켜지듯
가자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의롭기로 작정하면 어딘들 못 가랴
가기로 목숨 걸면 지는 해가 문제랴
고통과 설움의 땅 훨훨 지나서
뿌리 깊은 벌판에 서자
두 팔로 막아도 바람은 불듯
영원한 눈물이란 없느니라
영원한 비탄이란 없느니라
캄캄한 밤이라도 하늘 아래선
마주 잡을 손 하나 오고 있거니
이 시는 '상한 갈대', '뿌리 없는 부평초 잎'일지라도 새순이 돋고 꽃을 피운다는 자연의 모습을 통해 고통을 피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수용함으로써 어떠한 고통이라도 극복할 수 있다는 깨달음을 노래하고 있다.
<어휘 및 시구>
- 상한 갈대 : 내면의 상처와 괴로움을 안고 살아가는 화자의 상징
- 흔들리거니 : 내면의 고통과 괴로움
- 뿌리 : 생명력(의지)
- 새순 : 삶에 대한 희망(극복의 가능성)
- 충분히 흔들리며 고통에게로 가자 : 고통에 당당히 맞서려는 의지적인 태도
- 부평초 잎 : '상한 갈대'와 함께 화자의 상징
- 꽃은 피거니 : 삶에 대한 희망(극복의 가능성)
- 개울, 등불 : 희망의 상징
- 고통이여 살 맞대고 가자 : 고통에 대한 적극적인 대응 의지
- 지는 해 : 부정적인 외부의 세력
- 뿌리 깊은 벌판 : 고통을 수용함으로써 더욱 견고해지는 삶의 공간
- 마주잡을 손 하나 : 고통을 극복하게 해 줄 구원자, 절대자
<핵심 정리>
* 갈래 : 자유시, 서정시
* 성격 : 의지적, 낙관적, 역설적
* 어조 : 의지적 어조
* 주제 : 고통을 수용하여 더욱 값진 삶을 살고자 하는 의지
* 구성 :
- 1연 : 고통과 대면하려는 의지
- 2연 : 고통에 대한 수용과 포용의 태도
- 3연 : 고통으로 인한 깨달음과 내면의 성숙
* 출전 : 『이 시대의 아벨』(1983)
<작가 연구> - 아래 성명을 누르세요.
<황소 감상>
이 시의 핵심은 고통을 수용하는 자세에 있다. 화자는 '상한 갈대', '흔들리는 부평초' 등의 상징에 의해 내면적 고통 속에 놓여 있지만, 이는 다시 '새순은 돋거니', '꽃은 피거니' 와 같이 희망에 대한 신념으로 이어지며 오히려 그 고통을 껴안을 수 있도록 한다. 고통을 부정해야 할 것으로 여기지 않고,이를 통해 더욱 강인해지고 '뿌리깊은 벌판'과 같은 새로운 경지로 나아가고자 하는 시인의 의지적 자세가 담겨 있으며 마침내 '마주잡을 손 하나' 올 것이라는 믿음으로 현실에 대한 극복의 신념을 강하게 드러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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